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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단체 "CPTPP 가입하면 韓 농어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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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단체 "CPTPP 가입하면 韓 농어업 끝"

4일 비상대책위 CPTPP 가입 철회 촉구 궐기대회 열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앞에 상여가 등장했다. 상복을 입고 상여를 끄는 이들은 전국에서 모인 농·어업인들이었다. 이들은 "1년 농사를 준비하며 씨앗을 뿌리고 삶의 현장인 바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야 하지만 아스팔트 위에 모여있다"라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반대 시위를 열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무역협정이다. 2020년 기준 CPTPP 협정 참여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 교역액의 15%를 차지하는 '메가톤급'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농수산물 수출국이 속해있다. 작년 2월 영국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에콰도르가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은 가입 신청을 연기하다가 올해 4월에 가입 신청서 제출 계획을 밝혔다.

전국 농어민 단체들은 "CPTPP 가입은 농어업인을 말살시킬 것"이라고 그간 주장해 왔다. 

▲CPTPP저지한국농어민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산업은행 앞에서 궐기대회를 진행하며 "CPTPP가 농어업인들을 다 죽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이상현)

이날 거리에서 열린 행사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등 9개 단체가 참여한 CPTPP저지한국농어민비상대책위원회의 궐기대회다. 참여 농민의 삭발식이 진행됐다.


이학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과거 우루과이라운드 때 정부는 농민들을 한번 울리고 한·미, 한·중 FTA 때 농민들을 두 번 속였다"라며 "이번 CPTPP 졸속 가입으로 농민들을 세 번 속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CPTPP 회원국의 평균 농식품 시장 자유화율은 96.3%이다. 이는 한국이 CPTPP 9개 회원국과 개별적으로 체결한 FTA 농식품시장 자율화율 평균인 78.4%보다 높은 수치다. 농업 단체들은 지난달 25일 정부 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인근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개방률이 100%에 육박하는 CPTPP 가입은 농·수·축·임산업 포기 선언"이라며 "그동안 FTA에서 민감품목으로 분류하여 개방을 보류했던 품목마저도 (CPTPP에서는) 개방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강현옥 회장은 "(한국 정부는) 농업이 비교우위가 없고, 농산물이 가격 면에서 불리하다면서 희생을 강요한다"라며 "가격 파동에도 농민들은 농촌을 지키지만 (정부는) 농업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CPTPP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정부가) 이제 점진적, 포괄적으로 한번 (개방을) 시작하면 계속 범위를 넓혀야 하고, 나중에는 후퇴도 못 하는 CPTPP를 가입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농민의 반대와 우려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5일 CPTPP 가입 관련 공청회를 열어 "농수산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충분한 피해보전과 종합적 지원대책 마련"을 주장했다. 정부는 CPTPP 가입 경제적 타당성 검토 결과 농업은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 원, 수산업은 15년간 연평균 69억~724억 원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어업인들은 "또 속을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김성호 한국수산인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FTA 체결하면서 정부와 산업계는 농어업인을 위해 상생 기금을 만들어 돕겠다고 약속했으나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라며 "고령화로 인한 어촌 소멸, 기후변화에 따른 대규모 자연재해 증가, 어민 동의 없는 해상풍력 설치, 중국어선 불법 조업 등으로 수산업이 붕괴해가지만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CPTPP를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학구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과거 우루과이라운드 때 정부는 농민들을 한번 울리고 한·미, 한·중 FTA 때 농민들을 두 번 속였다"라며 "이번 CPTPP 졸속 가입으로 농민들을 세 번 속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이상현)

농어업단체들은 CPTPP 가입이 일본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의 국내 시장 진입을 허용해 먹거리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이미 가입한 전체 회원국의 찬성이 필요하다. 일본은 주도적으로 CPTPP를 이끌어 왔고 지난해에는 의장국도 역임했다. 이에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포함 8개 현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해제를 '가입 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대조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회장은 "CPTPP는 100% 수준 관세 철폐와 기존 위생검역조치(SPS)를 통한 해외 농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에 한계"를 만들고 그로 인해 "고농도 방사능이 의심되는 일본 농수산물 수입을 허락하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8년 발표한 'CPTPP 발효와 농업통상 분야 시사점' 보고서에서 "CPTPP는 기체결 FTA 규범보다 적용 기준이 강화된 SPS를 가지고 있어 주요 신선 농축산물에 적용되는 기존 SPS 조치에 관련된 통상 마찰 증가와 조치 해제 등으로 귀결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수입국의 방어 수단이 이전보다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농업단체는 기존에는 병해충과 가축질병을 이유로 수입국 전 지역의 농산물에 대한 수입 제한이 가능했지만 CPTPP 이후에는 '지역화'와 '구역화'가 추가되면서 특정 지역에 대한 수입 제한만 허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CPTPP 가입의 실질적 절차를 담당할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3일 기자회견에서 "원론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경제가 해외의 많은 국가와 일종의 경제 통합을 이룬다는 것은 대부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2006년 한미 FTA 협상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이후 대통령 직속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 한미 FTA 특보를 맡은 바 있다.

▲4일 산업은행 앞에서 농어업인 단체 대표들은 CPTPP 가입 반대 투쟁을 선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프레시안(이상현)

▲CPTPP저지한국농어민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산업은행 앞에서 궐기대회를 진행하며 CPTPP 가입 철회를 촉구했다. ⓒ프레시안(이상현)
▲CPTPP저지한국농어민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산업은행 앞에서 궐기대회를 진행하며 CPTPP 가입 철회를 촉구했다. ⓒ프레시안(이상현)
▲CPTPP저지한국농어민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산업은행 앞에서 궐기대회를 진행하며 CPTPP 가입 철회를 촉구했다. ⓒ프레시안(이상현)
▲CPTPP저지한국농어민비상대책위원회가 4일 산업은행 앞에서 진행한 궐기대회에 참여한 농어업인들은 'CPTPP 가입 결사 반대'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프레시안(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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