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4일 첫 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 그대로 국정과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안 인수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병사 월급 200만 원', '여성가족부 폐지' 등 안 위원장 본인이 경쟁 후보로서는 반대했던 윤 당선인의 공약 추진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안 위원장은 1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인수위 운영 구상과 일부 인선을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이후 질의응답 도중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이나 여성가족부 폐지 등은 안 위원장과 윤 당선인 사이에 이견이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공약과 국정과제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역대 정부에서 50% 정도"라고 답했다.
안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50%, 노무현 정부 때 60% 정도였지만,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는 인수위 없이 (국정과제 선정을) 하다 보니 공약을 거의 다 국가 주요 정책으로 그대로 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가지 실수가 저는 거기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여러 가지 발표된 공약들 중 가능한 해법들을 찾아 보고, 몇 가지 선택지들을 준비한 다음에 당선자의 의사에 따라서 거기에 대한 방향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를 성평등인권부로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고,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대신 준모병제 전환과 사회진출지원금 1000만 원을 공약했었다.
'당선인의 대선공약 일부를 폐기할 수 있다는 뜻이냐'는 재질문에 안 위원장은 "폐기는 아니고, 가능한 정책적 방향에 대해 보고를 드리고 그 중에 선택을 당선자께서 하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정리해 말했다.
해당 답변이 주목받자, 안 위원장의 측근인 이태규 신임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국민의당 사무총장)은 언론 공지문을 내어 "안 위원장은 금일 간담회에서 '정책 폐기' 관련 어떤 구체적 언급을 한 바 없다"며 "인수위는 공약 실현과 관련해 가능한 해법과 선택지에 대한 준비를 하고 당선자의 의사에 따라 선택을 한다는 원칙을 말씀드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에 추경호·이태규·최종호
안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으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최종호 서울대 교수가 위촉됐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 운영이나 국정비전·철학, 국정과제 등은 세 분이 함께 논의하고, 구체적 실무조정 관장은 경제분야는 추 의원이, 비경제분야는 이 의원이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 인선 시한에 대해서는 "이번 주말까지 가능하면 마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렇게 하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부터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몇 분 인선이 늦어질 수 있지만, 빠지면 빠지는 대로 일을 시작해야 할 만큼 하루가 급하다.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자신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저는 지금 현재 제가 맡은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밖에는 머리 속에 들어 있지 않다"며 "제가 어디 한눈팔고 다른 생각을 할 만한 여유가 전혀 없다"고만 했다.
과학기술부총리직 신설, 민정수석실 폐지 등 정부·청와대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지금 세부적 사항을 말씀드리긴 너무 빠르다"며 "정부조직 개편 부분은 기획조정 분과에서 주로 다루게 될 것이고, 거기서 나온 안에 대해 각각 장단점을 보고 판단하겠다"고만 그는 말했다.
안 위원장은 "비공개 차담회에서 어느 정도 당선자께서 청와대 내부 구성 변화의 큰 방향을 말씀했지만, 확정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것을 바탕으로 내부에서 분석·파악해 좀더 세밀한 계획을 만들어드리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것들은 인수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그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날 윤 당선인이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안 위원장 등과의 차담회에서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며 "일명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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