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방역패스 및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포함한 전폭적인 방역 완화를 결정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를 신규 확진자 수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퇴 압력 등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방송 <BBC>를 보면 19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잉글랜드에서 실내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 면제, 백신패스 해제 등을 포함해 방역 조치('플랜 B')의 대부분이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재택근무 권고는 즉시 해제되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오는 27일, 학교 교실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던 조치는 20일부터 해제된다고 했다. 또 현재 나이트클럽이나 큰 행사장에 백신 접종 증명서 혹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서를 제시해야 입장할 수 있었던 백신패스 제도도 27일부터 강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가격리 지침은 3월24일까지 유효하지만 존슨 총리는 이 또한 더 앞당겨 해제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잉글랜드에서는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거나 증상이 있을 경우 5일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방역 완화의 이유로 "통계청의 최신 조사 결과를 보면 잉글랜드에서 감염이 줄고 있다"며 "과학자들은 국내 오미크론 파동이 이제 정점을 찍었다고 믿는다"는 것을 제시했다. 존슨 총리는 그러면서도 "초등학교에서 감염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잉글랜드 북동부와 북서부에서 국민보건서비스(NHS)에 가해지는 압력은 상당하다"며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주의를 당부한다"고 말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영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확산된 지난해 12월부터 극장을 포함한 실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가능한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나이트클럽과 대형 행사장에서 백신 패스를 의무화하고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등 '플랜 B' 방역조치를 시행 중이었다.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달 초 하루 20만 명을 넘기기도 했지만 최근엔 10만 명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19일에는 10만8069명이 신규 확진됐다. 6700만 영국 인구 중 거의 3700만 명이 추가 접종을 해 부스터샷 접종률은 54%에 이른다.
다만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감소 추세지만 유럽 전체의 감염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옆 나라 프랑스의 경우 하루 40만 건 이상의 신규 확진이 나오고 있고 이탈리아와 독일도 각 하루 19만 건, 12만 건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며 감염이 확산 중이다.
이번 방역 완화 조치에 영국 내부에서는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다소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팻 컬렌 왕립간호학교 최고 책임자는 "(방역조치 완화는) NHS에 가해지는 압력을 전혀 해소해주지 못할 것이다.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오직 백신에만 의존해선 안된다"라고 <BBC>에 말했다.
잉글랜드 북부의 한 도시에서 공중보건을 담당하고 있는 이름을 밝히기 꺼린 이는 영국 언론 <가디언>에 "과학과 증거에 기반하기보다 정치적 결정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확진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보고 있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숫자"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봉쇄 조치 기간 여러 차례 파티를 벌인 것이 드러나, 이른바 '파티게이트'로 현재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파티게이트 관련 조사 보고서는 다음주 쯤 나올 예정이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방역 완화가 상황 타개에 도움을 주기를 바라며 '파티게이트'에 뻔뻔하게 대응하기로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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