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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유세 속 '증오'의 연설, 그리고 '분노'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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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유세 속 '증오'의 연설, 그리고 '분노'의 정치

[기자의 눈] 이준석 대표도 '혐오 정치'라 지적했건만

외교·안보 분야에선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자신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에 민주당이 반발한 것을 두고 "전쟁 상황과 다름없는 상태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확실할 때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사드 배치를 이야기했더니, 나보고 전쟁광이라고 막 풍악을 울립디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김정은 심기 안 건드리고, 경호 잘하고 굴종 외교 하면 한반도의 평화가 지켜지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빨갱이들'이라고 외쳤다. <서울경제> 2월 18일자.

윤석열의 언어가 다시 거칠어졌다.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이 잦아졌고, 증오의 언어도 늘어났다. 지난 12월 29일 윤석열 후보가 경북 안동을 찾아 경북선대위 출범식에서 쏟아낸 말들이 떠올랐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신에 입각해 민주화 운동을 많은 분이 해올 때 거기 끼워가지고 좌익혁명이념 그리고 북한의 주사이론을 배워 민주화 운동 대열에 낑겨 마치 민주 투사인 것처럼 지금까지 끼리끼리 서로 도와가며 살아온 그 집단이 이번 문재인 정권 들어서서 국가와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

"무식한 삼류 바보를 데려다 정치해서 망쳐놓고, 외교 안보 전부 망쳐놓고, 무능을 넘어서서 이제 뭐 사찰에 과거 권위주의 독재 정부가 하던 것까지(…)과거 권위주의 정부는 우리나라 국민경제를 확실하게 살려놔서 산업화 기반을 만들었다. 이 정부는 뭘 했냐."

그간 거친 말을 자제해 오던 지금과 달리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다시 그의 입이 거칠어졌다. 윤 후보는 17일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 유세 과정에서 자신의 '적폐 수사' 발언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하는 걸 겨냥해 "누가 정치보복을 제일 잘 했느냐"며 "자기 진 죄는 남에게 덮어씌우고, 자기 진 죄는 덮고, 남에게는 짓지도 않은 죄 만들어 선동하고 이게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서울 송파 유세에서는 "비상식적인 좌파이념을 쫓아내면 이 나라는 잘 굴러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청년 괴벨스"라고 비판하자 "이준석이 괴벨스면 국민의힘은 나치이고 우리 후보는 히틀러이고 우리를 지지하는 젊은 지지층은 유겐트입니까?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나치로 몰고 유겐트로 모는 것이 혐오정치의 정확한 정의입니다"라고 했었다. '혐오 정치의 정의'를 실현하는 연설, 이런 게 국민의힘이 그간 비판해 왔던 '내로남불'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월 18일에 올린 페이스북 글

18일 TK 일정 첫 유세지인 경북 상주에서 윤 후보는 "80년대 운동권들이 자리와 이권 다 해먹었지 않나. 이제는 폐기처분해야 하는 수십년 전의 사회혁명 이념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끼리끼리 뭉쳐 공직도 나눠가지고 이권도 갈라먹고 나라를 거덜냈다"고 했고, 구미 유세에서는 "40년, 50년 전에 한물간 사회혁명, 그 이념에 도취해서, 그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계속 세력을 이어가며 족보팔이를 해서 이권 세력을 구축하고 대한민국의 고위 공직과 이권을 다 나눠 먹었다"고 했다.

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개발계획과 농촌 새마을운동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의 혁명을 이룩하신 분이다. 이 나라를 완전히 바꾸셨다. 그게 바로 혁명이다"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좌파 사회혁명 이론이 아니고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살리는 이게 바로 진정한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에 대한 공세도 빼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과 전교조는 이런 거(학력검증) 반대한다. 공부할 거 없다 이거다"면서 "그냥 좌파 이념에만 충실하게 따르고 그냥 민주당만 지지하면 우리가 나중에 세금 걷어서 기본소득 주고 우리가 그냥 대충 살게 해주마. 이게 사람이 먼저냐"라고 했다.

공산주의자, 주사파, 80년대 운동권, 좌파 이념. 이분법적 '색깔론'에 기반한 갈등과 증오의 언어들이다. 윤 후보 연설의 키워드는 '분노'다. 분노의 언어는 그 논리적 단순함으로 인해 전달력 가성비가 좋다. 윤석열 후보에 따르면 북한 사상(주사파)를 가진 80년대 '사회 혁명' 신봉 운동권 세력이 현재까지 이어와 나라를 거덜냈다.

