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과 관계 단절을 경고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성공을 주장하는 등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전례 없는 제재에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미국은 러시아의 생화학무기 사용 징후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방공 미사일 시스템 제공을 협의 중이라고 맞섰다.
21일(이하 현지 시각) 러시아 외무부는 주러시아 미국 대사를 초치했다며 "존 설리번 주러시아 미국 대사에게 최근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용납할 수 없는 발언과 관련한 항의 노트(외교 공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국가 최고위급에 어울리지 않는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과 관계를 단절의 경계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 행동은 단호한 대응을 불러올 것임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반응은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한 대응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날인 17일에도 푸틴 대통령에 대해 '살인 독재자', '폭력배' 등의 단어를 사용해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러한 노골적인 비판을 한 이유는 지상 전투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의 민간 시설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며 어린이와 임산부 등을 사망하게 하는 등 사실상 전쟁범죄 수준의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습에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동원했다. 러시아 매체인 <타스>통신은 21일 러시아 국방부가 극초음속 미사일인 Kh-47M2 '킨잘'을 사용하고 이에 대한 효력을 확인했다며 "특별 군사 작전 동안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에 대해 이 미사일을 이용한 공습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최대 비행 속도가 마하 10(시속 1만 2240km)에 달해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격추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무기 체계로 알려져 있다. 이에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른바 '게임 체인저'로 불려왔으며, 개발에 성공한 국가도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몇몇 국가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해당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다는 러시아의 발표에 대해 "러시아가 서방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일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관련한 내용이 없다"고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 사용을 두고 우크라이나 침공 및 수도 점령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현 상태로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는 러시아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거짓이고, 오히려 이를 구실로 푸틴 대통령이 생화학 무기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궁지에 몰려서 이제는 우크라이나가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가짜 깃발(false flags)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가짜 깃발 작전은 상대가 먼저 공격하는 것처럼 꾸미고, 이를 통해 상대를 공격할 구실을 만들어내는 수법을 의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의 생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직접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이 강화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미국이 장거리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사용법을 알고 있는 익숙한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 구소련이나 러시아의 방공 미사일을 제공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국 중 구소련이나 러시아에서 만든 방공 미사일을 보유한 국가가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위치한 마리우폴을 압박하면서 우크라이나 군에게 무기를 버리고 도시를 떠나라고 최후통첩을 전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최후통첩을 이행할 수 없다면서 결사항전 의지를 보여 양국 간 전면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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