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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년, 할 만큼 했다? 의료 현장은 여전히 긴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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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년, 할 만큼 했다? 의료 현장은 여전히 긴박하다!

[창비 주간 논평] 팬데믹이 남긴 숙제, 돌봄

수십만 명의 신규 환자 발생에도 방역 대책은 이전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다들 지치고 힘들다. 생계도 힘들어서 이제 방역을 그만하자고 한다. 2년 동안 할 만큼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의료 현장의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지쳤다고 손을 놓을 수 없다.

인근 요양원에서 코로나 격리 7일이 막 지난 어르신이 식사도 못하고 기력이 떨어진다고 병원 응급실로 왔다.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 심하게 진행된 폐렴이 확인되어 다시 코로나로 재격리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인근 호스피스 의원에도 환자가 발생하여 우리 쪽 코로나 병상으로 전원(轉院) 오고, 평소 병원과 특별히 연락할 일이 없던 이웃 도시의 요양원에서도 코로나 환자 상태가 악화되었다며 입원 요청이 왔다. 거동을 하지 못하는 독거 장애인 한 분이 열이 난다고 내원했는데 코로나로 진단되기도 했다. 환자 병상 배정과 전원을 위해 개설된 메신저 대화방들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 전원 사례가 올라온다. 의료 현장은 여전히 긴박하다.

대규모 환자 발생에도 코로나 전담 병상 수에 여유가 있다고 한다. 입원을 무척 어렵게 만들고 7일이 되면 격리 해제로 밀어내기 해서 만들어낸 병상 수다. 입원이 필요한 환자가 적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코로나 전담 병원의 중증 병상 중심으로 집계된 위중증환자는 실제 환자 수를 반영하지 못한다. 위중증환자는 가정, 요양원, 요양병원과 그 밖의 코로나 병동 등에도 흩어져 있다. 어찌 보면 대부분의 고령 환자는 곧 위중증환자인 셈이다. 위중증환자가 증가하면서 사망자 수도 증가하는데 위중증환자 증가 폭에 비해 사망자 증가 폭이 더 크다. 많은 위중증환자가 중증 병상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망한다. 격리기간이 지나 사망한 환자는 코로나 사망 환자로 집계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방역 당국이 매일 발표하는 위중증환자, 사망자 수는 상당히 과소 집계되어 있다. 통계는 의료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진실은 통계 밖에 있다. 축소된 수치는 우리 사회 코로나 대응력의 과대평가로, 비틀린 통계는 정책의 왜곡으로 이어진다.

코로나 사망자 증가로 화장 건수가 늘어 제때 화장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장례식장의 안치 냉장고가 다 차서 비어 있는 곳을 찾아 떠도는 시신들도 있다. 그럼에도 세상은 평온하다. 모두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하는 듯하다. 팬데믹에 너무 지쳐 무뎌졌거나 애써 외면하는 것일 테다.

세상이 일상으로 돌아가도 마지막까지 코로나와 대치해야 하는 곳은 병원이다. 그러나 병원 직원들도 지칠 대로 지쳤다. 직원들의 코로나 감염도 빈발하고 있다. 감염이 곧 휴식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직원들에게 계속된다. 그렇다고 남들만큼 쉬기도 어렵다. 병원이 마비되기 때문이다. 병원이 멈추면 코로나 환자뿐 아니라 비(非)코로나 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병원 노동자들은 다른 회사와 달리 더 일찍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 '세계 보건의 날'을 하루 앞둔 4월 6일 오후 광주 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거대한 시설 단위가 요양병원과 요양원이다. 이 공간은 고령자 삶의 주요 터전이 된 지 오래다. 팬데믹 이후 2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이 시설들에는 지독할 정도로 철저한 방역 대책이 적용되었다. 인권침해 논란이 일 정도였다. '갇힌' 어르신들은 시설을 찾을 수 없는 가족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좌절감에 상태가 악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는 이런 노력 자체를 무위로 돌렸다. 수많은 시설이 바이러스에 뚫렸다. 문제는 집단감염의 근본적인 원인이 필연적으로 '시설' 자체에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위기가 노인과 장애인을 시설로 몰아넣은 우리 사회의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거대한 규모의 시설은 코로나 같은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방역은 강력했으나 결국 뚫렸고 이들을 위한 그다음 의료 대책은 없었다. 결국 방치뿐이었다. 많은 고령자가 2년 넘는 봉쇄 속에 갇혀 있다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오늘도 요양시설에서 응급구조 신호가 계속 오고 있다.

시설에서는 주로 직원들을 통해 감염이 전파되었다. 높은 전파력으로 시설 내 많은 입소자와 직원들이 동시에 감염된다. 직원들은 대개 중장년 여성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코로나 전파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쉴 수가 없다. 감염되었다고 빠져버리면 입소 어르신을 돌볼 사람이 없다. 직원들은 감염되어도 감염된 고령의 입소자들을 계속 돌봐야 한다. 팬데믹 속 돌봄노동의 현실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과하는 돌봄노동자, 병원 노동자들은 팬데믹의 위험을 온몸으로 받아안았고, 그만큼 더 고달프다. 방역 완화에 따른 위험 증가 부담도 온전히 이들 몫이다.

요양시설, 장애인시설, 정신병원 등 우리 사회는 그동안 견고한 '시설사회'를 구축해왔다. 고령자, 장애인을 막힌 시설 속으로 밀어넣고 지내왔다. 팬데믹은 그런 방식이 취약하기 그지없을뿐더러 올바른 방식도 아님을 드러냈다. 시설을 축소하고 지역사회 돌봄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대안이어야 함을 일깨운다. 시설로 떠밀린 사람들의 온전한 삶을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 마음의 위안을 위해서, 다음에 몰아닥칠 새로운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의료기관도 지역사회 돌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팬데믹은 돌봄의 방식과 돌봄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존재를 돌아보게 했다. 지역사회 중심으로 시스템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돌봄노동의 재구성도 필요하다. 돌봄노동은 잉여노동이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아주 중요한 필수노동이다. 지역사회 돌봄 공간 확대와 돌봄노동에 대한 재인식 그리고 지역사회 돌봄에서 병원의 역할 찾기가 팬데믹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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