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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이주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개인의 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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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이주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개인의 탓이 아니다  

[서리풀 연구通] "이주노동자 병들게 하는 현실 변화시켜야…"

농촌의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고,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해진지 오래다. 그러나 동시에 농업 분야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및 주거환경, 그로 인해 파생되는 건강 문제 또한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농업에서의 산재 발생 위험 역시 제조업이나 건설업에 비해 낮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 통계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이주노동자의 농업인안전보험 가입률은 그렇지 않아도 낮은 국내 농업인 가입률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2021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와 법무부는 농·어업분야 인력문제 해결을 위하여 외국인 계절근로자제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바로 가기 : 법무부 2021년 12월 14일 보도자료 '인구감소 지역 등 농․어촌 인력문제 해결을 위하여 외국인 계절근로제도를 대폭 개선합니다') 계절근로제비자(E-8)는 기존 단기취업비자(C-4, 90일)에 대해 농어촌에서 작업 일정 등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지속적인 체류기간 확대를 요청함에 따라 2019년 12월에 신설된 제도로, 최대 5개월까지 취업이 가능한 자격이다.

활성화 방안 중 눈에 띄는 점은 계절근로 참여 범위와 참여자 혜택 확대이다. 참여 범위에는 유학생(어학연수생 포함)과 문화예술인(D-1) 등이 포함되며, 계절근로 자격으로 5년간 성실근로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할 수 있도록 농·어업 이민비자 자격을 부여(추진)한다. 그런데 농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유학생과 문화예술 인력이 과연 농촌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을까? 향후 이민비자 자격이 부여된다면 이들의 거주지역에 대한 선택권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계절근로제도 활성화 방안은 앞으로 농어촌 이주노동자의 인권, 노동권, 건강권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 역시 필요하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국제학술지 <이민자와 소수자 건강>에 실린 연구로 유럽 맥락에서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건강 수준을 다룬 기존 문헌들을 검토한 연구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취약한 신체적·정신적 건강 상태는 열악한 노동조건, 사업주와 이주노동자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한 권력관계, 주거환경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한다는 것인데, '유럽'이라는 단어를 뺀다면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 실태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닮았다.(☞ 바로 가기 : 유럽의 농업 이주노동자 건강: 스코핑 리뷰)

연구팀은 1988년부터 2021년 사이에 발표된 유럽의 농업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 관련 문제 및 결과(신체적, 정신적, 사회맥락적, 직업적, 의료서비스 접근)를 탐색한 논문들을 검토했다. 총 5,894편 가운데 최종 19편의 논문이 분석에 포함되었는데, 이 중 절반 이상(14편)이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관한 것이었고, 그 외는 신체건강(6편), 정신건강(4편), 의료서비스 접근(3편)에 대한 내용이었다. 농업 이주노동자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는 고용 및 근로환경, 산업안전보건, 가족과 주거환경 등이 포함되었으며 이로 인한 건강 문제는 다양하였다. 다음 [표]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농업 이주노동자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과 건강 문제를 정리한 것이다.

먼저 연구팀은 농업이 유럽의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이 흔하게 종사하는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연구가 드물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을 막는 장벽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개입은 물론, 이들의 권리와 신체적·정신적·직업적 건강에 대한 법적 지원을 제공하는 NGO, 이주민협회같은 옹호단체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또한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에 우호적인 생활 및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지만 '여성' 이주노동자의 건강과 자살 문제 역시 별도로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이 연구 결과는 한국의 농업 이주노동자의 건강이라고 바꾸어도 무방하다. 따라서 연구팀이 제시하는 정책 제안 역시 적용 가능할 것이다. 국내에 입국하는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에 있어서 건강으로 인한 결격사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외국인 등록, 체류자격 변경 허가, 그리고 결핵고위험국가 출신으로서 장기비자 신청 등을 진행하면서 건강검진을 받고 건강진단서, 채용신체검사서, 건강상태확인서 등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발생한 질병, 사고로 인한 건강 문제, 나아가 자살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해결책은 이미 제시된 것과 같다. 이주노동자를 병들게 하는 현실을 변화시켜야 한다. 열악한 작업환경뿐 아니라 산업안전보건에서의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 나아가 고용허가제,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한 이주노동자의 체류기간 제한 완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강제 출국 완화가 근본적인 대안일 것이다.

* 서지정보

- Urrego-Parra, H.N., Rodriguez-Guerrero, L.A., Pastells-Peiró, R. et al. The Health of Migrant Agricultural Workers in Europe: A Scoping Review. J Immigrant Minority Health (2022). https://doi.org/10.1007/s10903-022-01330-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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