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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론'은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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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론'은 허구다

[기고] 새로운 정치의 본질은 기득권 해체

이번 대선을 추동하는 가장 강력한 변인은 정권교체다. 민주당 심판론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일찌감치 외쳐오던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은 확률상 절반 이상으로 보인다. 그러면 선거가 끝나고 국민의힘과 국민은 오순도순 행복하게 잘 살게 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세간의 평이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의 경험의 한계 때문에, 또 절대 열세인 의석 수 때문에 국정운영에 곧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사실 나는 그보다는 우왕좌왕 하며 철 지나고 엉뚱한 정책공약을 후보에게 쥐어주는 국민의힘이 더 걱정스럽다. 그래서 여의도에서는 황당하지만 탄핵 이야기도 스멀스멀 돌아다니고 있다.

결국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민주당이 형편없어서 국민의힘에게 기회를 줬더니, 결국 2년 후 있게 될 총선에서는 다시 국민의힘을 갈아치우기 위해 민주당을 선택해야 하는 당혹스러운 순간을 우리 국민들이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생사를 건 치열한 대선 판국 와중에도 지금 여의도에서는 '윤석열이 당선되더라도 제대로 못 할 것이기 때문에 2년 후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조용하게 돌고 있다. 586용퇴론이 안 먹히는 이유다.

정권교체론은 허구다

유래 없는 비호감 대선이라 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차선' 또는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고뇌를 강요당하고 있다. 이번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 국민은 정말 불행한 국민이다.

반세기 넘도록 두 기득권 정당이 대한민국의 권력을 주고받으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번에 지더라도 다음 기회는 금방 온다. 기득권이란 측면에서 이들은 정확하게 한 덩어리다. 일당 독재를 할 수는 없으니 양 당으로 적당히 편을 나눠 서로 주고받으며 자신들의 영속적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도 결국 두 당이 함께 하지 않았나. 이런 방식으로 민주주의의 외양적 조건도 충족시키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재미있는 것은, 권력만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니라 사람도 수시로 왔다갔다 한다는 점이다.

이들 간 '정권교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들에게 정권교체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대선을 내주더라도 무슨 큰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총선에서 이기면 나의 신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총선 지더라도 지방선거에 나가 고향에서 왕노릇 하면 된다. 이도 저도 아닐 땐 정치권 통해 자리 하나 얻어 가면 세상에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이들의 기득권은 끝이 없다. 얼마 전까지 논의되던 국회의원 4선 연임제한 논의도 "헌법정신 위배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지금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그러면 왜 헌법정신을 위배하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자치단체장은 3선까지만 가능하도록 못을 박았을까? 나중에 자기들이 그쪽으로 갈지도 모르니 미리 길 닦아 놓은 것 아니겠나.

그리고 혹시 들어봤는가? "3선 쯤 하니까 정치가 다시 보이더라." 3선을 하면 소경이 눈을 뜨는 기적이라도 일어난다는 말인가? 간단하다. 다선 중진이 되니 '쪽지예산'에 관록이 생기고, 분과위원장이 되니 권한은 늘어나고, 당 지도부와는 물론 여야 간 밀실야합에 자기 몫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20년, 30년 하기 위한 합리화다. 이렇게 체계적이면서도 도무지 빈틈이 보이지 않는, 완벽한 기득권이 이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

5년 전 탄핵시킨 세력에게 국정을 맡겨야 하는 '불행의 악순환'

지금 한국사회에 만연한 정치 혐오는 결국 이들 양당 기득권 독점 체제가 만들어낸 것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국민만 열불이 오르고 속이 터질 뿐이다. 어떻게 바로 5년 전 탄핵시킨 정당에게 다시 국정을 맡겨야 할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는가. 국민만 불쌍할 뿐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양 당은 정책공약 보다는 네거티브에 매진하고 있고 미래 구상 보다는 과거 들추기에 혼신을 다하는 듯하다. 점점 퇴행하고 있는 한국정치를 바꿀 수 있는 방안은 과연 없는 것인가. 탄핵 당한 세력으로의 정권교체가 과연 지금 우리에게 온당한 것인가. 반복되는 불행의 악순환을 멈출 수 있는 지혜는 없는 것인가.

