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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키이우 인근 진격, 시가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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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키이우 인근 진격, 시가전 본격화

젤렌스키 대통령 "러시아 침략자들은 우리 정복 못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25km까지 진격하며 본격적인 시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결사 항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러시아와 구체적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12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방송 <CNN>은 러시아 군이 키이우의 서쪽과 북쪽, 동쪽을 포위하면서 압박 작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 과정에서 키이우 주변의 소도시와 교외 지역에서 양국 간 충돌이 있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진입할 경우 시가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 새벽 영상메시지를 통해 "러시아의 침략자들은 우리를 정복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그럴만한 힘과 정신이 없다"며 항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침략자들은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일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토대가 마련돼있지 않다"며 "러시아가 이국의 땅에 갈 때마다 그들의 꿈은 불가능했다"고 말해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12일 러시아의 포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키이우의 한 건물에 소방관들이 진입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하지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다른 도시들을 포위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에서 150km 떨어진 체르니히우를 일주일째 포위하면서 전기와 식수, 가스 등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인터넷 망도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또 사망자 시신 처리 및 부상자에 대한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군은 이 도시의 상징적 건물인 '호텔 우크라이나'를 폭격하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주에 위치한 아조우해의 연안 도시인 마리우폴도 12일째 포위하고 있는데, 이곳 역시 외부와 연결이 차단된 상태로 지금까지 1582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민간인의 피해가 계속되면서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양국의 협상팀이 구체적 사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양국의 협상팀이 '최후통첩'을 교환하는 것이 아닌 구체적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 역시 양국이 세 차례 대면 협상 이후에도 화상 등을 이용하여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양국 간 전쟁을 끝내려면 서방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관여해야 한다며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에게 예루살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정상회담을 열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단시간 내에 양측의 협상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했으나,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프랑스 측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비인도적인 행위를 저지르면서 민간인을 방패삼아 교전 지역에서 민간인들의 대피를 막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12일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기 등 군수물자 지원을 위한 24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금은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구입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미 당국자는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과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인 스팅어 등의 무기들이 지원될 것이며, 이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 배치돼있는 미국 무기들이 제공될 것으로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해 '항구적 정상 무역 관계'(PNTR)에 따른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고 러시아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등 추가 제제 조치를 실행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은 러시아의 고립을 심화하기 위한 경제적 압박과 공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번 조치에 주요 7개국(G7)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이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에너지 분야 외에 다른 분야에서의 러시아 투자를 금지하며, G7 국가들은 러시아가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을 차단할 예정이다.

미국은 △러시아산 보드카와 수산물, 다이아몬드 등 사치품 수입 금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부인 및 자녀 제재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를 지원하는 은행과 가상거래화폐소 법적 처리 등의 추가적 제재 조치를 단행할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은 침략자이며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번 조치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와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3차 대전이 될 수 있다"고 말해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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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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