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천재적"이라고 칭찬한 발언에 친 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정치인들조차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보수 성향 언론인 클레이 트래비스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푸틴에 대해 "천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날 푸틴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친러 반군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 루간스크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들 지역에 "평화 유지"를 명분으로 러시아군대를 투입한 것에 대해 "멋진 결정", "얼마나 똑똑한 일이냐"며 극찬했다.
트럼프는 "푸틴의 이번 결정으로 유가는 점점 올라가고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됐다"며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다"고 거듭 칭찬했다.
평소 자신을 "안정적 천재"라고 자랑하던 트럼프는 자신을 당선시키기 위해 2016년과 2020년 연달아 미국 대선에 개입했던 푸틴에 평소에도 우호적이었다. 더 나아가 트럼프는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전쟁을 저지른 푸틴의 행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는 평소에도 생명, 인권, 도덕성 등을 중시하기보다는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져서 평가를 내렸다. 그런 그가 침략국과 피침략국의 규모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8년 만에 최대 전쟁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정치적 이득에만 초점을 맞춰 발언을 한 셈이다.
그는 특히 자신과 푸틴의 '천재성'을 자신의 '정적'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멍청함"과 대비시키고 싶어했다.
그러나 푸틴이 러시아 시간으로 24일 새벽 5시 50분께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하고 나서면서 트럼프의 발언은 더 '문제적'이 됐다. "천재" 푸틴 때문에 우크라이나 군인 뿐아니라 민간인들까지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수도 키예프 시민들이 피란 행렬에 오르는 등 무고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자 평소에는 트럼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치적 주장을 해오던 강성 트럼프 지지 성향의 정치인들도 '트럼프 따라하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폼페이오, 매카시, 마르코 루비오 등 친 트럼프 성향 정치인들도 푸틴 비난
트럼프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 달까지만 해도 푸틴에 대해 "재능 있는 정치인"이라고 우호적인 평가를 하다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폼페이오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공격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23일 아이오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푸틴을 "악마"이자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측근 중 한명인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무모하고 사악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안전과 사태 해결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내놓았다.
트럼프가 2022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지지하고 나선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푸틴의 침공에 대해 "비인간적 행위이며 1930년대 스탈린처럼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권을 존중하기 위해 체결한 협정(민스크 협정)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팀 스콧, 마르코 루비오, 존 부즈먼 등 친 트럼프 성향의 상원의원들도 일제히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위한 기도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 "무고한 사람들이 생명을 잃는 것을 축하하다니..."
한편,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언론담당 부보좌관은 24일 트럼프와 푸틴을 "두 마리의 역겹고 끔찍한 돼지"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이들은) 주둥이를 함께 비비며 무고한 사람들이 생명을 잃는 것을 축하한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푸틴의 살인적 침공을 천재 행위로 칭찬한 것은 놀랍지 않지만 터무니 없다"며 "푸틴은 정확히 트럼프가 되고 싶어하는 종류의 지도자"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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