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양도세 폐지', 지난 1월 27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페이스북에 남긴 한 줄 공약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평가받는 이번 대선에서 감세공약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원희룡 정책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은 2023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 과세를 유예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재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는 대주주에 대한 과세까지 폐지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윤석열 후보는 주식양도세 폐지 이외에도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통합,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취득세 감면, 2022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하다가는 선거 전날에는 법인세나 소득세 폐지 공약도 나올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국토보유세, 탄소세 등의 증세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이에 질세라 부동산 관련 감세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생애 최초 취득세 감면 대상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공시가격 재검토 등을 주장하고 있다. 작년에는 2022년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여야합의로 1년 연기시킨 데 이어, 추가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해 5천만 원의 기본공제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두 후보 모두 공통적인 공약이다.
이렇게 감세공약을 쏟아내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두 후보의 다른 공약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윤석열 후보는 코로나 손실보상/재건기금/임대료 나눔제를 공약하고 있다. 총 소요재원 150조 원의 프로그램이다. 또한 기초연금 인상과 간병비 급여화, 병사월급 인상 등의 공약도 발표했다. 각각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 공약들이다. 이재명 후보도 100조 원의 규모의 코로나 손실보상과 함께 전국민기본소득제, 청년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 아동수당 확대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초과세수, 새로운 세금, 국채 활용 모두 재원마련의 대안 될 수 없어
감세공약과 각종 지출 공약을 보고 있으면, 어디에서 재원이 화수분처럼 나오는 해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 2021년 세수는 역대급 초과세수가 예상되고 있기는 하다. 기획재정부의 예측이 번번이 틀리면서 최초 예산(282.7조 원) 대비 60조 원에 육박하는, 추경 기준(314.3조 원)으로도 30조 원 가까운 초과세수가 예상된다. 하지만, 2021년 세수를 세세히 뜯어보면 일시적인 성격이 강하다. 부동산 시장 강세로 인한 양도소득세 증가가 대표적이다. 최초 예산에서는 16.9조 원으로 예상된 양도소득세가 11월까지 34.4조 원 걷혔기 때문이다. 증여세도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 증여세 증가는 증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가까운 미래에 양도소득세 세수가 잡혀야 할 것이 증여세로 바뀐 것이므로 일시적인 것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세입을 당겨 쓴 성격도 가지고 있다.
디지털세, 데이터세, 로봇세 등 새로운 세금이 언급되고 있기는 하나 여기에서도 주목할만한 수준의 재원이 확보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위의 세 가지 세금은 네트워크, 데이터, 로봇 활용을 하면서 초과이익을 내는 기업에 대한 세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법인세에 포괄될 세금이지 새로운 세목을 신설할 성격이 아니다. 게다가 G20이 합의한 글로벌 디지털세는 그동안 제대로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되었던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기업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기반 제조업까지 대상이 되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세수가 증가하는 효과와 감소하는 효과가 엇갈린다.
국채를 이용한 방안도 장기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최근 국채 이자율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국채활용 방안의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아래의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저금리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저금리 유지의 부작용인 자산가격 폭등에 따른 자산 불평등 악화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어 각국의 중앙은행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앞으로 일정 정도는 국채에 의존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모든 재원을 국채에 의존할 수는 없다.
재원 마련에는 정공법밖에 없다
뭔가 다른 대안이 없다면 정공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 기존 세목에서 증세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소득세, 법인세, 보유세 나아가 부가가치세까지 증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득세에는 먼저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강화가 필요하다. 주식양도차익, 주택임대소득 등에 대한 과세가 정상화되어야 한다. 주식양도차익은 2023년의 전면과세 방침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비정상적으로 확대되어 있는 기본공제 한도를 당초 정부안 수준인 2,000만 원 수준으로 조기에 축소하고, 단계적으로 더 낮춰야 한다. 나아가 기존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종합소득 수준으로 누진과세 해야 한다.
주택임대소득은 종합과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연간 2,000만 원 이하의 주택임대소득은 기본경비율 60%에 기본공제 400만 원을 인정하면서 분리과세 되고 있다. 기본경비율도 너무 높고 기본공제금액도 과도한 수준이다. 과세 정상화 차원에서 종합소득으로 합산과세도 필요하다.
