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시기 의료공백 우려에 대응하겠다'며 코로나에 걸린 의료진의 격리 기간을 3일로 단축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의료 노동자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작 적절한 인력 충원은 이뤄지지 않아 의료인력 부족 문제는 악화됐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의료연대본부는 24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오미크론 변이 유행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보건의료 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하고, 정부에 방역지침 완화 중단, 인력 충원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의료연대본부는 정부가 지난 1월 코로나 유행 확산에 따른 의료 공백에 대비하겠다며 발표한 업무연속성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 지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업무연속성계획은 의료진 감염 확산에 대비한 의료기관의 위기 대응 가이드라인이다. 이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확진자 5만 명 이상인 3단계 위기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경증 혹은 무증상 코로나 감염을 겪은 의료진의 격리 기간을 본인 동의 하에 3일로 단축할 수 있다.
김민정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은 "업무연속성계획이 발표된 이후 이를 악용하는 의료기관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진은 최소 3일이 아니라 최대 3일 격리되고 있다"며 "아직 증상이 심한데도 '격리기간이 지났으니 업무에 복귀하라'거나 '그 이상 쉬려면 개인연차를 사용하라'고 하는 의료기관도 있다"고 했다.
김 부장은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의료진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감염 전파 위험성이 있는데도 근무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코로나 증상이 있었지만 출근한 간호사가 근무 중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보지 못한 셈이다.
이정현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의료진이 코로나에 걸린 채 일하면서 병원 내 감염 문제도 심각해졌고, 기저질환자에게 코로나가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며 업무연속성계획 지침이 환자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가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의료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는 악화됐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 부장은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16시간 연속근무나 쉬는 날 없이 6, 7일 연속해서 일하는 등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며 "코로나가 유행한지 2년이 지났는데 환자 곁을 떠나지 못하고 지키는 의료진들의 희생이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나"라고 물었다.
이 위원은 "당초 정부는 오미크론 유행 정점의 최고치를 30만 명으로 예측하고 위중증 환자 대응 능력이 충분하다고 발표했지만, 확진자는 이미 예측의 두 배를 넘었다"며 "의료 현장에서는 델타 변이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 인력 충원 등 의료인력 부족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 △ 방역지침 완화 중단과 방역지침 준수에 대한 지원 강화 △ 민간병상 확보를 통한 코로나 환자 병상 충원 △ 의료기관의 업무연속성계획 악용을 막기 위한 세부지침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또 요양보호사, 간병노동자,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보건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를 맡은 현지현 의료연대본부 정책국장은 "코로나 이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의료진이 환자를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정부도 의료 노동자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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