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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자 첫차 '희망버스'를 함께 타고 한진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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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자 첫차 '희망버스'를 함께 타고 한진으로 향했습니다

[현장] 25일 김진숙 위원 복직행사로 향한 마지막 희망버스 동행기

25일 새벽 6시 서울시청 앞. '소금꽃 김진숙! 마지막 희망버스'라고 적힌 관광버스 한 대가 서 있다.

"마지막이니까 다 같이 사진 한 장 찍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틀 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과 퇴직이 결정됐다. 37년 만의 복직이었다.

김 위원이 일했었던 부산 영도 조선소에서 진행되는 명예 복직 및 퇴직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희망버스가 급하게 꾸려졌지만, 40명이 희망버스에 탑승했다. 2011년 김 위원의 고공농성을 응원하기 위해 조직되었던 희망버스 대표 차장이었던 문정현 신부, 희망버스를 기획하고 참여해 온 송경동 시인, 희망버스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담은 <깔깔깔 희망버스>의 이수정 감독, 쌍용차 투쟁의 주역이자 김진숙 위원을 '친구'라고 부르는 김정우 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한진으로 가는 마지막 희망버스의 마지막 승객으로 탑승한 은유 작가까지. 2011년 희망버스부터 함께 한 이들과, 이번이 첫 희망버스 탑승인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 부산 영도로 출발했다. 

희망버스의 1호차 차장이었던 고 백기완 선생의 사진도 함께였다.

▲새벽 6시, 한진으로 가는 마지막 희망버스가 서울에서 출발했다.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버스에 올랐다. ⓒ프레시안(이상현)

마지막 희망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은 역설적이게도 마지막 희망버스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2011년 시작한 희망버스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희망버스는 퀴어, 무지개, 이주노동자, 철거민들이 타고 온 희망버스였어요. 김진숙 위원의 승리를 모두 응원했지만 그걸 넘어서 사회의 모든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사회적 운동이 되었어요. 그 후로도 희망버스는 계속 달려왔습니다. 거제, 밀양, 진주의료원, 유성기업 등 희망버스는 끊이지 않고 달려왔어요. 이제 김진숙 위원이 37년 동안 싸워왔던 한국 근현대사의 불의와 부정을 넘어서서 다른 세계로 가는 다른 꿈을 나눠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길에 김진숙 위원이 다른 역할로 서주실 것 같습니다."

"버스 앞에 마지막 희망버스라는 글귀가 있는데 김진숙을 향해 가는 희망버스로 마지막이지, 희망버스가 마지막은 아니잖아요. 우리 사회 곳곳에 여러 투쟁 속에 여러 아픔 속에 희망버스는 늘 함께하고 연대의 상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1차 희망버스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그 후 10년을 생각하면 저에게는 큰 변화를 안겨준 계기가 되었어요. 저 같은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이 희망버스였던 것 같아요. 가고 싶지만 감히 갈 수 없는 현장에 희망버스 덕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갔던 것이죠."

▲김진숙 위원이 희망버스 승객과 함께 조선소로 향하고 있다. ⓒ프레시안(이상현)

2011년 그때처럼, '깔깔깔' 웃으며 희망버스 승객들을 맞아준 김진숙 위원

2011년 1월6일, 김 위원이 지금은 철거된 '85호 크레인'에 올라갔을 때다. 김 위원을 응원하기 위한 희망버스는 전국에서 모여들고, 폐쇄된 조선소의 담장을 넘어 크레인 앞에 희망버스 승객들이 모였다. 김 위원은 이전 언론 인터뷰에서 "희망버스에서 그야말로 '희망'을 봤다"라고 말했다. 투쟁의 무거움과 압박의 분위기를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분위기로 바꿔준 것도 희망버스였다. '깔깔깔 희망버스' 승객들은 85호 크레인 앞에서 그야말로 깔깔깔 웃고 떠들다가 돌아갔다.

그 이후 10년. '깔깔깔' 분위기를 담당했던 '날라리와 외부세력' 김호규 씨도 마지막 희망버스에 탑승했다. 그는 대학생이던 시절 희망버스에 처음 올랐다. 86년생이던 그가 태어나던 해에 김진숙 위원은 해고 당했다. 웃음을 담당했던 그이지만, 복직 소식에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마음이 복잡하더라고요. 복직이 된 건 기쁘다가도 조금 더 빨리 될 수는 없었나, 너무 늦은 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많이 들고요."