결국 정치권력의 교체가 아니라 권력 그 자체의 교체가 본질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를 (다소 애매하게) 정치교체라고 하는데 더 분명하게 하자면 권력교체이고 세력교체이면서 인적교체이어야 한다. 바로 기득권의 해체다. 안철수의 말을 빌리자면 결국은 새정치다.

많은 이들이 제도 탓을 하는데 제도는 죄가 없다. 제도가 잘못돼서 문제인 경우는 별로 없다. 언제나 사람이 문제였다. 그런데 기존 양당 기득권 세력은 허구헌날 제도만 가지고 떠들어댔지 자신들의 문제엔 눈을 감았다. 이들은 절대로 세력의 교체, 인적 교체는 원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들은 똘똘 뭉친다.

새로운 정치의 시작은 가능할까

한국정치가 이러한 구체제에 억눌려 있다보니 국민의 투표성향도 점차 구체제적(?)이 되어버렸다. 이미 버렸던 놈인데 어쩔 수 없으니 다시 가져다 쓰는, 반복되는 행태 말이다. 그런데 이게 양쪽을 오가며 반복되다 보니 국민은 어느새 열불이 올라 결국 분풀이식 투표를 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는 다시 구체제를 강화하고 결국 우리는 불행의 악순환이 마치 순리인 듯 정치를 혐오하며 또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행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 이재명 후보는 20일 SNS를 통해 안철수 후보의 "구체제 정치 종식과 새 정치를 향한 정치교체의 열망과 의지에 공감한다"면서 양당 독점 체제가 국민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해왔고 제3의 선택이 불가능한 정치환경은 결국 퇴행적인 구체제 정치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구체제 정치의 종식을 위해 '묻지마 정권교체'를 넘어 더 나은 '정치교체'가 되어야 하고 이 정치교체가 세상교체, 시대교체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실 이재명은 정치교체, 세상교체, 시대교체를 이야기 했지만 핵심은 기득권의 해체이고 이를 위해서는 선거제도와 개헌을 포함한 정치개혁이 그 전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이재명이든, 안철수든 해낼 수 있을까? 시도라도 할 수 있을까?집권가능성을 감안하면 이재명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안철수는 단일화든, 공동정부든 연대에 나설 경우 가능해 보인다. 어쨌든 이들은 평소 정치개혁을 지향해왔을 뿐 아니라, 기존 정당의 기득권 내에서 정치적 성장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상대적이나마 높다. 생각해보라. 경선 당시 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의 대선후보 도약에 떨떠름했던 이유 말이다. 홍준표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결국 떨어진 이유랑 똑같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그는 삶 자체가 기득권이었고 검찰총장까지 지냈으니 대한민국 최고 권력집단의 수장이었다. 특히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당 내에 신세진 사람이 많고 또 자신의 역량만으로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역량의 한계는 결정적이다. (전문가를 쓰면 된다고 스스로 수차에 걸쳐 공언했다.) 당연히 정치개혁은 언감생심이다.

요즘 유래 없는 비호감대선이라는 탄식이 난무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 중 떠오르는 것이 바로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다. 사회주의체제의 완성을 꿈꾸던 마오쩌둥과 달리 권력을 이어 받은 덩은 사회주의자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쥐만 잘 잡으면 되지 고양이의 색깔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개혁개방에 나서 중국을 지금의 강국으로 발전시킨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대선 양강 후보가 모두 여의도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우리는 양당 독점 기득권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정치로 방향을 전환할 대통령을 볼 수 있을 것인가. 또 국민은 과연 자존심을 버리고 실용적 판단을 할 것인가? 아니면 묻지마 정권교체를 통해 구체제의 자리바꿈에 만족할 것인가. 곧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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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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