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일 1설화'? 윤석열 "극빈층은 자유가 뭔지도 몰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윤 후보는 22일 전북대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하면서 "생산물이 시장을 통해 분배되지만, 상당한 정도의 세금을 걷어 어려운 사람과 나누어서 그 분들에 대한 교육·경제 기초를 만들어 주는 것이 자유의 필수적인 조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후보는 강연 후 기자들이 해당 발언의 취지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자 "그 분들(극빈층·저교육층)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분들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얘기"라며 "끼니 걱정해야 하고 사는 게 힘들면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를 느끼게 하려면 그 분들에게 좀더 나은 경제 여건이 보장되도록 하고 더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서 자유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것이고, 너무 사는 게 힘들면 자유가 뭔지 느낄 수 있겠느냐는 뜻이었다"고 했다.

자유권의 물질적 기초를 강조하는 취지였다고는 하나, 대중 연설에서 오해의 소지가 높은 표현으로 설화를 입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피해야 할 일이다. 특히 윤 후보의 경우에는 이와 유사한 사례가 많아 이미 고질적인 문제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윤 후보의 이같은 말은 한 전북대 학생이 'n번방 방지법'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생각을 물은 데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윤 후보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가장 문제되는 게 동성혼"이라며 "개인의 성적 지향과 결정은 차별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법률적·경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데 있어서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성) 혼인의 법적 효력을 이성 간 혼인 효력과 똑같이 인정할지 문제는 당사자뿐 아니라 자녀와 가족,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의석수로 통과시켜 법을 강제할 수 있지만, 헌법과 매치(match)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n번방 방지법에 대해서는 "법률을 폐기하자거나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텔레그램과 같이 외국 서버가 있는 곳은 규제가 잘 안 되고, 성착취물 스크린(적발)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통신의 비밀이 좀 더 보장될 수 있게 연구해서 손보자"는 차원에서 법 재개정을 언급했던 것이라고 윤 후보는 해명했다. "법의 대대적 개정보다는 법 집행시의 기술적 문제들을 살펴 법령에서 약간의 개정이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자신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개념에 대해서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가 지구보다 무겁다는 자연법 정신에 입각하지 않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유럽 같은 사회적 민주주의도 정확한 자유민주주의다. 개인이 존중되고,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제한하는 데 근본적 한계를 짓고, 국가보다 개인이 먼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날부터 1박2일간 광주·전남·전북을 방문했다. 이날 오후 1시 전북 완주 수소 특화 산업단지 방문을 시작으로 전주대 방문, 전북 선대위 출범식 및 기자간담회 등 일정을 소화했다. 이튿날에는 광주 AI데이터센터를 방문하고 순천·여수를 찾는다.

윤 후보는 이날 전북대에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 희생자인 고 이세종 열사 추모비에 헌화하려 했지만 5.18 관련 단체 및 대학 민주동문회 등이 가로막아 추모비 대신 표지석 앞에서 추모의 뜻을 표했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비석은 참배를 못 했고, 반대하는 분들이 물리적으로 막고 있는데 충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 분이 저하고 똑같은 79학번이고, 5.18때 저도 대학 2학년이었는데 그분도 2학년이어서 친구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한편 이준석 당 대표의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에 대해서는 "본인이 그렇게 어제부터 얘기를 했는데, 정치인으로서 그 결정을 번복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저에게 '이 일은 나에게 전적으로 맡겨 달라. 후보가 직접 이 일에 관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는데, 김 위원장도 (이 대표를) 많이 만류했고 저도 조수진 전 공보단장에게 '깊이 사과하고 설득을 잘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하는 것보다는 이 대표에게도 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도 "어찌됐든 가장 중요한 당무가 선거 때는 선거 아니겠느냐. 대표로서 가장 중요한 당무를 잘 처리할수 있도록 다같이 힘을 합쳐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