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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피아'의 완벽한 부활…문재인정부의 완벽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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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피아'의 완벽한 부활…문재인정부의 완벽한 실패

[기고] 관료들에 장악당한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진보(?)정권 20년 집권설이 돌았다. 아무리 못해도 박근혜 정권보다 나을 것 아니냐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종착역을 향해가는 지금 승객들은 지쳐있다. 새 열차로 갈아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마땅히 탈 것도 없다. 불쌍한 대한민국이다. 희망을 안고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자괴감만 느끼고 있다. 정부 출범식 때 울려퍼졌던 공정, 평등, 정의는 빛이 바랬다. 서민들의 삶은 추락했다.

정부가 지향했던 가치가 무엇이었든 간에 정치는 무릇 시민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위대한 비전과 멋진 구호, 잘 짜인 행사 연출은 아주 잠깐만 시민들의 관심을 끌 뿐이다. 화려한 구호와 선전 문구가 삶과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은 군사분계선을 맞대고 있는 아주 가까운 정부의 현실에서도 알 수 있다.

최소한 국토교통분야에서 만큼은 문재인 정부는 실패했다. 전지구적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남북평화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철도개혁이 반드시 필요했다. 실세 정치인으로 불린 김현미 장관이 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부장관으로 임명됐다. 이때만 해도 김현미 장관은 개혁 적임자로 평가받으며 실타래 같이 얽힌 철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낼 것 같았다. 그러나 부동산 늪에 허우적대다가 빠져나오지 못했다. 치솟는 집값에 벼락 거지 신세로 내몰리는 서민들의 분노만 높아져갔다.

바짝 엎드려 있던 관료들은 서서히 기지개를 펴더니 철도 개혁으로 이어진 길을 막아버렸다. 어느새 장관은 관료들의 대변자가 되어있었다. 무능한 장관들이 관료에 의지하는 전철을 그대로 밟았다. 관료들은 무난하게 문재인 정부가 개혁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이제는 제법 노하우가 쌓여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청와대와 집권당을 조련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는 듯하다. 엘리트 주의에 빠진 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벌이는 향연이 대한민국 관료 또는 관료주의의 실체이다

문재인정부 내내 국토부와 그 산하기관 주요 자리는 철도 민영화와 경쟁체제를 기획하고 주도했던 자들이 차지했다. 더구나 정권 말기 한국철도의 양대 기관 중 하나인 국가철도공단이사장에 김한영 전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이 임명된 것은 관료들의 완전한 승리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김한영 교통정책실장시절은 철도쪼개기를 통한 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 정책이 급물살을 타던 때였다. 김한영 철도공단 이사장은 취임 후 바로 미래전략연구원이란 기구를 만들더니 양근률 씨를 원장으로 영입했다. 양근률 원장은 20여년 전 철도청 민영화 전담 팀장을 맡았고 이후 기획예산처에서 철도민영화 및 중기재정계획 수립과제를 수행했다.

철도개혁이 무산되자 자신감을 얻은 어제의 용사들이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국가철도공단은 "국가교통체계 재정립" 방안을 마련한다며 연구용역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용역비가 무려 60억이다. 연구착수보고서에 명시된 내용들을 보면 준국가기관인 국가철도공단이 수행해야 할 수준을 넘어선다. 만약 이 용역이 실행된다면 한국철도 정책의 기초는 국토부가 아니라 국가철도공단이 수립하고 이에 근거해 철도정책이 집행되는 모양이 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꼴이다. 한국철도를 이루는 두 축이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이다. 연구용역은 국가철도공단이 철도의 거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가뜩이나 삐걱대던 두 기관은 국가철도공단의 비대해진 축으로 만들어진 불균형으로 미래로의 전진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국토부가 주관하는 가장 중요한 연구 중의 하나가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의거해 5년마다 수행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이고 현재 진행중이다. 이 연구의 용역비가 2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 국가철도공단의 60억 원짜리 연구용역 이야기가 나오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영화 <오션스11>이다. 왕년의 전설적 도둑들 11명이 힘을 모아 크게 한 탕 하고 뜨는 내용이다. 미래는 철도를 중심으로 한 교통체계라는 것을 철도민영화와 경쟁체제를 신앙처럼 떠 받드는 이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장밋빛 전망과 실현해야 할 과제를 멋진 그래프와 도표들로 적당히 채우고 붙여넣기 신공을 통해 한 달에 2억5000만 원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설계는 얼마나 그럴 듯한가.

연구용역은 교통학회이름으로 입찰됐다. 물론 학회 이름을 빌린 것으로 실제로는 설계자의 개별 네트워크로 연결된 연구진이 결합 됐다. 용역을 주관하는 국가철도공단의 미래전략연구원장은 앞서 밝혔듯이 민영화 전도사였다. 책임연구원은 서선덕 명예 교수로 '명예' 자가 붙은 만큼 현직에서 물러나 있다. 높은 자리를 주는 대가로 편안하게 통제하고 싶은 것은 전면에 나서기를 꺼리는 설계자들의 공통점이다. 서 명예교수는 2006년, 철도 파업을 비난하는 언론기고를 통해 철도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개혁으로도 경쟁력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민영화나 여객·화물의 분리를 포함한 복수 운영주체의 허용 등과 같은 과감한 정책실험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선덕 명예교수의 과감한 정책실험은 현재 주식회사 수서고속철도(SR)로 진행중이다. 한편 서 교수는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단장으로 국제수주전에 뛰어들었다가 비현실적 사업비 논란 속에 해임된 경력도 있다.

부책임 연구원은 교통연구원에서 은퇴한 이재훈 박사이다. 이재훈 연구원은 교통연구원 재직시절 수서발 고속철도 민영화 논리를 생성 제공한 사람으로 KBS뉴스에 출연해 수서발 고속철도를 민영화하면 지하철 9호선처럼 효율적인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9호선은 일방적 요금 인상을 시도하고 지옥철의 오명에 시달리다 다국적 투자사 매쿼리, 운영사 베올리아가 철수하는 논란의 과정을 거쳐 재구조화 되었다.

연구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철도 경쟁체제 또는 민영화를 신봉했던 시니어 그룹 학자들이다. 연구와 자문에 참여한 이들 중에는 대학교수라는 타이틀만 빼면 철도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 변변한 연구 실적 조차 눈에 띄지 않는 사람도 보인다. 국가철도공단과의 우호적 관계 외에는 참여의 이유나 필요성을 찾을 수 없다. 이런 저간의 현실을 모르고 연구 주제에 공감해 참여한 교수들도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피해자 들이다. 연구자의 노력은 설계자의 성과로 둔갑되기 십상이다. 이제 60억짜리 '기관 파워 과시형 연구용역'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가적 필요성이 있다며 연구용역이 추진되는데 이상한 점 투성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대담한 기획이 거침없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추진하는 집단의 배포도 대단한 것 같다. 정부는 개혁 동력을 잃었고 주관부처 국토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사이 선수들이 미소를 짓는다. 올드보이들이 화려하게 귀환하고 공익이란 간판 아래 진열된 것은 사욕이다. 이런 사태에 기꺼이 몸을 싣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 있다. 멋진 그 이름, '철피아!'

#오징어게임 노노, 참가자 누구도 죽지 않는 마피아 게임 #개혁실패의 참담한 현실 #먹튀 #일단 챙기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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