명예 복직과 퇴직이 이루어졌지만, 마냥 기뻐하기에는 너무 늦은 복직이라는 것이 희망버스 승객들의 생각이었다. 부채감에 관해 이야기하는 승객도 있었다.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만 7번 왔었다는 이명옥 씨는 "김진숙 위원과 희망버스가 사회를 바꿨다"라고 말한다.

"희망버스는 집회의 문화를 바꿨어요. 집회라고 하면 딱딱한 느낌이잖아요. 그런데 희망버스는 달랐어요. 웃고 떠들고, 자기들의 이야기도 털어놓고. 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대가 무엇인지 알려줬어요. 또 김진숙 위원은 일하고, 끝나면 집으로 가는 그런 일상을 잃어버리고 살기도 했었잖아요. 그렇지만 그렇게 보여준 모습이 희망이 되고 변화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김진숙 위원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이들은 또 있었다. 인권단체에서 일하고 노조활동을 하고 있다는 한 승객은 "내가 이렇게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김진숙 위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빚진 것 같은 마음도 많이 들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감사한 마음 밖에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출발한 지 5시간이 지난 11시, 승객들은 희망과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부산 영도 조선소 앞에 도착했다. 희망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김진숙 위원의 표정은 밝았다. 파란색 작업복에 노란색 헬멧을 쓰고 나온 김 위원은 문정현 신부와 고 백기완 선생 영정과 함께 천천히 횡단보도를 건넜다. 노란색 헬멧에는 '김진숙'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친구야!"라고 부르는 김정우 전 지부장에게는 "친구가 뭐니, 위원이라고 불러야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희망버스 승객들과 김 위원은 함께 조선소로 들어섰다.

▲김진숙 위원의 복직을 축하해주기 위해 희망버스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프레시안(이상현)

마침내 돌아간 조선소..밥 한 끼 먹고 내 발로 걸어 나오다

HJ중공업 사내 단결의 광장은 김 위원의 복직을 축하해주러 온 조합원들로 가득했다. 복직 행사가 시작하자 사람들은 앉아있는 김 위원에게 꽃다발을 건네주고, 축하의 인사를 건네러 찾아왔다. 김 위원은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마지막 순서인 복직 인사 때 읽을 글을 꺼내서 보기도 했다.

희망버스로 내려온 김정우 전 지부장은 청와대 도보 행진 당시 김진숙 위원이 좋아하던 노래를 부르고, 송경동 시인은 김진숙 위원 복직을 맞아 작성한 '이곳이 그곳인가요'를 낭독했다. 김 위원은 복직인사에서 "11년 동안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희망버스 승객"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며 화답했다. (☞관련 기사 : 김진숙 37년 만에 복직한 날…"하청 노동자 차별 말고, 누구도 죽지 않게 해 주세요") 행사 이후에 어린아이에게 꽃다발을 받은 김 위원은 "1차 행복버스에서 맺어진 인연으로 결혼한 부부의 아이"라며 설명하기도 했다.

복직 행사 이후, 문정현 신부 등과 함께 조선소를 둘러본 김 위원은 "건강 챙기는 데 집중하면서 살겠다"라고 말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봬요"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23일 본인의 SNS에 "26일부터는 막살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 희망버스 승객들도 '막사는' 김 위원의 모습을 기대했다.

"김진숙 위원이 조금 더 가볍고 소소하고 유치하게 살아보고 싶다고 하신게 인상 깊었거든요. 멀리서나마 많이 축하해드리고, 막사시는 모습 보고 싶습니다."

"동료들이 일하던 조선소를 둘러보고, 밥 한 끼 먹고 내 발로 걸어 나오고 싶다"라고 말했던 김 위원은 HJ중공업 구내식당에서 동료들과 밥을 먹었다. '한진으로 오는 마지막' 희망버스는 그렇게 밥 한 끼 먹고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동료들이 일하던 조선소를 둘러보고, 밥 한 끼 먹고 싶다고 말했던 김 위원은 37년 만에 복직했다. ⓒ프레시안(이상현)
▲서울에서 출발한 한진으로 가는 마지막 희망버스는 오후 2시경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프레시안(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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