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안티(反)페미니즘 캠페인의 일환으로 내걸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여전히 논란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여성부가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했다. 그러나 업무보고 시간은 불과 30분에 불과했다. 여성부 폐지라는 답을 정해놓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절차를 밟고 있음이 나타난 상징적 장면이란 평이 나왔다.
여성부는 이날 오후 인수위에 한 업무보고에서, 현재 맡고 있는 주요 정책과 새 정부 국정과제 등을 보고한 데 이어 "여성가족부의 발전적 개편 방향에 대한 부처 입장"을 밝혔다고 임이자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가 브리핑했다.
임 간사는 여성부가 밝힌 '부처 입장'이 뭐였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아직 위원들끼리 얘기가 정리가 안 된 부분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 차차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임 간사는 "향후 사회 분과에선 여성단체와의 간담회 등 소통, 의견수렴의 기회를 폭넓게 가질 예정"이라며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기획조정 분과와도 얘기를 나눠야 하고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니까 이제부터 여성 협회 등과 간담회를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대상 여성단체는 정해졌는지 묻자 임 간사는 "앞으로 가장 큰 단체들부터 시작해서 저희에게 (만남을) 신청해 오면 다 만날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643개 단체는 여성부 폐지 공약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그러나 사실상 여성부 폐지라는 답은 정해놓은 상태여서 "부처 입장 청취"이든 "여성단체 의견 수렴"이든 결국 '답정너' 아니겠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여성부 업무보고는 당초 오후 4시부터 2시간 예정이었으나, 시작된 지 30분 만에 끝났다. 다른 부처 업무보고는 보통 2시간 전후였다.
보고가 왜 30분 만에 끝났느냐는 질문에는 "아시다시피 예산도 제일 적지 않느냐. 그러다 보니 보고 분량이 적었다"고 임 간사는 답했다.
윤 당선인은 이른바 '7글자 공약'으로 여성부 폐지를 공언한 이래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 가장 최근에는, 전날 인수위 앞 '천막 기자실'을 찾아 여성부 폐지를 정말 실행에 옮길 거냐는 질문을 받고 "공약인데 그럼, 내가 선거 때 국민에게 거짓말한다는 이야기인가"라고 폐지 추진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오전 같은 자리에서 가진 약식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 않나. 저희의 기본적 생각은, 지금 현행 제도에서 바뀔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몇 가지 옵션을 만들려 한다. 이런 방향도 있고 저런 방향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당선인의 판단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여성부 폐지에 대해 윤 당선인과 생각이 좀 다르지 않느냐'고 한 기자가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안 위원장은 "일단은 당선인께서 공약(한) 사항이 있지 않느냐"며 "그런데 그 공약을 실제로 이행하는 방법들은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중에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당선인께서 결정하실 수 있도록 저희들이 여러 좋은 방법들을 만들어 보고드릴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안 위원장은 여성계로부터 폐지 반대 의견도 충분히 듣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일단은 그런 의견들을 전달을 받고,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정부조직 개편을 할 때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공약 실행) 준비 과정에서 여성단체와의 만남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실제 추진 일정과 관련해서는 "(업무보고는) 논의라기보다는 보고를 받는 자리이고, 보고를 받은 다음에 다음주부터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 내로 정부조직 개편안이 확정될지 묻자 "각 분과 간사와 논의하고, 최종적으로는 당선인께서 판단하시고 결정한 다음에 발표하게 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만 했다.
신 대변인은 "이미 당선인이 폐지 공약을 (재)확인했기 때문에 여성가족부란 이름으로 존치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가 기획조정분과로부터 확인한 바로는 '여성부가 하던 업무를 쪼개서 여러 부처로 나눌지, 이를 대체하거나 통합적으로 일할 수 있는 다른 정부조직을 만들 것인지 등 여러 방안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확인해 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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