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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20년 현대‧기아차, 철수인가 재도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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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출 20년 현대‧기아차, 철수인가 재도약인가

[좋은나라이슈페이퍼] 중국 진출한 한국 제조업체에 대한 향후 방향의 제언

중국은 한국의 최대 규모의 교역국이고, 2021년에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2번째 교역국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지정학적 특징으로 인하여, 안보와 경제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하기는 하지만, 한국의 가장 인근에 중국이라는 세계 거대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은 굉장한 기회이다. 중국의 GDP는 2021년 세계GDP의 18%, 미국 GDP의 70% 규모로, 2030년경이면 미국 GDP를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제조업의 해외 진출 목적은 크게 3가지로, 원자재와 중간재 구입을 통한 본국으로 Buyback 목적과 해외 현지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제 3국가로 수출하려는 목적, 그리고 현지 내수 시장 진입이다. 현재는 반도체가 워낙 호황이라 모든 경제 지표를 압도하여, 중국과 무역에 있어 전체 통계 지표는 양호하지만 중국 내수 시장을 목표로 하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글은 중국 내수 시장을 목표하는 한국 제조 기업 특히 자동차 분야의 어려움과 환경 변수 등을 고려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우리의 강점을 뒤돌아보고 여러 시나리오 중 어떠한 효과적인 방안이 있는지 고찰을 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필자)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한국 제조업의 현황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대표적인 산업군은 핸드폰과 자동차가 있다. 핸드폰은 전멸의 상태로 LG전자는 핸드폰 사업을 접을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한때 20%를 잠식하던 삼성 핸드폰 또한 1% 미만의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2016년 대비 2021년의 실적은 –65%로 존재감 자체가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 내수를 목적으로 진출했던 많은 한국 제조업이 철수한 것은 여러 데이터들이 증명하고 있다. 북경의 한국인은 한때 8만 명을 육박하였으나, 이제 2만5000명 수준이고, 칭다오의 한국인은 15만 명에 이르렀으나, 이제는 5만 명 이하이다. 산동성의 한국 기업체 수가 2만개를 상회하던 시절도 있었으나, 이제는 8000개로 –60% 수준으로 현대‧기아차의 성적과 거의 유사한 패턴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한국 기업들에게 이렇게 심각한 타격을 주었을까? 대기업은 2010년 전후의 초호황 시절에 안주하여 지속적인 내부 혁신의 속도가 늦었고, 중소기업은 중국의 1년 발전 속도가 한국의 2년에 해당한다는 변화 속도에 대한 대처가 늦었다. 2010년경 중국의 성장률은 10%를 상회하고 한국은 3%대로 고착되던 시기에도 우리는 중국의 발전 속도에 대해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다. 중국의 빠른 변화에 대해 한국 기업이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드란 외부 환경 변화라는 결정타를 맞았고, 한국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의 25년의 초호황 시대를 한순간에 접게 되었다. 이제라도 우리를 정밀하게 뒤돌아보며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재성장의 발길을 찾아보자.

중국의 환경 변화와 우리의 기회

현재 미·중 충돌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처럼 절대적이지 않은 미국은 동맹이라는 이름의 연합 전선을 펼치며 중국을 둘러싸고 있고, 중국은 고립무원의 상태로 중립을 지키는 국가들과의 연대만으로도 감지덕지하는 상태이다. 과거 미국이 절대적인 우위를 나타내던 1985년 PLAZA 회담 당시의 미국은 홀로 세계 최상위 4개 나라를 한자리에 불러서 모든 문제를 즉석에서 해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이 홀로 상대하기에는 중국이 너무 커버렸다. 지금의 미·중 싸움은 단기간의 전쟁이 아니라, 세계 패권을 두고 싸우는 전쟁인지라 20년 심지어 30년을 예측하기도 한다. 또한 현재는 중국이 수세적 상황이지만 2028년 이후로는 중국이 공세적 역할을 할 것이란 예측도 제법 있다. 이럴 때 한국의 중도적 입장이 중요하고, 한국 제조기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필요가 있다. 국제 역학에서 4가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는, '돈, 기술, 자원, 공장'으로 공장에서만큼은 중국이 절대 우세이고, 돈과 기술과 자원은 상대적 열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관계학에서는 절대 강자가 아닌 이상, 의리보다는 돈이란 실리가 중요하고 중국은 세계 공장이란 우리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강점을 갖고 있다.

