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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반대" 조국 떠나는 러시아인들…전쟁 반대 세대 갈등에 갈라진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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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반대" 조국 떠나는 러시아인들…전쟁 반대 세대 갈등에 갈라진 러시아

우크라 침공 반대 인사부터 중산층까지 떠나…BBC "러시아, 인력 유출 직면"

러시아가 자국 내 반전 운동에 대해 체포 등 강경 대응을 지속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의 인근 국가로의 도피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2008년 러시아의 침공을 겪은 바 있는 조지아 등 인접국민들의 광범위한 환영을 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Info는 13일(현지시각) 러시아 내 37곳 도시에서 반전 시위에 참여한 864명의 시민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24일 이래 침략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1만5000명에 육박하는 시민이 연행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의회는 지난 4일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명백한 허위 정보를 공개적으로 유포할 경우 최대 징역 3년, 특히 허위 정보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을 경우 최대 15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 소식이나 러시아 국영 언론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나 '침략'이 아닌 '특수 군사작전'으로 부르고 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러시아 내에서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렵게 되면서 국외로 도피하는 러시아인들이 늘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콘스탄틴 소닌 시카고대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침공 뒤 20만 명에 달하는 러시아인이 나라를 떠났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를 떠나 인접국 조지아로 도피한 로만 미하일로프(25)는 <AFP> 통신에 "나는 푸틴에 반대한다. 내가 러시아에 남아 있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푸틴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처럼 감옥에 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비판해 온 나발니는 2020년 독살 시도를 당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감옥에 갇혀 있다. 

<AFP> 통신은 제재로 인해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거의 두절된 상태에서 러시아인이 비자 없이 1년을 머물 수 있는 조지아로 러시아인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뒤 이미 2만명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조지아로 도피한 것으로 추산된다.

<BBC> 방송은 역시 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인접국인 터키, 중앙아시아, 아르메니아 등으로 도피하는 러시아인들도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아로 도피한 러시아인인 예브가니 랴민(23)은 "푸틴 체제에 반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러시아에서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BBC>에 말했다.

반전 운동가 외에 평범한 시민들의 국외 도피도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법 개정에 따라 체포될 위험에 처한 언론인, 활동가 뿐 아니라 예술가 및 기술, 법률 등 많은 분야 종사자들이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인들이 제재로 인해 여행길도 막히고 이케아, 스타벅스 등 중산층이 즐겨 이용했던 상점들도 대거 사업을 철수하면서 "중산층의 안락한 삶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목도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러시아가 더욱 깊은 권위주의로 치달으면서 많은 러시아인들이 그들의 미래에 절망하고 있다"고 봤다.

국외 도피가 이어지면서 인력 유출도 가속화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BC>는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우수 인력 유출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주자 중 많은 수는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기술 산업 종사자"라고 지적했다.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이 방송과 인터뷰한 한 게임 개발자는 "이제 (러시아 내에서) 어떤 시위도 폭력적으로 진압될 것을 안다"며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기술과 돈을 다 가지고 나라를 떠나는 것이다. 내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국영 매체를 주로 보는 많은 나이 든 세대의 러시아인들이 실제로 러시아가 전쟁 중 저지르고 있는 행위에 대해 정확히 모른 채로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며 러시아 가정 내에서 세대 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베리아의 작은 마을 출신인 빅토리아 고흐(28)는 <가디언>에 "엄마와 통화하면서 엄마가 이 전쟁에 대해 정부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잘못은 나토에 있으며 러시아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러시아 정치 전문가인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 선임 연구원을 인용해 "전쟁을 어떻게 인식하냐는 어떤 뉴스를 보느냐에 달렸다. 만일 텔레비전을 본다면 당국의 공식 발표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나이든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더 많이 보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콜레스니코프 선임 연구원은 이어 이 매체에 "젊은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에 반감을 가질 가능성이 적다. 반전 시위 또한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국외로 도피한 러시아인들이 환영받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특히 많은 러시아인들이 도피처로 선택한 조지아의 경우 2008년 북부 남오세티야 친러 주민들 보호를 명목으로 한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바 있다. 조지아는 이후 해당 지역의 통제권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조지아인들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과 2008년 조지아 침공을 유사하게 보고 있다"며 조지아로 도피한 러시아인들이 러시아에 반대하는 그래피티와 소셜미디어에서의 적대적인 글 등 위협적인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조지아 은행이 새로운 러시아 고객들에게 푸틴의 침략에 반대하고 러시아가 조지아 영토 일부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성명에 사인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조지아인들은 집주인들이 러시아인들에게 세를 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덧붙였다. <AFP>는 조지아에서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과 이주 정책을 더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서명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12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한 시민이 '나는 러시아인이고 전쟁에 반대한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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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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