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기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자산 격차가 커진 전철을 윤석열 정부도 밟을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선 기간 윤 당선인이 낸 규제 완화 정책을 재점검하고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강화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LH 사태 1년을 맞아 열린 좌담회에서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윤 당선인 공약에 우려를 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문재인 정부, 핀셋규제 의존해 부동산 격차 키워"
이 변호사는 우선 문재인 정부 시기 부동산 정책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글로벌 차원의) 장기 저금리 상황, 풍부한 시장 유동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자산 시장 가격이 대세 상승기에 돌입할 것임을 예측하지 못하고 국지적 투기만 잡으면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고 잘못 판단"한 점을 들었다.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가 늘린 시장 유동성으로 인해 더 커지는 등 특히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가격 대세 상승 요인이 매우 컸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일부 규제만 핀셋 적용하는 등 잘못된 대처를 해 시장 가격 상승을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핀셋 규제로 대표되는 국지적으로만 강한 수요 억제 정책"을 폈고 "특히 2019년 이후 금융 확장 정책과 시장의 유동성,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으로 점점더 심각"해지는 와중에 "2020년 코로나로 국내 경기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 예상되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의 0.5%까지 낮추었는데도 정부는 경기 수축을 우려하여 금융 대출을 확장하여 돈 풀기에 집중함으로써 시중에 이미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던 유동성과 합쳐져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잘못된 대처가 "같은 시기에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주택 등 자산 상승이 크게 나타났지만, 한국이 유독 심했"던 원인이었다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구체적 실정으로 이 변호사는 우선 보유세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을 꼽았다. "국토교통부가 주택 가격 상승 추세를 억제하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추진했으나 기획재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 지역을 동단위 핀셋 지정하도록 요구"하는 등 잘못된 대처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또 문재인 정부가 주택 담보 대출 비율(LTV)과 소득 대비 부채 비율(DTI)의 합리적 개선,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DSR)의 단계적 도입을 추진하겠다던 취임 일성과 달리 "박근혜 정부 때까지는 우려할 만한 규모나 증가세가 아니었던 전세대출이 문재인 정부에서 빠른 속도로 크게 확대"됐고 이는 결국 갭투기로 이어져 아파트 가격 급등을 주도했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2020년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금리로 인하된 이후 여러 국책기관이 부동산 버블을 경고하자 (그제야) 금융위원회가 작년 4월 29일 차주 단위의 DSR 단계적 확대 시행을 발표하고, 작년 하반기에 와서야 가계대출 확대를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한발 늦은 규제로 인해 자산 격차만 키웠다는 비판이다.
이 변호사는 또 "2020년 기준금리 0.5% 인하시부터 대규모의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는데 1년이 지난 시점에 이르러서야 가계대출 확대를 규제하는 등의 늑장 대응"을 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여러 가지 의미있는 개혁 조치들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정책 실패로 평가받는 상황"이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 같은 점을 교훈 삼아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와 과오를 거듭했던 기획재정부의 주택 부동산 세제 기조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주택 금융 관련 정책,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다주택자 정책 및 민간임대주택 등록 확대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평가하고 투기억제와 자산불평등 완화를 위해 정책 방향을 재설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공약 집값 또 띄울 가능성 우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제시한 공약에서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윤 당선인이 제시한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재산세 부담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의 한시적 완화, 취득세 감면 등의 정책은 새 정부 초기부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어 주택·토지 가격을 다시 앙등하게 할 가능성이 커 매우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다주택자 정책이 잘못되면 주택과 토지 시장의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며 "주택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취득세, 소득세(법인세 및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에 걸친 광범위하고 과도한 세제 감면 혜택을 폐지하고 임대사업자가 일정한 조건을 준수하여 장기임대를 할 경우 임대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에 대해만 합리적인 수준의 세제 지원을 하는 제도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그 밖에도 차기 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 방향으로 우선 "DSR 40% 기준을 모든 차주로 확대해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가계부채와 주택담보대출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다.
그 같은 맥락에서 오히려 대출 자금의 시장 유입을 자극하는 "청년, 생애 최초 무주택자 등에 대한 LTV 80% 완화 공약도 크게 잘못"됐다며 이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자산의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이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지방 산업과 교육기관, 공공의료서비스, 지방도시재생 등에 집중 투자"해서 "청년이 수도권으로 몰려들지 않게 해야 수도권 집값과 지가를 잡을 수 있"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공공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하는 대책도 필요하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신도시와 수도권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을 최소화해 공공주택을 최대한 공급하고 △공공주택사업자에게만 매각할 수 있는 저렴한 환매조건부 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3기 신도시에 비싼 민간 분양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계획을 변경해 공공택지에 공급하는 분양주택은 공공사업자에게만 매각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대선 공약인 공공임대주택 매년 10만호 공급 공약은 현행 문재인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연 14만호 공급)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이라고 이 변호사는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또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투기 규제 방식을 전면 개편하여 사후적, 국지적 핀셋 규제가 아니라 선제적, 포괄적인 규제 정책"을 차기 정부가 일관성 있게 유지할 것을 조언했다. 농지법의 농지 소유제도를 농업인 중심의 보유제도로 강화하고 농지 전용 억제를 강화해 농지를 농업인이 농업에 이용하도록 이용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행정 조치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종합하자면 윤석열 정부가 급격히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으나, 그와는 반대로 윤 당선자가 내건 공약은 오히려 시장 유동성을 자극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담겼다. 실제 윤 당선인은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폭 완화하고 대출 규제도 완화하는 등의 공약을 내놓았고, 이에 시장 기대감이 커진다는 지적이 많다. 벌써부터 범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 문의가 이어진다는 식의 부동산 기사가 생산되고 있다.
다시금 부동산 시장의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다만 경제지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부동산 급등을 비판했던 논조가 새 정부 들어 "상승 기대감이 커진다"는 논조로 변형된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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