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으로 돌아가 내 발로 걸어나오고 싶다"던 해고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 문제가 37년 만에 마무리된다.
금속노조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속노조와 HJ중공업은 노동계의 오랜 숙원과제였던 해고노동자 김진숙의 즉각적인 명예복직과 퇴직에 합의하고 서명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김 위원의 명예 복직 및 퇴직 행사는 오는 25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열린다. 노사 합의에 따라 김 위원은 행사 당일 복직한 뒤 같은 날 퇴직할 예정이다.
김 위원은 1981년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했고 1986년 노조 활동을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당했다. 같은 해 강제적 부서이동에 반발해 무단결근했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됐다.
그 뒤 김 위원은 37년 간 복직 투쟁을 계속했다. 그 사이 회사 주인도 두 번 바뀌었다. 대한조선공사는 1989년 한진중공업으로 인수됐다. 2021년에는 동부건설 컨소시엄으로 인수돼 HJ중공업으로 또 한 번 사명을 바꿨다.
국가 차원의 복권은 있었다.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보상 심의위원회'는 2009년과 2020년, 두 번에 걸쳐 '김 위원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부당해고됐다'고 인정하며 한진중공업에 그의 복직을 권고했다. 부산시의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2020년 김진숙 복직 권고 결의안을 채택했다.
국가기관의 권고에도 한진중공업은 김 위원을 복직시키지 않았다. 2020년 12월 말 그의 나이는 법적 정년인 만 60세를 넘겼다. 하지만 김 위원의 복직을 위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이날 기준 HJ중공업에서는 복직 촉구 출근 선전전이 611일째, 천막 농성이 465일째 진행되고 있었다.
합의에 나선 이유에 대해 HJ중공업 관계자는 "법률적 자격 유무를 떠나 과거 같이 근무하였던 동료이자 근로자가 시대적 아픔을 겪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명예로운 복직과 퇴직의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600일이 넘는 장기투쟁의 결과고, 해고와 장기투쟁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신뢰와 화합의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열어야 할 시점임에 공감한다"며 "과거와 달리 대승적 차원의 결정을 내려준 새로운 경영진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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