소득세의 공제·감면에는 새로운 접근이 있어야 한다. 증세 논의에서 소득세 공제·감면 축소는 단골 메뉴이지만, 3년 단위로 일몰 기한이 다가오는 신용카드 공제도 여론이 밀려 기한 연장이 반복되고 있는 것처럼 실제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소득세 공제·감면을 축소할 수 있는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
근로소득자의 총급여의 25% 수준에 달하는 근로소득공제부터 축소대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근로소득공제가 인정되는 이유는 근로소득자도 생계를 유지하고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필요경비는 보장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생계유지를 위한 필요경비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고소득자한테는 그 필요성이 줄어든다.
소득금액이 증가하면 공제 한도가 증가한다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일정소득 구간을 넘어서면 근로소득공제 금액이 오히려 축소되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해 보는 것이다. 아래의 [그림2]와 같이 근로소득 공제금액이 일정한 금액에 도달한 후에는 늘어나지 않고 특정 소득금액을 초과하면 점차로 한도가 축소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소득을 올리게 되면 생계비 확보의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에 한도를 축소하자는 것이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공제 한도가 늘어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소득이 늘면 거꾸로 공제 한도가 줄어든다는 것에 사회적으로 합의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스웨덴의 소득공제는 이러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이러한 공제 한도 하향조정방식은 신용카드공제, 개인연금저축소득공제, 주택마련저축공제, 투자조합출자소득공제, 장기집합투자증권저축공제, 보험료 공제, 주택차입금이자공제 등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세액공제로 전환된 의료비 공제, 교육비 공제 등에도 소득에 따라 공제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이렇게 한다면, 고소득자 공제·감면을 획기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
법인세는 중간세율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 2018년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구간에 대해서는 법인세율이 25%로 원상회복되었다. 지금 시점에서는 과세표준 2억 원에서 200억 원 구간과 200억 원에서 3000억 원 구간의 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 흔히, 중간세율을 인상하면 해당 구간의 과세표준에 걸려있는 중견기업의 세부담만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인세는 단계적 누진세율 구조이므로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기업들도 아래 구간의 낮은 세율 혜택을 보고 있다. 중간세율 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최고 과세표준 구간에 있는 기업들의 세부담이 더 많다.
보유세에서는 전체적인 실효세율 인상이 필요하다. 보유세 세수를 GDP와 비교할 경우 OECD 평균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보유세는 자산가액에 부과하는 세금이므로 부동산 가액과 보유세 금액을 비교한 실효세율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7%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국가일수록 보유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보유세가 부동산 가격 변동의 안정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토지가액이 GDP의 5배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세계에서도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나라이다. 최소한 보유세 실효세율을 현재보다 2배 정도 올릴 필요가 있다.
보유세 강화에 있어서는 토지 보유세 강화가 핵심이다. 활용되지 않는 나대지가 대부분인 종합합산토지에 대한 세율을 현재보다 대폭 높여야 한다. 건물의 부속토지로 인정되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인정받고 있는 별도합산토지의 경우 건물의 부속토지 비율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 건물의 부속토지 비율을 낮추게 되면 자연스럽게 종합합산토지가 증가하게 되므로 토지 보유세가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소득이나 자산에 부과하는 세금인 소득세, 법인세, 보유세를 증세하여도 재원이 부족하다면 복지에만 쓰는 복지목적세를 도입할 수도 있다. 복지목적세를 주요 세목의 부가(surtax)하는 방식으로 설계한다면, 그 대상에는 부가가치세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증세가 소득세와 법인세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직접세 비중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는 간접세 비중이 50%를 넘었지만 이제 직접세 비중이 65%를 초과하고 있다.
직접세로 볼 수 있는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과 간접세로 볼 수 있는 소비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국제 비교를 할 경우, 우리나라는 소득세 부과하는 세금이 많은 국가로 분류된다. 2015년에 소득과세 비중이 OECD 평균을 넘어섰고, 2018년에는 북유럽 3국의 평균도 넘어섰다. 증세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려면 균형이 있어야 한다. 최근 소득세와 법인세의 증세가 계속 이루어진 점과 위에서 언급한 소득세, 법인세, 보유세 증세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보면, 부가가치세 증세를 계속 미룰 수는 없다.
증세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필요해
고령화에 따라 연금과 의료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이다. 코로나 방역조치 비용을 주로 부담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도 단기적으로 많은 재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장기적으로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상당한 재원이 소요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지율 1위를 다투는 두 후보의 공약에서 재원을 조달할 마땅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2021년의 초과세수나 새로운 세금, 국채 활용 방안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의 지출과 재원 조달을 냉정하게 평가해 보면 선심성 감세공약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증세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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