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5월10일 대통령 취임식 직후부터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현 청와대는 본관과 비서동이 분리되어 있어 대통령과 참모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게 이전의 주요 이유다. 시민들과의 소통도 이전 이유 중 하나였다.
더불어 곧 반환받을 국방부 남쪽 용산 미군기지 부지는 시민공원으로 조성해 대통령과 국민이 상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용산의 미군기지) 반환 시기는 6월 전쯤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즉시 시민공원으로, 전부 국립이다. 시민공원으로 전부 개방을 하고"라고 말했다. 203만㎡ 용산 미군기지 부지 가운데 10% 정도인 21.8만㎡는 반환이 완료됐고, 올해 6월에는 부지 4분의1에 달하는 약 50만㎡정도가 반환될 예정이다. 이걸 반환받는 즉시 시민공원으로 전부 개방한다는 것이다. 전체 용산 미군기지는 축구장 284개 정도 되는 크기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발표는 곧바로 여러 논란을 낳았다. 특히 청와대만큼이나 폐쇄적인 국방부 건물로 들어가는 게 '소통'이 맞느냐는 우려에 윤 당선인 측은 조성될 '용산 공원'을 언급하며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시민들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용산공원'은 대체 언제 만들어지는 것일까?
6월에 용산 미군기지를 반환받고, 이를 곧바로 시민공원으로 조성한 뒤 개방할 수 있을지를 두고 전문가들은 고개를 흔든다. 일단 이유로 용산 미군기지 반환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더구나 반환 즉시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국토부가 작년 12월 발표한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변경계획'을 보면 용산 미군기지를 공원으로 변경해 개장하는 시점은 기존 2027년에서 '미군기지가 완전히 반환된 뒤 7년 후'로 대폭 늦춰졌다. 용산공원은 당초 미군이 2016년까지 전체 기지를 반환하는 것을 전제로 2027년에 공원조성을 마치는 일정으로 추진돼 왔다. 용산공원 종합 기본계획 연구책임자인 배정한 서울대 교수는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면 미군으로부터의 완전한 반환에만 최소한 5년이 걸리고, 토양오염 정화 절차 등을 거치면 2030년대 초·중반에야 시민에게 용산공원을 개장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또 문제가 있다. 반환된 기지 부지의 환경정화 문제다.
지난 24일 서울 성북구 녹색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만약 강행을 하면 6월까지 용산 미군기지에 시민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면서도 "그렇게 하려면 미국과 매우 굴욕적인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반환된 기지의 환경정화 문제에 대해서도 짚어 봤다.
아래 정 사무처장과의 인터뷰 내용.
"미군기지 반환 늦어지는 이유? 환경정화비 때문이다"
프레시안 : 우선 이것부터 질문하겠다. 용산 미군기지를 반환은 아직 10%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왜 이렇게 늦어지고 있는가.
정규석 : 노무현 정권 때인 2004년도에 미군과 반환에 합의해 2008년도까지는 반환하는 것으로 했다. 그런데 반환이 시작된 게 2020년 12월이다.(스포츠필드와 소프트볼 경기장 등 총 5만3418㎡) 그리고 올해 2월 약 16만5000㎡를 돌려줬다. 그래서 총 반환 받은 것은 전체 면적의 약 100% 정도 된다.
프레시안 :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규석 : 미군 입장에서는 평택기지로 이전하면서도 여전히 용산기지 터에서 쓰고 싶은 것이 있다. 헬기장이나 미국 대사관, 일부 군사시설 등이다. 이런 것들은 용산기지에 여전히 남기고 싶어 한다. 이것을 두고 한국 정부와 이견이 있다.
또 하나는 환경비용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선례가 있다. 부산 하야리아, 부평의 캠프마켓, 원주 캠프 롱 등 이미 반환된 미군기지 부지를 봤더니 환경오염이 심각했다. 우리 정부는 이들 지역의 환경정화 비용으로 200억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000억 원 정도가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레시안 : 미군이 떠난 자리의 환경정화 비용은 한국에서 내야 하나.
정규석 : 기지 이전 비용도 우리가 내야하고, 환경정화 비용도 우리가 낸다. 그런데 이 비용이 천문학적이라서 그 비용을 두고 미국과 협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미군기지 반환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애초 기지 반환 협상을 마무리하기 전에 환경정화 비용 등도 협의가 다 끝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냥 빨리 기존 기지에서 나오는 게 답이다. 나왔는데, 환경정화 비용을 어떻게 요구할 수 있나. 그러니 우리 입장에서는 미군이 기지에 있을 때, 어떻게든 그 비용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져왔다. 용산 미군기지 반환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다.
