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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이제는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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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이제는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좋은나라이슈페이퍼] 탄소중립 노력과 산업계의 과제

탄소중립이라는 전사회적인 변화는 산업계로서는 산업구조 및 생산방식, 제품수요가 변화하는 것이며, 새로운 방식으로 경쟁의 룰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같은 주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이면에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과 같은 조치를 통해 글로벌 산업지형을 바꾸면서 자국의 경쟁우위 유지와 고용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를 2018년의 30%, 2050년까지 10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의 논의는 주로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집중했다. 그러나 산업부문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수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성장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산방식과 원료, 연료를 바꾸는 것과 아울러 새롭게 창출되는 시장변화를 포착하여야 하며, 전사회적으로는 기술, 인력, 자금, 시장창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국가 주도의 와해적 기술개발과 상용화 지원, 친환경·저탄소 설비투자를 촉진하고 기업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기후기금 등의 녹색금융 활용, 친환경·저탄소 제품의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기반 구축, 사회적 수용성 강화가 필요하다. (필자)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비전과 목표

한국은 2021년 12월에 영국 글래스고우에서 열린 UN COP26차 회의에서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국가감축목표(NDC) 40% 감축을 선언했다. 이와 함께 탄소중립녹색성장법 제정, 기후대응기금 신설,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을 통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탄소중립이 실현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에 대한 비전이며, 부문별 정책과 추진속도의 차이를 고려하여 2개의 시나리오로 제시되었다.(그림 1) 시나리오 A는 우리나라가 2050년에 화력발전을 전면 중단하여 배출 자체를 최대한 줄이는 안이며, 시나리오 B는 화력발전이 일부 잔존하는 대신 이산화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기술적 감축수단을 적극 활용한다. 2050년 탄소중립 비전은 시나리오별로 차이가 있지만 전환(발전)부문은 A, B안 모두 석탄 발전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대폭 상향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산업 부문은 수소환원제철 방식을 도입하고, 시멘트·석유·화학·정유 등 주요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산업에서 유연탄, 원유, 나프타와 같은 화석 연료 혹은 원료를 수소, 바이오, 폐플라스틱 등의 순환자원으로 대체를 포함한다. 건물과 수송 부문에서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그린리모델링 확대, 무공해차 보급 85% 이상 확대, 대중교통 및 개인 모빌리티 이용과 친환경 해운으로의 전환 등을 제시하고 있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50년이라는 장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중간단계로서의 중요한 이정표이다. 한국은 2021년말에 UN에 2018년을 기준연도로 하고 2030년까지 40% 감축하겠다는 NDC 목표를 제출했다. 기존의 기준연도 2017년, 26.3% 감축을 2018년과 40.0%로 변경한 것이다. 2030년 NDC를 40%로 대폭조정한 것은 탄소중립 강화라는 국제적인 동향, 국내 여건,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등의 입법취지를 고려했다.

NDC 40% 감축목표는 주요 선진국들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정점 대비 50~68% 이상 감축하겠다는 계획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유럽 주요국들이 1990년, 미국과 캐나다가 2005년을 기준 연도로 하고 2030년까지 25~40년 간 줄여나가겠다는 것에 비해 한국은 불과 12년만에 40%를 줄이겠다는 계획으로, 매우 가파른 속도하는 점에서 도전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구조재편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탄소중립 혁신기술 역량이 낮게 평가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의 공급여건 등이 다르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2030년까지 연평균 4.17%씩 줄여나간다는 한국의 목표는 선진국에 비해 2배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감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도전적이며, 그동안 추격형 전략을 통해 급속성장을 하면서 선진국 대열에 갓 진입한 한국이 새로운 경쟁법칙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출발선에 다시 맞닥뜨리게 된다는 점에서 면밀한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

