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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양당 비호감 대선, 진보 제3지대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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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양당 비호감 대선, 진보 제3지대 되찾아야"

[인터뷰 ①]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진보진영이 구성한 대선공동대응기구(이하 대응기구)에서 선출되는 단일후보를 배타적으로 지지하기로 했다. 대응기구에는 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의당, 진보당 등 5개 정당과 '한상균 노동자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본부'가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단일후보 배타적 지지 결정은 2012년 이후 9년만이다. 당시 민주노총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을 지지했다 총선 뒤 비례대표 경선을 둘러싸고 통합진보당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나자 이를 철회했다. 통합진보당은 이후 분당의 길을 걸었고 민주노총의 단일후보 배타적 지지 방침은 복원되지 않았다.

이같은 아픔을 겪은 진보진영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어떤 명분과 필요에서 후보 단일화 논의를 시작했을까. 그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경선 방식을 둘러싸고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까. 대응기구에 참여하며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를 촉진하고 있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난 이유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이뤄진 양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두 편으로 나눠 싣는다. 첫편에는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양 위원장에게는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뿐만아니라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적 정서, 청년세대와의 관계 설정,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등에 관한 생각도 들어보았다. 이는 둘째편에 실을 예정이다. 

양 위원장은 "기득권 양당이 번갈아가며 집권하는 동안 세상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 뒤 "자본, 기업보다는 노동자의 권리를 우선으로 인식하고 남북 간 대립보다 평화를 추구"하는 진보진영이야말로 한국사회에서 진정한 제3지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은 또 양당체제를 무너뜨리고 진보진영이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모두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는데 민주노총과 진보5당 모두 이견이 없었기에 대응기구 출범 과정은 순탄했다고 설명했다.

경선방식 논의와 관련해서는 "여론조사 100% 방식부터 선거인단 100% 방식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다수 의견은 둘을 일정비율로 조합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양 극단의 주장을 하고 있는 정당에서 양보의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4일 큰 틀이 합의되면 다음 주에 여론조사 질문이나 선거인단 모집 범위 등에 대한 세부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부 논의가 완료되면 1월 초 바로 단일화 절차에 돌입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내용.

"대선에 복마전이 벌어지고 있다"

프레시안 : 진보진영 단일후보에 대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선언은 9년만이다. 현재 대선 국면에 대한 진단과 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의 의미에 대해 말해 달라.

양경수 : 모두가 이번 대선이 비호감 대선이라고도 한다. 누가 덜 나쁜지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마전이 벌어지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을 겪은 뒤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을 거쳤다. 항상 양당이 집권했는데 세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촛불의 힘과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을 등에 업고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양당체제로 새로운 세상을 도모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났고 본다. 기득권 양당 체제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또, 이번 대선에서 정책 의제가 사라졌다. 19대 대선을 보면, 비정규직, 최저임금, 노동시간과 관련한 정책이 공약으로 나왔고 사회적으로도 이야기됐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그런 정책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다 보니 정치에 대한 외면이 나타나고 있다. 이건 꼭 노동 분야에만 한정된 일은 아니다.

이런 조건에서 진보진영이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모인 것은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김동연으로 이야기되는 제3지대가 사실 진보진영의 몫이었다. 이 위치를 회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게 대선 후보 단일화과정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레시안 : 지난 14일 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을 처음 공식화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후보, 김동연 후보 등을 1-1지대, 2-1지대 식으로 표현했다. 진보진영을 왜 진짜 제3지대로 보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양경수 : 제3지대는 결국 가치와 담론으로 구분되는 거라고 본다.