프레시안 : 용산 미군기지는 다른 미군기지보다 오염도가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규석 : 과거 이곳 부지에는 청나라 군대부터 일본 군대까지 있었다. 이후 미군이 들어왔다. 기본적으로 건물들이 매우 오래됐고, 시설들이 낡았다. 각종 배관들도 다 낡을 수밖에 없다. 그런 곳에서 보일러 등을 사용하면 기름이 샐 수밖에 없다. 그것이 토양에 들어가는 식이다. 자연히 환경오염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미군기지, 즉 동두천이나 의정부, 부천 등의 경우 미군이 전략적 판단으로 인원이 빠지고 재배치를 하는 일이 있었지만, 용산 미군기지는 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러니 환경오염이 다른 기지와 비교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오염도가 심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나 데이터가 있는가.
정규석 : 용산 미군기지 앞 지하철역 지하터널에서 오염된 지하수가 발견된 적이 있고, 인근 공사장에서는 유출된 기름이 발견된 적도 있다. 유출된 기름을 측정을 해보니 500배가 넘는 발암물질이 나왔다. 미국의 정보 자율법을 통해 살펴보니, 미군 용산기지 내에서만 유류 유출 사고가 84건이나 있었다.
프레시안 : 반환받기 전, 미리 기지 내 환경 문제를 조사할 수는 없는가.
정규석 : 환경부에서 일부 지역을 조사하기는 했다. 그런데 한미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한미 양국이 동시에 취득한 정보를 외부에 발표할 때는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래서 우리 환경부가 조사한 내용을 미군이 허락해주지 않으면 공개를 못한다.
"지난 20년 가까이 끌어온 것을 단 3개월 만에 끝내겠다는 것"
프레시안 : 국토부가 작년 12월 발표한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 변경계획'을 보면 용산 미군기지를 공원으로 변경해 개장하는 시점은 기존 2027년에서 '미군기지가 완전히 반환된 뒤 7년 후'로 대폭 늦춰졌다. 즉 '알파+7년'인 셈이다. 언제 미군기지가 반환될지 모르니 알파로 해놓은 것은 알겠는데, 그 뒤에 +7년은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 궁금하다.
정규석 : 기지를 반환받고 환경정화를 하는 시간이 7년 정도 걸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7년은 매우 보수적인 숫자다. 직접 조사를 해봐야 얼마나 걸리는지를 알 수 있지 않겠나.
프레시안 : 기지만 반환받으면 환경조사 없이 그대로 공원조성을 할 수도 있을 듯하다. 땅속 오염이기에 눈에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규석 : 공원을 조성한다면 연못도 만들고 나무도 심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기 위해서는 땅도 파고 공사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다 기름 섞인 지하수가 나오면 어떻게 하겠나.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프레시안 : 윤석열 당선인은 6월에 무조건 시민공원을 열겠다고 했다. 상황상 쉽지 않은 듯하다. 이것이 가능하겠나.
정규석 : 만약 밀어붙인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는 미군에 아무런 요구도 하지 못하게 될 게 뻔하다. 아까 말했듯이 미군은 용산 미군기지 내에 자신들이 쓰고 싶은 부지가 있다. 이것을 지금까지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만약 6월까지 미군기지를 반환받으려면 미군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그간 환경 정화비를 두고 논의를 이어오지 않았나. 그것도 우리가 다 지불하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군으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결국, 미군에 굴욕적인 협상을 하면, 6월까지 미군 용산기지를 반환받고 그 자리에 시민공원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그렇게 반환받은 부지에서 환경정화는 물론, 환경조사도 하지 않아야 그 기간에 시민공원이 조성될 듯하다.
정규석 : 당선인이 공원을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한 것은 '모든 걸 그냥 우리가 다 책임질 테니 미군은 그저 반환만 하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프레시안 : 이번 논란에서 차기 대통령의 환경 분야를 바라보는 시각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이미 원자력발전소도 다시 짓겠다고 하지 않았나. 4대강 사업도 다시 되돌릴 뿐만 아니라 제주2공항이나 흑석도 공항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보다는 속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규석 : 단적인 예로 인수위원회에 파견된 각 부처 공무원들 중에는 환경부가 없다. 한마디로 환경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앞으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의 방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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