어느 특정 국가의 위태로움은 '환율, 주가, 금리'로 나타난다. 그런데 2018년 이후 중국의 환율, 주가, 금리의 모든 지표는 매우 양호하다. 환율 지표인 외화 보유고는 사상 최고이고, 해외직접투자(F.D.I.)는 2020년 미국을 초과하였고 10년째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시가 총액은 사상 최대로, 2008년 대비 2020년 시가 총액은 3배로 성장하였다. 금리는 2%대의 안정적 추세로 흔들림이 없다. 또한 세계적 팬더믹 환경 아래에서도 안정적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강조하는 중국의 위험 요소인 기업 부채 규모는 GDP 대비 163%인데, 세부적으로 국유기업의 대출 65%를 제외하면, 민간 기업의 대출은 98%이다. 최근 불거진 헝다 사태에 우리 또한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으나, 헝다의 문제는 전형적인 경영층의 판단 실패로 헝다라는 1개 회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국 전체로 볼 때 찻잔속의 미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팬더믹 환경하에서도 지표상으로는 매우 긍정적인 시장이다.

과거 왕정국가 시절의 중국은 전 세계 GDP 18%를 생산했고, 주변 국가에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려고 했다. 현재 중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GDP 비중의 상승 속도는 가히 폭발적으로, 1980년 2.3%에서 불과 40년만인 2021년에는 18%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2위 국가 자리에 안주하느냐 아니면 1위 국가 등극을 위한 쟁패(爭霸)를 하느냐가 그것이고, 이 문제가 미·중 갈등의 시작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은 무역을 넘어선 군사, 기술, 금융으로 지속적으로 중국을 괴롭힐 것이고, 중국은 현재 유일한 무기인 세계의 공장이란 지위를 바탕으로 방어를 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한국의 기회는 여전하다. 다만 그 기회가 5년, 길어야 10년이다.

물론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위치까지 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하드 파워는 빠르게 발전을 하였는데 반해, 소프트 파워까지 동반하여 세계를 이끌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최상급으로 인정받으려면, 눈에 보이는 부분과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요소가 최상급이라야 한다. 동일한 가성비는 동일 기능, 동일 성능, 동일 품질에서 비교해야 한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물질 요소 외에 시간이 지나야 확인이 가능한 내구성 요소를 합하면 과연 가성비가 앞설까 하는 의문도 든다. 자동차의 중고차 가격이 현실적인 경쟁력 지표이다. 동일한 모델의 일본차라도 일본에서 만든 것과 중국에서 만든 것의 중고차 가격은 많은 차이가 나는데, 이러한 내구 분야의 강세는 결국 소프트 파워와 직결된다.

▲ 2020 광저우 모터쇼 참가한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한국 자동차 업종의 강점

중국 자동차 업체의 공급사슬을 보면, 한국의 20여 년 전 수준이란 걸 쉽게 알 수 있다. 중국 제조업은 한국에서도 모듈화, 무재고를 통한 적시(Just in Time)생산이 화두가 되던 2000년 시절과 유사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중국 자체의 자동차 분야 기술력을 살펴보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신형 자동차 모델 개발은 '전체모델변경(Full Model Change), 부분모델변경(Minor Model Change), 연간 모델변경(Year Model Change)'으로 구분된다. 전체모델변경은 평균 10년마다 이루어지며, 차종 자체의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으로 현대자동차의 아반테Avante(1500cc) - 소나타Sonata(2000cc) - 그랜저Grendeur(2500cc) - Genesis(3000cc) 진화 사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부분모델변경은 주로 동일 차량의 기능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그랜저Grendeur1에서 그랜저Grendeur2, 그랜저Grendeur3로 진화하는 것을 말한다. 연간모델변경은 외관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2019년산 Sonata에서 2020년산 Sonata, 2021년산 Sonata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중국의 자동차산업은 자체 기술로 서방국가의 지원없이 '전체모델변경과 부분모델병경'을 총괄 지휘할 최고의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을까? 답은 '없다, 현재로는 불가능하다. 10년의 세월이 더 필요하다'이다.

이러한 구모델의 변경을 위해서는 설계 능력과 제조 능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모델을 디자인 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설계 기술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세부적 구성 요소 부품을 공학적으로 완벽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서방 국가의 지원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설비에서도 핵심 생산라인 설계 엔지니어와 설치 엔지니어, 중량감 있는 유지보수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재 중국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제조 강국이다. 그러나 핵심 생산라인의 대부분이 서양 국가의 설비이다. 설비의 유지보수는 A급 대단한 위험, B급의 상당한 위험, C급 다소 위험, D급 가벼운 위험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자동차산업은 C급과 D급 유지보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서방 유지보수 엔지니어의 지원없이 자체적으로 A급과 B급의 유지보수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이 닮고 싶어하는 것은 한국의 생산 기술 능력이다.

