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면 세기 말에는 기존 동계올림픽 개최지 중 일본 삿포로만이 적합한 개최지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더힐>등 외신과 워털루대학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위치한 워털루대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동계올림픽의 미래: 코치와 선수의 관점에서' 연구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큰 폭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세기 말에는 기존 동계올림픽 개최지 중 대부분의 개최지가 올림픽을 열기에 부적합한 기후 조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니얼 스콧 워털루대 지리·환경경영학 교수는 <로이터>에 "현재와 같은 (기후변화) 궤적을 따라간다면 이번 세기 말에는 삿포로만이 동계올림픽을 치를만한 기후 조건을 가진 개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오스트리아, 미국 등 다국적 연구자들로 꾸려진 연구진은 1920년부터 최근까지 역사적인 기후 데이터를 살피고 온실가스 '저배출'과 '고배출'로 시나리오를 나눠 2050년대와 2080년대의 기후변화를 예측했다.
연구 결과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2월 낮 기온은 1920년대에서 50년대 사이에 0.4도 올랐고 60년대에서 90년대 사이에 3.1도가 올랐으며 21세기 들어 다시 6.3도 올랐다. 연구진은 이번 세기 남은 기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2도에서 4.4도까지 기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은 가장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시나리오를 검토해도 2080년대에는 한국 평창, 러시아 소치, 이탈리아 토리노,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프랑스 샤모니 등에서는 안정적으로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로버트 슈타이거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 교수는 "온실가스 저배출 시나리오를 검토해도 유럽 대부분의 개최지가 2050년대 초반에는 개최가 부적합한 곳이 되거나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고 봤다고 <더힐>은 보도했다.
기온이 올라가면 눈의 품질이 나빠지고 선수들의 부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2014년에 동계올림픽이 개최된 소치는 동계올림픽 개최지 중 가장 기온이 높은 곳이었는데, 당시 선수들의 부상이 유독 많았던 것이 일정 부분 설명해준다고 봤다. <로이터>는 알파인 스키, 스노우보드 종목 등을 포함해 최근 세 번의 동계올림픽에서의 설상 종목 사고율이 이전 다른 올림픽들에 비해 55%나 높았다고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선수들은 이미 기후변화를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연구진이 20개국의 339명의 선수들과 코치들을 조사한 결과 89%가 변한 기후 환경이 경기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94%가 기후 변화가 자신의 종목의 향후 발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연구진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제시한 목표가 잘 지켜진다면, 세기 말에 (기존 동계올림픽 개최지 중) 8곳에서 안정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6곳만이 개최하기 어려운 곳이 될 것"이라며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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