주요 부문별 탄소중립 추진경로와 산업에 대한 영향

국제사회에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탄소중립위원회는 2021년 10월에 2030 NDC 40%를 도출하면서 부문별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전환(전기·열 생산) 부문에서는 석탄발전을 적극적으로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여 2018년 269.6백만톤 배출에서 2030년 149.9백만톤으로 44.4%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산업부문은 주력산업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기술적인 제약을 고려하여 2018년 260.5백만톤에서 2030년 222.6백만톤으로 14.5%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탄소중립위원회에서는 전원별 구성도 제시하였는데, 기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에서 설정한 신재생에너지 비중 20%를 30.2%까지 올리고 원자력 비중을 23.9%로 낮췄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공약은 다른 구조를 제시했다. 석탄은 NDC와 큰 차이가 없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5%로 낮추고 원자력 비중을 NDC보다 10% 정도 높게 제시한 것이다. 전력부문 추진에서 변화가 예상되면서 원자력과 신재생 관련 설비 및 시스템산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에서는 구체적인 수치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NDC는 사회 전 부문에서 전기에너지로 대체하면서 전력사용량을 2018년에 비해 약 10%가 늘어난 612TWh를 예상했는데 이에 대한 변화도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윤석열 정부에서도 2030년 40% 감축이라는 국가목표는 유지되겠지만 추진방법과 부문별 감축목표에서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편 건물부문과 수송부문에서의 감축목표는 산업 입장에서는 잘 활용한다면 산업으로서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적기대응이 늦어진다면 위기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건물부문은 제로에너지 건축 활성화, 에너지 고효율 기기 보급, 스마트에너지 관리 등을 통해 2018년에 비해 32.8% 감축한다는 목표이다.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 뿐만 아니라 신축 건물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이해서는 건축용 자재 뿐만 아니라 건물의 에너지관리 시스템(BEMS)까지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 이미 녹색건출묵 조성 지원법에 관련 규정이 있지만 앞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응하는 제품의 공급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현재의 제품생산체제로 그대로 대응하여 수입품에 의해 시장이 잠식당한다면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서도 살아남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수송부문은 친환경차 보급 확대, 바이오디젤 혼합률 상향 등을 통해 37.8% 감축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당선자는 2035년까지 내연차의 등록을 금지한다는 공약을 제시하여 NDC보다 급진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세부일정은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현 시점을 기준으로 볼 때 순수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동차산업과 자동차 부품, 주유소, 자동차 수리 등 전후방 산업의 구조는 빠르게 변화할 전망이다.

산업부문의 추진전략과 예상되는 영향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은 국가 탄소중립의 최우선 과제이며, 수송, 건물 등의 부문에서 필요한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형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2018년 260.5백만톤에서 2030년에는 222.6백만톤으로 14.5%, 2050년까지는 혁신기술의 적용과 산업구조의 변화를 통해 80.4%까지 감축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50년 산업부문의 5,110만톤 배출은 원료 자체에서 배출이 불가피한 시멘트, 화학, 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탈탄소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2030년까지 감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수소, 바이오 등 대체원료 공급의 불안정성과 혁신공정 기술개발과 적용의 어려움을 반영한다. 예를 들면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공정의 개발과 적용은 2040년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2030년까지는 에너지효율 솔루션 도입 및 고효율 기기 도입, 전기화가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문의 탄소중립 추진전략은 산업구조와 아울러 산업별 배출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은 해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발전 부문 1/3, 산업부문 1/3, 기타 부문(수송, 건물, 농림 등)이 1/3 정도를 차지한다. 이 중 발전 부문에서 공급하는 전기는 산업부문에서 사용한다. 결국 산업부문은 직접배출(생산과정에서 석탄·석유 사용에 의해 발생), 공정배출(불소화합물 등과 같은 공정가스 사용에 의한 배출)에 간접배출(전력사용에 의한 배출)을 모두 포함하면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을 넘게 된다. (표 3 참조)