서방국가를 기준으로 봤을 때, 기업 인당 생산성이 3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각각 향상될 때마다, 기업의 기술연구소의 위치 변화가 있었다. 1인당 생산성이 30만 달러 이하 시절에는 기술연구소가 없었고, 30만 달러 ~ 50만 달러 시절에는 제조 공장의 부속 건물에 기술연구소를 운영하다가, 50만 달러 ~ 100만 달러가 되면 회사 내 독립 건물의 기술연구소를 운영했다. 그러다가 100만 달러 이상이 되면 기술연구소가 회사 내부가 아닌, 시내 교통 요지로 이동을 하여 디지털 제조시스템을 통해 전체를 통합 관리하였다. 또한 개발 능력에서도 1) 개발목표, 2) 개발범위, 3) 팀 구성, 4) 팀별 역할, 5) 사업기간 6) 사업비, 7) 목표 인증이 명확하고, 회사 전체가 공유된 인식을 가져야한다. 그래야 설계에서 제조, 판매까지 물 흐르듯이 일관성을 가진다. 이러한 기술 능력을 진정한 소프트 파워라 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한국 기업들이 절대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

기업의 투자란 엄밀히 시설(施設) 투자와 설비(設備) 투자로 나눌 수 있다. 시설 투자란 향후 판매를 예측하여 이루어지는 선행 투자를 말하고, 설비 투자는 현재 계약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투자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시설 투자는 선행 투자로 3년 후의 판매량을 예측하여 필요한 규모의 투자를 하고, 설비 투자는 후행 투자로 현재 계약분의 10배의 규모를 예측하여 투자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5년 전부터 힘이 너무 빠진데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선행투자인 시설 투자를 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자동차 관련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산재한 공장들을 한국 본사에서 일괄 관리하는 통합형 생산 메카니즘을 운영한지 20년이 넘었다. 신흥 시장에서는 시설 투자를 추구하고, 중국처럼 기존 진입된 시장에서는 설비 투자를 통해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리고 전 세계를 일원화하여 운영하는 공급망 관리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다.

중국 공장의 SOE화 통한 소프트 파워의 경쟁력 향상

중국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즐비하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과거 임가공 생산 방식을 운영하던 기업들은, 현재는 동남아시아로 이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제 소프트 파워에 걸맞게 한국의 중국 진출 회사를 우수 자회사(S.O.E, Subsidiary of Excellence)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수 자회사란 특정 일부 분야에서 본사보다도 향상된 혁신기업을 말한다. 특히 중국은 내수 시장이 방대하고,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배운 노하우가 많기에 우수 자회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외 기업의 우수 자회사와 여러 경험을 공유하면, 중국 한국 자회사들의 소프트 기술력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기술이란, 설계 기술, 제조기술, 사업화 기술로 나눌 수 있다. 우리 한국 기업들이 해외 공장 단위에서 설계 기술과 제조 기술을 우수기술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설계 기술과 제조 기술의 경우는, 본사의 표준화에 맞추어 사내 검증을 통한 제도화를 요구하므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업화 기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사업화 기술이란, 쉽게 현장 적용 기술로, 예를 들어 하얼빈에서 요구되는 스노우(Snow) 타이어와 광저우에서 요구되는 레이니(Rainy) 타이어는 다른데, 본사의 표준화된 타이어를 가지고 광저우용과 하얼빈용으로 맞춤식 타이어로 제작하는 게 사업화 기술이다. 이럴 때는 기술의 초점을 타이어란 기초 기술에 맞출게 아니라, 응용하는 제품 프로세스 기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또한 동부 연안 지역의 부유한 지역에서 요구하는 전장품의 옵션과 서부 내륙 지역의 저소득층에서 요구되는 기본 사양에도 큰 차이가 있다. 세부적으로 연관 기술, 파생기술, 응용기술로의 기술 확대는 우수 자회사로 가기 위한 중요한 잣대이다. 비교적 간단한 연관 기술과 파생 기술의 시행착오의 반복 속에 단계적으로 발전하며, 해외 개별 공장은 서서히 우수 자회사로 변화가 기업의 역사이다.

수년째 중국 현지 시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 중의 한명으로 나 역시 반성하고 복기하며 다시 기회의 발판을 잡으려고 준비 중이다. 다행히 나는 중국에 공장이 없기에, 우리 한국 기업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우리의 강점과 중국 기업의 장점을 제 3자의 눈으로 객관화할 수 있었다.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의 해이다. 해외 제조 기업은 10년 주기로 3번의 패러다임 변화라는 생애주기가 있다고 현장에서는 이야기한다. 초기~10년은 진입/성장기이고, 10년~20년은 성숙기로 치열하게 현지 기업들과 경쟁하고, 20년~30년은 쇠퇴기로 현지 기업의 성장에 따른 급격한 경쟁력의 상실이라고 이야기한다. 올해는 현대·기아차가 중국 진출한지 20년이 되었고, 쇠퇴기를 맞아서 철수할 것이냐 아니면 다시 두 번째 사이클의 성장기로 진입할 것이냐의 기로의 순간이다. 우리를 정밀하게 돌아보고, 다시 중국인들이 우리의 호칭을 한국인(韓國人)이 아닌 큰형님(大哥)이라 부르던 시절로 재도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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