일종의 '음모론'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부동산 정책 비판에서는 '음모론'이 더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윤 후보는 경기 용인에서 한 유세에서 "이 정부 경제정책, 부동산 정책을 보라. 이것을 도대체 28번이나 한 게 말이 되는 소리냐? 저는 이 사람들이 머리가 나빠서 그랬다고 보지 않는다(...) 아주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것이다. 집값 올려서 운 좋아 집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고, 집 없는 사람은 민주당 찍게 하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 유세에서는 "집값 올린 것이 실수가 아니라고 했는데, 양극화 역시 마찬가지"라며 "못 사는 사람은 자기들 편이라 생각해서 양극화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의 주장에 따르면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은 일부러 양극화를 심화시킨 민주당의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통치 전략이자 선거 전략이다. 물론 '역설'과 '반어법'의 일종이라 생각되지만, 이런 식의 '음모론적' 서사는 분노의 조건을 강화한다.

최근 '멸공 논란'의 섬뜩함은 상대를 '섬멸'하자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구호도 그렇다. 논의의 여지를 거세한 '폐지'라는 단어는 토론의 여지를 삭제한다. 그것은 '존치 아니면 폐지'의 이분법적 단순함을 추구한다. 이렇게 비판하면 국민의힘은 '갈라치기는 민주당 정권이 먼저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윤석열 후보의 저 연설들이 '통합의 언어'로 변하지는 않는다. '미러링'아니면, '내로남불'이다. 저 분노의 이분법에서는 실제 민주당 운동권 세대가 국민을 '약탈' 했거나, '좌파 이념'에 휩싸여 대한민국을 거덜내려 고의적 양극화를 기획했거나 하는 주장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 이건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사일 뿐이니까. 

이런 윤 후보의 말들은 곧바로 언론과 SNS를 통해 퍼져 나간다. 분열과 증오는 SNS 시대에 더 잘 먹힌다. '소셜 온난화'의 저자 찰스 아서는 소셜 미디어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 중 '분노'에 특히 주목한다.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자신들이 편가르기 진술을 '해결할' 수 있고, 그러므로 논리라는 양날의 검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사고방식을 바꿔놓을 수 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편가르기 전술은 교량 역할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냥 편을 가르려는 것이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의 영구기관이며 절대로 소진되지 않는 무궁무진한 연료다. '사람들은 편가르기 진술(scissor statement)에 반응할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참여하게 될 거고요.'라고 디레스타는 말한다. '사람들이 그 진술을 강하게 신뢰하거나 또는 강하게 불신한다면 그들은 그 전술에 강하게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정치 논쟁처럼 커다란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면 더(…)"

다시 '이념 발언'으로 돌아온 윤 후보식 '편가르기 진술'은 '저런 무도한 민주당 운동권과 좌파'의 정신을 일깨워 바른 길로 인도해 가거나, 민주당과 정의당을 찍으려 투표장에 가는 사람들을 설득해 내려는 노력의 일환이 아니다. '편가르기' 그 자체만 성공하면 된다. 편이 갈라지면 사람들은 참전한다. SNS 시대의 선거 유세는 매우 유용하게 진화했다. 논리적 설득은 필요없다. 자극적인 말은 단문과 육성, 동영상으로 잘려 피드의 상단에 배치되고 사람들의 '분노의 연대'를 강화한다. 윤석열 후보의 연설은 그런 면에서 탁월하다. 윤석열 후보가 다시 '색깔론'의 언어, '분노'의 언어로 회귀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증오는 효과적이다. 트럼프의 선거 고문 로저 스톤은 이렇게 말했다. "난 당신의 증오를 즐긴다. 내가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날 증오할 일도 없었을 테니."(I rebel in your hatered. Because if i won't effected hatered, you weren't hate me) '갈라치기' 전략의 교과서같은 말이다. 환호하는 이에게, 증오하는 이에게 영향을 미친 것만으로 성과다. 편은 알아서 나뉜다. 그리고 싸움은 저절로 벌어진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우리 사회는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한다. '통합'은 없고 '분노'만 남아있을 대선 이후가 걱정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8일 저녁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8일 저녁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홍준표 선대본 상임고문이 18일 저녁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윤석열 대선 후보 유세에서 윤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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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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