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1일 새벽,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석탄운송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던 스물넷 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기계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의 소속 회사인 한국발전기술이 만든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 2인 1조 지침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전부터 제기됐던 하청 노동자들의 컨베이어벨트 안전 설비 개선 요구도 여러 번 묵살됐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법인을 비롯 이 사고의 책임자에 대한 1심 선고가 다음달 10일로 예정돼있다. 이를 앞두고 시민 1만여 명이 법원에 제출할 의견서를 썼다. 고 김용균 노동자 산재사망의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 한국사회에 다시는 그와 같은 비극을 당하는 이가 없도록 해달라는 마음을 재판부에 전하기 위해서다.
김용균재단이 모은 김용균 재판 의견서 중 일곱 편을 싣는다. 앞의 네 편은 한국마사회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 씨, 건설노동자 고 김태규 누나 김도현 씨, 건설노동자 고 정순규 아들 정석채 씨,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 등 산재유족이 쓴 것이다. 뒤의 세 편은 이들의 곁을 지켜온 노동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의 의견서로 예정돼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공명정대한 재판 진행에 늘 노고가 많으십니다.
저는 김용균 청년을 허망하게 잃고 4개월 후 용균이와 같은 1994년생, 만 24세에 출근한지 사흘만에 건설현장에서 추락사로 목숨을 잃은 꿈많던 청년노동자인 또 다른 제 2의 김용균, 고 김태규의 누나입니다.
모든 산재사고에서 그래왔듯이 용균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다가 본인 부주의로 사고를 당했다고 회사는 말합니다.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가서 사고를 당했고 석탄운송 컨베이어 벨트는 공항 컨베이어 벨트처럼 안전하게 운영됐는데 왜 그런 사고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3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반성은커녕 어불성설 태도로 말도 안되는 궤변을 늘어 놓고 있습니다.
사고 책임자들은 용균이 죽음 이후 사람이 죽지 않게 현장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헤드랜턴을 지급받으려면 아직도 6개월이 걸리고, 비정규직 고용과 노무비 착복은 여전히 김용균이 죽기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모든 것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결정합니다. 말단 관리자가 아닌 진짜 책임자인 원청 대표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에 따른 엄중한 처벌을 받게 해 주십시오.
재판장님. 이 재판은 김용균만의 재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산재사고를 막을 수 있는 죽지 않아도 될 살 목숨들을 살릴 수 있는 모든 일하는 노동자들이 앞으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주춧돌 같은 중요한 재판입니다. 태규 재판때 저는 1심에서 판사가 '비일비재한 추락사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재판장님! 비일비재한 추락사에 죽어마땅할 생명은 없습니다. 법제도가 산재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 말로 여실히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장님이 이 생각을 바꿔 주십시오.
산안법, 중대재해법, 그리고 용균이 죽음 이전으로 돌아가는 판단이 아닌 기업이 노동자 죽음에 책임질 수 있게 하는 공명정대한 판단을 부디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자식을 잃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연명하며 살아간다는 김용균의 엄마가 좌절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을 촉구합니다.
2022년 1월 7일
탄원인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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