산업부문을 다시 살펴보면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6개 업종의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에서 79%를 차지하여 집중도가 큰 편이다. 직접배출과 공정배출만 보면 철강산업이 약 40%, 석유화학과 정유산업이 22%, 시멘트가 15%,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포함하는 전기전자가 8%, 자동차와 조선을 모두 포함하는 기계산업이 1.2% 수준이다. 그런데 전기사용에 의한 간접배출을 고려하면 배출구조가 달라진다. 철강 1/3, 화학 22%, 시멘트 10% 정도로 낮아지는 대신 전기전자 25%, 기계산업이 7%로 높아진다. 전기전자, 기계 부문에서 전력사용이 많기 때문이다. RE100과 같은 에너지 전환이 산업부문의 탄소중립에도 중요하며,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기계, 전기전자 산업에서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 에너지공급구조에 의해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4 참조)

산업부문의 감축수단과 추진경로는 산업구조 재편, 혁신공정, 원료혁신, 원료전환, 자원순환으로 크게 구분되며, 핵심공통기술의 상용화, 에너지 효율 향상이 모두 최대한으로 추진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우선 혁신공정 전환은 친환경·저탄소 생산공정의 개발·적용을 통한 새로운 생산 패러다임으로의 변화하며, 이 과정에서 설비공급과 수출역량 강화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연·원료 대체는 저탄소 연·원료 투입 비중을 높여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자원순환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으로, 석유화학에서 석유·납사 기반에서 바이오 납사 혹은 수소 기반 화학산업으로의 전환하거나, 석유제품 생산단계를 생략한 COTC(Crude Oil to Chemicals), 철스크랩을 사용하는 전기로의 생산비중을 늘리는 것을 포함한다.

공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원료 이용의 효율화와 더불어 반도체 혹은 디스플레이 생산공정에서 사용하는 불화가스 등의 공정가스 대체, 시멘트에서 혼합재의 비중 확대 등이 해당한다. 에너지효율화는 기계·전기전자부문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초고효율기기·설비 도입을 촉진하고 노후설비 교체를 통해 추진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공장, 스마트산단,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여기에 전 사회적으로 폐열·폐플라스틱 등의 재활용과 투입 확대, 시멘트에서 폐열발전 활용, 석유화학에서 원료로 폐플라스틱 재사용 등 자원순환이 추진된다.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사회적으로 저탄소화·친환경화에 대한 요구가 계속 높아지면서 제품수요도 변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철강, 화학과 같은 온실가스 다배출산업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적으로 제품구조 및 산업간 연관관계가 바뀌면서 산업구조 재편이 진행될 전망이다. 우선 산업내에서 주력제품의 변화가 예상된다. 자동차에서는 이미 내연차 대신 전기·수소차로의 교체속도가 빨라지면서 산업구조 재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유, 석유화학, 고로강 등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소재는 바이오화학, 수소환원강 등 저탄소제품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수송·연료에서 친환경제품으로의 전환은 석유제품의 수요에도 영향을 미쳐 수송용 연료 수요가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반면 태양전지, 친환경 모빌리티, 수소운반선, 초저전력·고성능 반도체, 바이오 플라스틱, 스마트 설비, 재생에너지 설비 등이 신산업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혁신공정·혁신설비로의 전환을 준비하면서 그린플랜트 EPC, CCUS, EaaS(Energe as a Service), 데이터 연계관리 등 그린 엔지니어링·서비스 산업이 확대될 것이다.

제품구조 변화, 친환경 연·원료 사용 확대로 연관산업도 달라진다. 철강, 화학을 포함하여 산업 전반적으로 신공정설비가 도입되면 설비공급, 공정운영, 유지보수 등 협력업체의 역할과 기능이 변화한다. 에너지 효율화가 강화되면서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더욱 빨라질 것이다. 한편 순환자원을 가공하는 산업들도 위상이 높아지고 바이오원료의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제품의 개발과 생산인력이 늘어나면서 산업지형은 크게 바뀔 것이다.

기계, 금속가공 등 다른 산업들은 연료나 원료를 바꾸는 것은 생산방식을 고려할 때 감축여력이 매우 적다. 석유 및 가스와 같이 기업내에서 사용하는 난방용 혹은 수송용 연료를 전기로 바꾸거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연료를 전기로 바꾸는 것은 공장설비의 교체가 필요하며, 사내 운반용 차량을 전기차 혹은 수소차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서 투자가 필요하다. 전기화를 하더라도 전력의 생산에서 온실가스배출이 많은 석탄, 가스발전 등의 비중을 줄이고 청정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충분한 확보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갖는 전력공급의 간헐성과 불안정성을 극복해야 한다. 점차 첨단·정밀공정 비중이 높아지면서 공급하는 전력의 품질이 확보되어야 하고, 동시에 국제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적정한 전력가격이 보장되어야 한다.

