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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교체냐, 정권 교체냐, 이제 안철수가 화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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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치 교체냐, 정권 교체냐, 이제 안철수가 화답할 차례다"

[기고] 적폐교대 정권교체? 국민통합 정치교체?

김동연 후보가 먼저 화답했다. 출발부터 정치교체와 기득권 깨기를 통한 새로운 물결을 주창해온 터였다. 그는 어제 이재명 후보와 정치교체 공동선언을 한 데 이어 오늘부터 후보직을 내려놓고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겠다고 선언했다. 이재명 후보의 정치개혁구상을 민주당이 의원총회 결의로 뒷받침한지 3일 만에 이 후보가 정치교체와 통합정부의 동지이자 원군을 얻은 셈이다. 뿐만 아니다. 김종인과 윤여준도 이재명의 정치개혁과 통합정부 제안을 추켜세웠고 법륜 등 종교지도자들도 국민통합 지지선언으로 거들었다.

민주당은 여기에 '국민통합 정치교체' 프레임을 새롭게 가동시킴으로써 '묻지 마 정권교체' 프레임을 약화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때마침 3차례 진행된 법정TV토론도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묻지마 정권교체' 프레임 안에 갇혀 윤석열의 위험한 실체를 애써 외면해온 보수·중도유권자들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0년 냉동인간' 윤석열로 과연 먹고사는 문제가 나아질 수 있을지 현실적 불안감이 덮쳐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거대여당의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고 다당제 정치대전환과 통합정부의 깃발을 들면서 오랜만에 정국주도권을 손에 쥐고 막판 지지세를 모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화면접방식의 여론조사결과들은 이미 저변기류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준다.

참 놀랍고도 다행스런 변화들이다. 이재명의 기회 포착 능력도 놀랍지만 이런 막판 기회국면을 만들어낸 기저에는 안철수, 심상정이라는 인물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이들이 제3후보로 꿋꿋하게 버텨 캐스팅보트를 쥐는 상황이 오지 않았던들, 야구로 치면 9회 말 투 스트라이크 쓰리 볼 시점에서 '검찰·무속세력으로 정권교체냐, 다당제·통합정부로 정치교체냐는 새 프레임이 만들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정국에서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중으로부터 나름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안철수, 심상정은 그동안 다당제 정치전환의 이념적 근거는 물론이고 물리적 깃발 역할을 해왔다. 안철수가 중도정치의 얼굴이라면 심상정은 진보정치의 얼굴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둘 다 거대양당에 흡수되기를 거부하며 어렵사리 독자생존을 이어왔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다만 심상정의 진보정치가 역사적 맥락과 이념적 근거, 정치적 계보와 조직적 연결이 분명한 데 비해 안철수의 중도정치는 그 모든 것이 애매모호하고 미적지근하다. 안철수의 중도정치가 심상정의 진보정치에 비해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다.

그럼에도 안철수 본인의 말대로 지금까지 진영논리 극복을 외친 중도성향의 제3당 대선후보 중에 10년 넘게 정치생명을 유지한 사람은 안철수가 유일하다. 정주영, 이인제, 문국현, 고건, 반기문 등 제3후보들은 모두 정치권에서 잠깐 반짝이고 사라졌다. 그만큼 안철수는 민주당과 국힘당 양당의 기득권정치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들에게 큰 기대와 희망을 준 게 사실이다.

지금은 많이 빛이 바랬지만 정치데뷔 당시의 안철수는 놀랍도록 탁월한 구석을 많이 갖고 있었다. 기억해보자. 그는 의사 출신의 IT전문가로서 컴퓨터바이러스 퇴치프로그램을 무상공공재로 내놓으며 안철수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신세대 IT기업인이었다. 아이들이 닮고 싶은 인물 1위로서 한동안 초중등교과서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공공마인드를 갖춘 혁신기업인으로서 박원순, 문국현 등과 교류하며 시민사회 참여와 지원에도 적극적이었다. 전국대학을 순회하며 힘든 청년들을 격려해서 청년들의 희망 멘토로 떠올랐던 시절도 거쳤다. 안철수는 본인 말대로 기업을 운영하며 월급을 줘본 유일한 정치지도자라 실물경제와 공정거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와 지향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리해보자. 안철수는 의학과 IT,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통융합적 전문성과 다양한 정치경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사회를 발전시킬 나름의 비전과 식견을 갖췄다고 인정받는 대선후보급 정치인이다. 지난 10년 중 2~3년을 미국과 독일에서 과학기술과 경영혁신의 첨단현장을 둘러보며 미래 안목을 키운 점도 그만의 장점이다. 한마디로, 안철수는 한국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실력과 집념, 팬덤에 의지해서 지난10년 넘게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독자생존하며 정치근육을 강화해왔다. 이번대선에서도 그가 윤석열과 단일화 압력을 이겨내고 꿋꿋이 버텨주지 않았더라면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이 제살을 깎아먹는 다당제 전환과 통합정부 운영을 제안했을 리 없다.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이재명의 이번 정치교체 및 통합정부 제안은 안철수가 지금까지 모든 압력을 이겨내고 버티면서 캐스팅보트를 쥔 상황까지 왔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부끄러울 것 없다. 대선을 보름 앞두고 거대정당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다당제 전환이라는 정치적 대의를 앞세운 이유는 적폐세력으로 정권교체를 막고 대선승리를 담보하기 위해서였다. 솔직해지자. 그 제안은 다른 모든 후보를 향한 것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안철수를 겨냥한 것이었다. 안철수의 정치적 미래를 보장함으로써 안철수의 완주의지를 북돋는 게 최소치라면 안철수와 단일화해서 공동정부 구성까지 합의하는 것이 최대치다.

