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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자동차산업 ① 2035년 내연기관차 사라진다?…글로벌 자동차 업계 들썩이게 한 선언
지난해 10월 14일, 200여 명이 참석한 폭스바겐 임원회의에 온라인으로 일론 머스크가 깜짝 등장했다. 작년에 94만 대의 전기차를 팔아 부동의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테슬라,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럽의 전기차 시장의 왕좌엔 폭스바겐이 굳건히 앉아 있다.
전기차 생산공장은 어디에?
글로벌 1위와 유럽 1위가 만났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잠시 뒤에 살펴보기로 하고 이번엔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글로벌 업체들이 모두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들 전기차는 어느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을까?
우선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판매 중단을 선언한 GM부터 살펴보자. 현재 GM의 전기차 중 생산과 판매가 가장 많은 전기차는 쉐보레 볼트(Bolt)인데,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볼트 차량 모두 미국 미시건주의 오리온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최근 디트로이트-햄트랙 공장의 이름을 '팩토리 제로(Factory Zero)'라 바꾼 뒤 GMC 허머 픽업트럭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기도 했다.
향후 전기차 생산계획이 확정된 곳은 캐딜락 전기차를 생산할 미국 테네시주의 스프링힐 공장, 물품배송용 전기차 밴을 생산할 캐나다 CAMI 공장, 그리고 혼다의 전기차 OEM 생산에 나설 멕시코의 라모스 아리즈페 공장이다.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건 GM의 전기차 생산은 현재 모두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확대되어봐야 북미 대륙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르노·폭스바겐·현대차그룹 모두 똑같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완성차업체인 르노 그룹은 어떨까? 역시 프랑스에서 대부분의 전기차 생산이 이뤄진다. 특히 프랑스 북부의 드웨·모브쥬·뤼츠 3개 공장을 묶어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라는, 연간 전기차 생산 40만대의 새로운 법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프랑스를 제외하면 한국 르노삼성에서 생산되는 2인승 트위지,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쳐 플러그인 정도이다.
독일의 대표주자이자 유럽 전기차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폭스바겐 역시 대부분의 전기차 생산이 독일에서 이뤄진다. 특히 쯔비카우와 엠덴 공장은 내연기관차 생산이 사라진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변신했다. 독일을 제외하면 체코와 미국에서 일부 전기차가 생산되고 있는 정도이다. 앞으로 추가될 전기차 생산공장 역시 독일의 라이프찌히와 네카르줄름 공장으로 확정되었고, 현재 벨기에의 브뤼셀 공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한국의 대표주자인 현대차그룹은 어떨까? 놀랍게도 앞선 사례들과 완전히 동일하다. 대부분의 전기차 생산은 현재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유럽용 코나 전기차를 체코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인도공장에서 소량의 전기차를 CKD 방식으로 생산 중이다. 물론 조만간 인도네시아 공장, 싱가폴 법인 등에서 전기차 생산계획이 나오고 있지만 최소한 현재까지 현대차그룹 전기차 생산의 중심은 확고하게 한국에 구축되어 있다.
본사가 위치한 나라에 전기차 생산 집중되는 까닭
GM·르노·폭스바겐·현대차의 글로벌 생산공장 중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공장들이 모두 각 업체의 본사가 위치한 나라(각각 미국·프랑스·독일·한국)에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보면 2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는 국내에 전기차 생산을 유치하고자 하는 각국 정부의 리쇼어링·인센티브 정책, 다음으로는 전기차 핵심부품 공급망(Supply Chain)을 자국 내에 만들어야만 안정적 부품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 부품 공급망과 달리 전기차 핵심부품 공급망은 사실상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전기차의 경우 엔진·변속기가 아니라 배터리·모터·전장부품 등이 핵심부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품 공급망을 글로벌 생산기지마다 구축하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만큼, 우선 본사가 위치한 나라에 먼저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론 머스크가 폭스바겐 임원회의 초대를 흔쾌하게 받아들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최근 테슬라는 독일에서 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가 팩토리를 짓고 있는데, 독일에서 생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배터리·모터 등 부품 공급망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독일에서 전기차 부품 공급망 건설에 가장 열심인 곳이 어디일까? 당연히 폭스바겐이다. 그러니 폭스바겐의 성공은 당분간 테슬라 성장의 중요한 토대가 되어줄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치열한 경쟁자 관계지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공급망의 가치 때문에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배터리 자급자족'에 발벗고 나선 유럽연합
모터나 전장부품의 중요성을 무시해선 안 되겠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품은 배터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배터리 산업이 미래차에 이토록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할 수 없었기에 자동차산업이 발전한 국가라고 해서 배터리 산업까지 함께 발전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유럽의 경우 현재 판매되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90% 이상을 중국·한국 등 아시아 배터리업체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로 유럽 내 배터리산업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상태이다. 이에 유럽의 주요 자동차 생산국인 프랑스·독일·스페인 정부는 물론이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차원에서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고 생산기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10년 1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배터리에 관한 유럽 회의(European Conference on Batteries)'에서 "2025년까지 EU가 수입산에 의존하지 않고, 유럽 자동차업계의 수요를 충족하고 수출까지 가능한 양의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시설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배터리 셀 자급자족을 목표로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 할 것임을 천명하게 된다.
지난해 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배터리 가치사슬 연구 및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29억 유로(한화 약 4조원) 규모로 12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거대한 배터리 프로젝트를 승인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BMW, FCA 등 유럽 메이커는 물론이고 테슬라와 같은 외국기업 등 총 42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목표가 '배터리 자급자족'이라니, 코로나 시대에 부품 공급망(Supply Chain)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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