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이 '멸공 캠페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이재명비리국민검증특위위원장인 김진태 전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가 이마트에서 달걀, 파, 멸치, 콩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문(달)파멸공. 다함께 멸공 캠페인 어떠냐"고 제안했다. '멸공 챌린지'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최근 인스타그램이 '멸공' 태그가 붙은 자신의 게시물을 '폭력·선동'을 이유로 삭제한 데 대해 불만을 표했고, 지속적으로 '멸공' 키워드를 올리고 있다.
'멸공'은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뜻으로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이어져 온 이승만, 박정희 , 전두환 등 독재정권의 상징적 구호였다. 요즈음엔 일상 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군대에서는 여전히 초소 이름, 암구호 등에 '멸공'이라는 명칭이 남아 있고, 과거에는 경례 구호로도 쓰였다. 군가에도 '멸공'이라는 말이 쓰인다.
인스타그램의 '표현의 자유' 문제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그간 지속적으로 '공산당이 싫다'는 메시지를 내 왔다. 과거 베트남 전쟁 때 북베트남군을 부르던 '멸칭'인 '콩'이라는 말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콩(cong)'이라는 말은 서구권에서도 아시안, 특히 베트남인에 대한 인종차별 등의 함의가 있다는 이유로 잘 쓰지 않는 말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쏘아 올린 '멸공 챌린지'를 윤석열 후보가 받았다. 윤 후보는 8일 신세계가 운영하는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 사진에는 윤 후보가 여수멸치, 약콩 등을 고르는 모습이 담겼다. 윤 후보는 해당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해시태그로 ‘#달걀 #파 #멸치 #콩’이라고 적었다. 이후 국민의힘이 제작한 '에이아이(AI) 윤석열'이 관련한 질문에 "장보기에는 좀 진심인 편"이라며 "오늘은 달걀, 파, 멸치, 콩을 샀습니다. 달파멸콩"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그룹을 연상시키는 '달파', 정 부회장이 언급한 '멸공'과 비슷한 발음을 이용해 정 부회장의 '멸공 챌린지'를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나경원 전 의원이 멸치와 콩을 구입하는 사진을 올리고 "공산당이 싫어요가 논란이 되는 나라는 공산주의국가 밖에 없을 텐데. 멸공! 자유!"라고 적었고, 김진태 전 의원은 '멸공 캠페인'을 벌이자는 주장까지 내 놓았다.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챌린지'가 정치권으로 번지면서 '색깔론'의 모습을 띠어가고 있는 셈이다. 과거 공안검사를 지냈던 고영주 씨가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던 것과 유사한 모습으로, 주로 극우 인사들이 현 정부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해 왔다.
이처럼 때아닌 '멸공 챌린지'에 대해 여당은 비판적인 논평을 냈다. 민주당 남영희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윤 후보의 '공정과 상식'이 망하자 '멸공과 자유'로 판갈이 중인 듯"이라며 "70·80년대 흑백TV 윤석열 검찰당 구호로는 안성맞춤"이라고 비판했다.
죽창가를 시대착오적이라 비판했던 야당이 시대착오적 '멸공 챌린지'에 열을 올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과거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한일 무역갈등' 당시 '죽창가'를 공유한 데 대해 '시대착오적', '이념편향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한일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과 관련해 "외교는 실용주의, 실사구시, 현실주의에 입각해야 하는데 이념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런 윤 후보는 이제 공산주의를 제거하자는 '멸공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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