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덴마크의 코펜하겐 시는 누구나 따먹어도 되는 '공공 과일나무'를 심기로 했다. 시를 도시 과수원으로 만든 것이다. 이는 정치경제학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도시에서 채소와 과실을 재배하는 것은 굶주린 사람에게 식량을 공급할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농업과 환경을 향한 관심을 고취한다. 가령 누구도 배기가스로 범벅이 된 과일을 먹고 싶지는 않을 테니,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도로를 늘리려 들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시민들이 자동차 사회에 저항하여 도로라는 '커먼Common'의 풍요를 스스로 되찾기 위해 딛는 첫걸음이 된다.
일본의 신진 마르크스주의 학자가 '인신세의 자본론'을 썼다. 세계적인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MEGA)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노벨상을 받은 파울 크뤼천은 지구가 새로운 지질시대에 접어들었다며 'Anthropocene'라 이름 붙였다. '인류세'라 바꾸는 경우가 많지만, 저자는 이를 '인신세(人新世)'라 옮긴다. 인신세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인공물, 즉 부하와 모순이 지구를 뒤덮은 시대"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해결책은 무한한 생산력과 무한한 풍요를 통한 불평등한 분배의 해결이었을까. 마르크스는 만년에 '자술리치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본주의의) 위기는 자본주의 제도가 소멸함으로써 종결되거나, 근대 사회가 가장 고대적인 유형의 더욱 고차원적인 형태인 집단적 생산 및 영유로 복귀함으로써 종결될 것이다." 라고 적었다.
저자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한다. "'인신세'의 위기와 맞서야 하는 우리는 만년기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에 대한 통찰을 더욱 발전시켜서 미완성인 <자본>을 '탈성장 코뮤니즘'의 이론으로 이어받는, 대담하고 새로운 해석에 바로 지금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르크스로 탈성장을 논하다니 제정신이냐. 이런 비판이 사방에서 쇄도할 것을 각오하고도"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마르크스 연구의 최신 성과를 발판 삼아 기후 위기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분석하는 와중에 만년의 마르크스가 탈성장 코뮤니즘에 도달했으며, 그것이야말로 '인신세'의 위기를 뛰어넘기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시민의 할 일은? "에코백과 텀블러를 쓰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여기 '3.5퍼센트'라는 수치가 있다. 하버드대학의 정치학자 에리카 체노웨스의 연구진에 따르면 '3.5퍼센트'의 사람들이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들고일어나 진심으로 저항하면 반드시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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