국내 산업부문의 현황과 과제

탄소중립 추진에서 단기적으로는 석탄 기반 에너지원을 청정전력원으로 바꾸는 것이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와해적인 공정이나 원료의 대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석탄 기반 원료를 순환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폐기물을 단순 재활용(Recycling)이 아니라 가치를 더하는 재활용(Upcycling)하기 위해서는 사회시스템의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2030년까지 전력사용에 의한 간접배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으로서는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고효율기기의 도입 등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청정에너지의 안정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의 공급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산업구조의 재편에서 변화가 가시화하는 것은 중장기가 되겠지만, 이에 대한 준비는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선도하는 글로벌 대기업의 변화를 뒤쫓기보다는 함께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는 중소기업이 집적한 산업단지, 지역, 그리고 노동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내연차처럼 급격한 수요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산업생태계 자체가 전면재편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므로 단계적이면서도 질서있는 이행을 준비해야 한다. 당장 전기차 혹은 수소차로 모두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 내연차 시장이 그래도 10여년 이상 유지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은 현재의 제품군을 효과적으로 생산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여기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미래의 제품군을 생산하기 위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하고 투자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노동, 지역과의 소통과 협력은 산업전환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은 낮은 기술수준, 투자의 불확실성과 기업 부담을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시대의 경쟁은 기존에 더 잘 하기 위해 추격하던 방식이 아니다. 따라서 기존의 생산방식과 제품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지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친환경, 저탄소 제품과 솔루션을 확보하여 새로운 기회의 창으로 만들어야 한다. 탄소중립 선도국들은 탄소중립, 디지털전환을 통해 글로벌 산업질서의 재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기업의 준비도를 점검하고, 현장에 맞는 기제를 발굴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R&D 이니셔티브, 탄소중립 산업전환 촉진특별법 제정, 기후대응기금, 투자촉진을 위한 녹색금융이나 녹색 텍사노미 등 다양한 제도들이 준비되고 있다. 동시에 단기경쟁력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탄소저감 인센티브, 재생에너지 요금 감면, 탄소차액계약제도,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의 효과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소비자(시장)도 저탄소제품 구매를 확대하고, 관련 제품의 가격상승을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고비용의 저탄소 제품을 생산한 후 시장에서 판매되어야 기업들이 비로소 투자와 수익실현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탄소 라벨링을 통해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공개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 산업이 탄소중립이라는 도전적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개별 기업 혹은 산업군의 과제가 아니다. 탄소중립은 사회체제의 전면적인 변화이며, 산업생태계의 재편을 가져올 것이다. 한국 산업은 국제경쟁에 전면적으로 노출되어 있으며, 산업간 연관관계가 높아 특정 산업 혹은 공정의 변화만으로는 탄소중립과 지속성장을 동시에 실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산업발전의 방향과 생산방식, 그리고 산업생태계 전체의 변화라는 인식공유가 필요하다. 또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전환에서 야기되는 공급망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제품혁신과 신수요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는 다배출산업의 공정전환을 위한 기술개발이 주로 언급되고 있지만 건물, 수송, 에너지 등 사회 전 분야의 탄소중립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이를 구현한 제품, 솔루션, 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과 제품이 출현해야 한다. 2021년 12월 발표된 정부의 “탄소중립 산업 대전환 비전과 전략”은 저탄소 소부장(바이오, 이차전지 등), 그린 플랜트(친환경 공정, EPC 등), 친환경 인프라(수소, 모빌리티 등)를 유망산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산업계는 보다 적극적으로 초고효율기기,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수소저장 및 운반시스템 등 새로운 친환경·저탄소 시장을 제시하고 확대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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