물론 이재명은 표의 등가성을 구현하는 '민심 그대로' 연동형비례대표제와 그를 통한 다당제 전환, 그리고 그 결과로서 국민통합 연합정치라는 정치적 대의를 오랫동안 꿈꿔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떤 대의도 상징적 인물과 손에 잡히는 실리에 의해 힘 있게 뒷받침될 때 비로소,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현실에서 구현될 힘을 얻는 법이다. 다당제 전환의 대의를 신념으로 간직해온 이재명이, 대선승리라는 실리를 위해, 안철수, 심상정, 김동연이라는 다당제 정치의 상징인물들에게, 다당제 정치교체를 위한 개헌과 법 개정을 공동으로 추진하며 사상처음으로 국민통합정부를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이제 김동연에 이어서 안철수, 심상정이 화답하면 다당제 연합정부를 통한 진영논리 극복과 국민통합정부 실현이 바로 코앞의 현실로 다가오게 될 참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난25일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전날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다당제 전환과 권력구조 개헌방향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고 '그렇게 좋다고 믿으면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해서 대선당락과 관계없이 추진하면 되지 않느냐'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진정성을 보이고 신뢰를 얻기 위해 지난28일 밤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해서 당론채택과정을 거쳤다. 오랜만에 몽골기병의 속도전을 본 느낌이다. 이렇게 해서 공이 다시 안철수, 심상정 후보에게 넘어갔다.

두 후보는 대선을 완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해서 두 후보가 다당제 전환과 공동정부 운영에 합의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내가 보기에는 없다. 다당제 전환은 본인들이 오랫동안 주창해왔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두 후보 모두 이재명을 새로운 파트너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이다. 공동정부 참여여부와 참여조건은 안철수, 심상정도 일정한 내부절차를 거쳐야 결정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이재명후보가 당선되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식으로 일정한 립 서비스를 하는 건 누구에게도 손해가 없다.

이미 이재명 후보는 각자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부서를 맡아 책임 운영한 후 국민의 평가를 받아보는 게 좋지 않겠냐며 속내를 내비쳤다. 안철수 후보는 과학기술분야, 심상정 후보는 노동복지분야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방식을 염두에 둔 것 같다. 물론 각 분야의 핵심정책에 대해서는 연정협약이 작성되어야 할 것이다. 내부절차와 정책조율, 연정협약 등을 고려할 때 이 부분은 구체적인 답변을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결선투표제가 있다면 안철수와 심상정은 이번 대선에서 1차 투표에서 탈락하고 결선에 오르지 못할 것이 100% 확실하다. 이때 안철수와 심상정은 누구하고 손잡을까? 윤석열은 정치교체 제안을 선거막판의 정치 쇼로 폄하하고 아무런 정치교체 구상을 내놓지 않았다. 영남지역주의와 보수카르텔에 토대를 둔 거대정당의 기득권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됐더라면 윤석열도 다당제 정치개혁안을 일부 수용했겠지만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안철수와 심상정의 요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다당제 전환과 통합정부 운영 방침을 긴급의원총회를 열어서 당론으로 채택하는 성의까지 보였다. 안철수와 심상정은 이번에 완주하더라도 이재명의 당락과 상관없이 민주당과 다당제 정치개혁을 공동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이재명과 민주당, 그리고 지켜보는 국민에 대한 도리다. 또한 이재명이 당선될 경우 내부절차를 거쳐봐야 알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통합정부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화답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마음속에 꽁꽁 숨겨둔 시나리오를 털어놓고 마쳐야겠다. 지금 시점에서 심상정은 단일화를 상상하기 어렵지만 안철수는 다를 수 있다. 안철수는 이미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윤석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당시 안철수가 기여하고자 했던 '정권교체'는 본인의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적폐교대 정권교체"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안철수는 요즘 부쩍 윤석열은 정말 안 된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안철수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안철수가 그토록 갈망해온 중도가 중심을 잡는 다당제 전환 및 국민통합을 위한 진영논리 극복 방안을 이미 이재명이 약속하고 민주당이 결의했다. 안철수가 이재명이 내민 손을 잡으면 그것은 실체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안철수 후보는 과연 본인이 바라마지 않았던 합리와 균형의 중도정치가, 정치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는 윤석열과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가 되면 가능해지는지를 물어야 한다.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적폐교대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막고 국민통합 정치교체를 반드시 이뤄내는 방편으로 이재명과 단일화를 배제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래서 말이다. 안철수가 윤석열에게 제안했던 단일화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조건으로 이재명에게 단일화를 제안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아니, 이재명이 그렇게 제안할 때 안철수가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안철수와 이재명 가운데 누가 먼저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을 위해 9회 말 결승 홈런을 칠지 설레는 마음이다. 누구든지 타석에 먼저 들어와 담대하게 제안하는 후보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겠지만 어떤 경우든지 둘이 역할을 나눠 새 정치의 역사를 함께 써나가는 공동승자가 될 것이다. 둘 다 상생하는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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