민주당은 일부 개혁적인 마인드나 원칙을 갖고 있으나 여전히 친자본적이고 친기업적인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을 표하고 있다. 물론 한반도 문제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비되는 면이 있고 노동 문제에서 둘 사이에 일정 정도 차이가 있지만, 큰 차이는 없다. 이런 면에서 안철수 후보나 김동연 후보도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진보진영은 자본, 기업보다는 노동자의 권리를 우선으로 인식하고 남북간 대립보다 평화를 추구한다. 가치로 구분할 때 민주당이나 국민의힘과 명확하게 대비된다.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민주노총

"기득권 양당 체제 극복 위해 진보진영 단결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프레시안 : 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 논의 과정에 대해 묻겠다. 위원장 후보 시절부터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지난 1월 위원장 임기를 시작한 뒤 어떻게 준비했고, 어떤 논의를 했나?

양경수 : 배타적 지지 방침 복원은 진보진영의 뜻을 모은 결과로 나와야하는 것이지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강제할 수는 없다고 봤다. 진보정당이 모여서 함께 단결을 이야기하고 진보정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민주노총이 진보진영을 결집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조합원 수 증가도 중요하지만, 진보, 민주주의, 노동자, 민중의 문제에 대해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싸울 때 그런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총파업 등 여러 투쟁을 했고 이를 통해 민주노총이 현 정부와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대표적 조직으로 자리매김하며 그런 힘을 가질 수 있었다고 본다.

이런 생각에서 올해 6, 7월경 진보 5당에 대선을 앞두고 함께 모여 공동 의제를 발굴하고, 공동 투쟁을 만들고, 후보 단일화까지 추진해보자고 제안했다. 진보 5당도 공동 행보가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같이 하자는 답이 왔다.

대응기구 출범 초기에는 어떤 의제로 함께 싸울 거냐를 논의했다. 그 결과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에 진보5당이 함께 했고 '민주노총-진보정당 대선공동선언'도 정리할 수 있었다. 이런 논의를 기반으로 후보 단일화 문제가 최근 본 궤도에 올랐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은 대응기구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양경수 : 각 정당의 입장을 조율하고 논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드시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하고 있다. 굉장히 어렵고 조심스러운 문제지만 논의 과정에서 각 정당의 뜻이 다르면, 마지막 순간에는 대안이나 중재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이 문제는 진행 상황에 맞게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 안에서 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에 대한 분위기는 어땠나? 이견은 없었나?

양경수 : 이견이 없었다. 진보진영의 단결에 누구나 다 동의했다. 조합원 사이에서는 원래 '제발 좀 진보정당이 하나로 모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프레시안 :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이 쉽게 뜻을 같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양경수 : '기득권 양당체제를 무너뜨리고 노동자, 민중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안세력이 정말로 필요하다. 진보진영이 그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작은 차이로 다투기보다 공통분모에 기초해 모두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다른 진보적인 단체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나?

양경수 : 다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각계각층의 진보적인 단체와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의식을 공감해왔다.

민중공동행동에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여성연대 등 대부분의 진보단체가 들어와 있다. 민중공동행동이 제안해 23일(인터뷰 다음날) 각계각층의 원로, 인사가 참여하는 원탁회의가 열린다. 같은날 진보진영 대선 후보 단일화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도 한다.

▲ 23일 서울 중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불평등 체제 타파와 진보정치 대단결을 위한 대선대응 각계 원탁회의 기자회견. ⓒ민주노총

"진보진영 단일후보, 민주당과 단일화하지 않을 것"

프레시안 : 내년 1월 말 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을 위해 오는 12월 말까지 경선 방식을 확정한다고 했다. 열흘도 안 남았다. 촉박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경선방식 논의 상황은 어떤가?

양경수 :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하고 17일에 한 차례 회의를 했다. 여기에서 일단 경선 룰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확인하고 1차 토론을 했다. 여론조사 100% 방식부터 선거인단 100% 방식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다수 의견은 둘을 일정비율로 조합해 진행하자는 거다.

양 극단의 주장을 하고 있는 정당에서 일정 정도 양보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따로 회의를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4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큰 틀을 정돈하려 한다.

큰 틀이 합의되면 다음 주에 세부 논의를 할 수 있을 거다. 여론조사에서 선호도를 물을지, 경쟁력을 물을지, 선거인단 모집 범위는 어떻게 할지 등을 정해야 한다. 세부 논의가 완료되면 1월 초에 바로 단일화 절차에 돌입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프레시안 : 후보를 선출해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민주당과의 단일화 압력이 거셀 것 같다. 이에 대한 우려는 없나?

