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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 중인 금개구리 죽어도 골프장 공사는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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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 중인 금개구리 죽어도 골프장 공사는 계속한다?

[함께 사는 길] "김포공항습지 복원해 금개구리 살리자"

김포공항은 일제강점기에 김포비행장으로 건설되어, 1954년 정식 공항으로 개항했다. 과거 공항이 개항할 당시에는 공항 일대가 김포에 속하는 지역, 정확하게는 경기도 김포군 양서면이었고, 이 지역은 1963년에 와서야 서울특별시에 편입되었다. 지금은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항동, 방화동, 인천광역시 계양구 상야동에 걸쳐있다. 김해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과 더불어 한국공항공사를 먹여 살리는 3대 흑자 공항 중 하나다. 한국공항공사의 나머지 다른 공항들은 모두 적자다. 잘나가는 김포공항은 어쩌다 골프장과 악연을 맺게 됐을까?

자연 복원력이 만든 완충구역의 생태습지화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그리고 공항 인근의 완충구역이 필요해졌다. 그간 억눌러 왔던 항공기 소음 민원을 해결해야 했고, 또 머잖은 미래에 공항을 확장할 필요성도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8년부터 2002년까지 3000억여 원을 들여 공항 주변 땅을 국가가 매입했다. 김포공항 골프장 문제는 이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11월 국토부 차관회의에서 완충구역을 골프장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물론, 공항 주변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원주민들이 헐값을 받고 억울하게 쫓겨났다.

공항 완충구역의 관리를 한국공항공사가 맡는 동안 많은 문제들이 생겨났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거나, 건축폐기물 재활용 업체가 코딱지만큼의 땅을 완충구역 바로 옆에 사들여 광활한 완충구역을 함께 쓴다거나 하는 문제 등이다.

2005년 9월 골프장 개발을 위한 사전환경성검토(현재 전략환경영향평가에 해당) 때만 하더라도, 완충구역의 생태는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놀라운 복원력으로 자연성이 회복되었다. 사업성을 따지느라(18홀로 할 것이냐, 27홀로 할 것이냐) 세월이 흐르고, 각종 절차를 밟느라 또 세월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이 완충구역의 생태적 가치를 확인하고, 골프장 사업을 반대하기 위한 흐름이 만들어져, 2012년에 서울환경연합을 중심으로 <한국공항공사 김포공항습지 매립반대·골프장사업백지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김포습지공대위)>가 만들어진다. 김포습지공대위는 김포공항 인근 롯데몰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습지에 함부로 폐기물을 버리는 등 환경오염행위가 잇따르자 이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활동을 펼치는 등 김포공항습지 보호활동을 지속했다.

2014년 골프장 조성을 위한 환경영향평가가 시작되자, 이에 대응해서 부천YMCA를 중심으로 '김포공항습지 시민조사단(이하 시민조사단)'을 꾸리게 된다. 시민조사단은 법정보호종 40여 종을 확인하고 환경영향평가 대응에 나선다. 이때 고등학생인 성민규 군(현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이 신종 거미를 발견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신종이 아니라 변종으로 정리됐다.

2015년부터는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공항공사가 김포공항습지에 서식하는 조류 때문에 조류 충돌 사고로 항공기 안전에 우려가 된다며, 법정보호종 보호와 습지 보전 등 생태적 가치를 내세운 김포공항습지 보전운동을 무력화했다. 결국, 한강유역환경청은 한차례 보완을 거쳐 조건부 동의로 협의의견을 낸다. 여기에 습지의 보전과 법정보호종 보호에 관한 사안을 김포습지공대위와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하도록 조건을 걸었다.

▲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12월 14일 금개구리 서식지를 훼손한 불법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직접행동을 진행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이익 충돌에 습지 훼손 가속

환경영향평가가 마무리되자 2016년 10월 말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김포습지공대위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근거로 2016년 12월, 한국공항공사, '인서울27골프클럽(사업시행자: 귀뚜라미랜드, 호반건설, 롯데건설, 부국증권, 중앙홀딩스 등이 참여한 콘소시엄)'이 참여한 '김포공항습지 보전 및 법정보호종 보호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첫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골프장 공사 과정에서 원지형 보전지를 훼손하고, 양서류 포획 및 이주를 위해 설치해둔 트랩이 훼손된 사건이 발생해,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공사중지 처분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협의체의 신의는 추락한 상태로 삐걱거렸다.

그 후로도 협의체에 무수한 안건들이 올라왔다. 대체로 주민편의와 농민들의 요구에 관한 사안들은 김포습지공대위 쪽에서 많이 양보했다. 골프장 외곽 농로를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건이나, 부대시설로 조성되는 축구장에 천연잔디가 아니라 인조잔디로 조성하는 문제와 같은 것들이다. 대신 습지와 원지형보전 면적을 상당부분(약 10만㎡) 추가로 확보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인서울27골프클럽이 골프장 조성 면적을 그만큼 줄여 오히려 공사비(약 80억 원)를 아꼈다는 시각도 있다.