양경수 : 대응기구에 들어온 6개 단체는 단일후보로 선출되면 완주하기로 했다. 물론 대응기구가 깨지면 민주당과의 단일화에 대한 결정은 각 정당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진보진영이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에 나선 데에는 기득권 양당체제 타파라는 목표가 명확한 공통분모로 작용했다. 민주당과 단일화 할 이유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

프레시안 : 공약에 대한 이견은 없을까?

양경수 : 이미 '민주노총-진보정당 대선공동선언'이 있다. 이 선언을 토대로 하면 어렵지 않게 공약을 정리할 수 있을 거다. 참여주체들의 근본적인 정치적 방향이나 지향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아 공약을 정리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아직 공약을 어떻게 만들지 명확히 정한 건 아니다.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공약이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을 거다.

※ '민주노총-진보정당 대선공동선언'의 주요 내용은 △ 2030년 탄소배출 50% 이상 감축 법제화 등 기후위기 대응 △ 일하는 모든 시민의 노동권, 안전권, 생활권 보장 △ 일자리 국가책임 강화 △ 공공병원 확대, 무상교육 등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 주4일제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주16시간 최소노동시간 보장을 통한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 △ 경제민주화와 토지, 주거공공성 확대 △ 성차별 해소와 사회적 소수자 인권 보장 △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 등이다.

프레시안 :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진보진영 단일화 흐름을 내년 6월 지방선거, 나아가서는 2024년 총선까지 이어갈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 단체들과 이야기를 나눈 내용이 있나?

양경수 : 지금 당장은 당연히 지방선거와 연동한 논의가 더 많다.

현재 4명의 후보(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 한상균 후보, 노동당과 사회변혁노동자당이 공동 내부 경선으로 선출할 대선후보)가 출마할 걸로 예상되는데 1명의 후보가 선출되면 나머지 3명은 사퇴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정당은 후보를 못 내고 대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 정당의 특성상 후보를 내지 않으려면 당원을 설득할 명분도 필요하고 반대급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선에서 후보를 낸 정당은 지방선거에서 좀 양보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런 문제가 조율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경선방식과 관련해서도 이번에 어떤 정당에 조금 더 유리하게 결정됐다면 지방선거에서는 약간의 변화를 줄 수도 있을 거다.

이번 대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면, 민주노총 조합원뿐 아니라 진보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지방선거에서는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더 강하게 요구할 거다. 거기서 또 성과를 내면 2024년 총선에서는 정말 큰 꿈을 꿀 수 있을 거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20대 대선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정치에 대한 새로운 꿈을 다시 함께 꾸자"

프레시안 :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며 든 소회가 있을 것 같다.

양경수 : 12월 초에 감옥에서 출소한 직후만 해도 '이게 되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최근에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잘 됐으면 한다'는 기대를 많이 받고 있다. 도움을 주겠다거나 조언을 해주는 분도 많다. 민주노총 지역 본부나 단위 사업장에서도 자발적인 지지성명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걸 보며 진보진영 단결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다.

또, 대응기구에는 통합진보당을 같이 안 했던 단체나 당도 들어와 있다. 진보정치 영역으로 보면 지금까지 중 가장 넓은 스펙트럼에 속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다. 여기에 굉장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노총이 이런 논의를 끌고 가는 건 처음이고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의 사람이 모인 것도 처음인데 사업이 추진되고 결과가 보이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롭고 책임감도 크게 느껴진다.

프레시안 : 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 논의를 지켜보는 조합원과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양경수 :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을 통해 꿨던 진보정치의 꿈이 10년간 유실됐다. 이걸 다시 복원하는 과정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셔야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그동안 진보정치의 곡절과 어려움에 대해 실망한 분도 포기한 분도 있을 텐데 다시 새로운 꿈을 함께 꾸면 좋겠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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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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