2019년 10월 임시영업 허가를 받아 골프장이 개장됐는데도, 몇 가지 쟁점들을 해소가 되지 않았다. 골프장 개발사업 조건으로 조성하기로 한 대체녹지에 약 4만 톤 분량의 불법 폐기물이 그대로 쌓여 있다거나, 김포습지공대위와 약속한 생태학습장 조성이 안 된다거나, 골프장 남측 외곽배수로에 법정보호종 금개구리 보호조치가 안 된다거나 하는 사안들이다.

골프장 남측 외곽배수로 콘크리트 포장 공사는 인서울27골프클럽이 처음부터 하기 싫어했다. 한국공항공사와 맺은 실시협약 조건에 공항의 배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조항이 있는데, 골프장 외곽지역이라 골프장을 운영하는 데 아무런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는 고질적인 공항침수 문제를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 문제에 사활을 걸었다. 골프장 조성 전에도 김포공항은 해마다 공항 침수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나마 습지가 저류지 역할을 한 것인데, 골프장이 조성되자 자기 논이 잠길까 싶어 농민들은 앞 다투어 농경지를 복토하는 바람에 배수문제가 더 나빠졌다.

금개구리 죽일지라도 공사 계속한다는 골프클럽

남측 수로 콘크리트 포장문제가 협의체 안건으로 올라온 것은 2018년부터다. 처음엔 공항침수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농민들의 요구인 것처럼 말을 바꿨다. 2020년 초에 또 이 문제가 협의체 안건으로 오르자, 김포공항습지공대위는 수리수문학 전문가를 섭외해 적극 검토했다. 이 때 확인한 것은 하류 쪽의 표고가 더 높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침수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이다. 한편으론 2020년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전히 금개구리가 발견되었고, 한강유역환경청은 인서울27골프클럽에 법정보호종 보호조치를 요구했다.

2021년 11월 30차 회의에서 이 문제가 또다시 거론되자, 상황이 심각한 것을 확인하고, 김포습지공대위는 11월 25일 환경부에 민원을 넣었고, 한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사업부지 인근 남측 수로 금개구리 보전방안 제시) 이행 명령 요청을 서울지방항공청에 전달하였고, 서울지방항공청은 다시 인서울27골프클럽에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공사는 진행되었다. 김포공항습지공대위는 12월 7일 한국공항공사 앞 1인시위로 맞대응하였고, 한강유역환경청은 12월 8일 “공사중지 명령”을 서울지방항공청을 통해 인서울27골프클럽에 전달했다. 그리고 김포습지 공대위는 더 이상 협의체를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 12월 10일 마지막 회의를 열어 협의체를 해산했다.

협의체를 해산한 상황에서 주말인 12월 11일에도 공사를 강행하자, 환경연합은 성명을 내고, 12월 13일에도 공사를 강행하면 몸을 던져 저지하겠다고 경고했다. '불법공사 중단하라'는 현수막 하나만 들고 공사현장을 찾아간 14일에야 공사를 멈춘 것을 확인했다. 바로 전날, 한강유역환경청이 엄포를 놓고 다녀간 것이다.

인서울27골프클럽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환경영향평가법'과 '야생동물보호법' 등을 위반한 벌과금 5000만 원을 맞더라도 공사를 강행하는 게 이득이라고 말하는 천박한 인식을 드러냈다. 공사를 한 부분은 금개구리가 수로 쪽으로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란 상식과 맞지 않는 얘기도 했다. 금개구리는 현재 인근 농경지에 땅을 파고 들어가서 동면중이다.

▲ 금개구리가 서식하는 골프장 남측 수로.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공원화로 자본과 행정의 자연 착취 끊어낼 것

인서울27골프클럽은 2022년 9월까지 임시영업허가를 받은 상태고, 그때까지 인허가 조건을 갖춰서 정식으로 준공해야 한다. 그리고 2037년까지 영업을 하는 동안 매해 38억 원씩 한국공항공사에 임대료를 납부한다.

정부는 현재 전국적으로 신공항건설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항 운영은 한국공항공사가 맡게 될 것이다. 신공항 건설로 들어간 각종 비용은 천문학적이고, 이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대기업 자본의 도움을 받으려할 것이다. 자본은 또 다시 자연을 파괴하고 착취하면서 개발 이익을 남기려 들 것이다. 김포공항 사례를 보듯, 국가와 자본은 보전가치가 높은 자연생태계를 끊임없이 착취하면서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골프장으로 상당 부분 개발된 김포공항습지를 습지로 복원할 기회가 앞으로 두 번 돌아온다. 골프장 준공 마감 시한인 2022년 9월과 한국공항공사에 사업운영권이 넘어가는 2037년이다. 인서울27골프클럽과 한국공항공사 사이에 치열한 법적공방도 벌어지겠지만, 그 공방과는 별도로 시민사회의 요구는 엄정하다. '금개구리를 살려라!', '김포공항습지를 복원하라!' 이것이다. 서울환경연합은 '김포공항습지를 복원해 시민들에게 생태공원으로 돌려달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지속적인 감시와 활동으로 관철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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