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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감님, '나홀로' 법과 원칙이 다른 방어논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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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감님, '나홀로' 법과 원칙이 다른 방어논리입니까

[기고] 이제라도 노조와 직접 대화 나서 달라

요즘처럼 이재정 경기교육감을 이해하기 어려운 시간도 없는 듯합니다. 비정규직 정규직 가릴 거 없이 이재정 교육감의 불통에 대해 들고 일어나자, 최근 이재정 교육감은 장문의 페이스북 글로 본인의 괴로운 심정, 그럼에도 물러설 수 없다는 원칙(?) 등을 밝혔습니다. (이재정 교육감 페이스북 글 바로가기)

안타깝습니다. 본인은 모두를 위한 원칙이라고 하지만, 그 원칙은 편협합니다. 보수검찰이나 내세울 법한 원칙으로 인해 오히려 모두가 상처 받고 약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음을 이재정 교육감께선 제발 살피시길 바랍니다.

유치원 지역차별 합리성 없으니 다른 방어논리 개발하자?

우선 한 치의 가감 없이 이재정 교육감의 주장에 대해 사실 여부를 따져보고자 합니다. 이재정 교육감은 산적한 문제들의 "해법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무책임합니다. 교육감실 앞 농성의 발단은 유치원방과후과정의 지역차별(같은 직종에 대해 경기, 강원, 경북만 낮은 임금으로 차별)입니다. 집단교섭에서 이 차별을 해소하는 권한은 엄연히 3개 교육청 각각에 있습니다. "전남교육감에게 전권을 위임하여 현재 실무협상중입니다. 우리에게 권한이 없습니다"는 교육감의 주장은 유치원 임금차별 사안에 있어선 분명히 거짓입니다. 오히려 다른 교육청들이 덩치 큰 경기교육청의 눈치만 보고 있으며, 교섭에서 사측 교섭위원들도 경기교육감의 반대가 강해 어쩔 수 없다는 하소연까지 하는 실정입니다. 제가 직접 교섭한 당사자입니다. 게다가 노사가 합의한 집단교섭의 취지 중 하나가 바로 경기 유치원 같은 지역차별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교섭에서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반박도 못하며, 오히려 교육감의 의지만 핑계 삼고 있습니다. 유치원 지역차별은 2020년 집단교섭부터 본격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2020년 당시 교육청들은 노조의 요구는 이해하지만 예산감축으로 어렵다며 방어했습니다. 그럼에도 울산의 경우엔 교육감의 판단으로 울산만 우선 지역차별을 해소했고, 이제 경기, 강원, 경북만 남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올해와 내년 예산은 역대 최대로 증액돼 이젠 예산 핑계를 댈 수도 없는 상황이며, 2020년 사측의 또 다른 핑계였던 경기 유치원방과후전담사의 자격증 보유 상황도 다른 지역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분명하자, 올해 사측은 "자격기준으로 지역차별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실토하면서도, 뻔뻔하게도 "다른 방어논리를 개발해야 한다"는 억지까지 동원합니다.

사측 스스로도 지역차별의 합리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교육감의 의지라며 차별해소를 거부하고 있으니 이재정 교육감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마음이 얼마나 절실하겠습니까. 그럼에도 교육감은 아무리 호소해도 만나주질 않으며, 실무진은 교육감 핑계만대며 차별이라도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우린 뭘 해야 합니까. 파업으로 유치원 운영이 힘들어져도 외면하고, 몸을 해쳐가며 단식으로 호소해도 무시하는데 우리는 도대체 뭘 해야 합니까! 공공기관이 차별을 인정하면서도 묵인하고, 억울한 직원들의 정당한 호소를 이렇게 유린해도 되는 것입니까. 교육감의 말씀처럼 모범이 돼야 할 교육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무와 윤리는 이 경우 어떻게 작동하는 것입니까?

▲ 11월 30일 유치원방과후전담사들의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점거시위와 교육청 직원들과 충돌이 발생한 모습. ⓒ박성식 

돌봄을 폄하하는 게 교육청 할 말인가

앞서 말씀드린 바, 경기교육청이 2021년에 개발한 방어논리에 대해 말해봅시다. 다른 지역과 달리 경기의 유치원방과후과정은 교육적 가치가 없고 단순 돌봄에 불과하니 임금차별이 아니라는 경기교육청의 논리, 참 어이가 없습니다. 부끄럽지 않나요? 이재정 교육감의 페이스북 글의 핵심 키워드는 법이고, 그 법을 지키는 게 원칙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 법은 뭡니까. 유아교육법 제2조는 유치원 "방과후과정이란 교육과정 이후에 이뤄지는 그 밖의 교육활동 및 돌봄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교육청의 유치원방과후과정에선 교육활동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옵니까. 그토록 법을 떠받드는 교육감과 교육청이 우리는 법이 정한대로 하지 않는다는 위법을 명분이랍시고 개발하는 게 맞습니까. "학부모님 다른 지역은 방과후에 교육활동까지 제공하지만 경기교육청은 교육활동이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꼴인데, 사실도 아니거니와 이게 학부모들께 정말 할 말입니까! 돌봄을 폄하하는 게 교육청이 할 말입니까!

어디 이뿐입니까. 법에선 유치원 방과후과정엔 정규직 교사를 채용하게 했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경기교육청은 비정규직 강사나 전담사(교육사)를 사용해왔습니다. 이렇게 교원을 대체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영양사, 사서, 전문상담사 등은 다른 지역의 유치원 방과후과정처럼 1유형 임금을 지급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경기, 강원, 경북만 그 법과 원칙을 이행하지 않고, 오랜 세월 엄청난 인건비를 부당하게 절감하고 착취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좋게 말해 교육감의 고집이지 사실은 아집과 억지를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합니까. 억울하고 울분에 차 불시에라도 만나자고 찾아가니 교육청 직원들은 밀어내고, 사지를 들어 끌어내니 버둥거리며 저항하고, 여성 조합원들은 옷까지 벗어 자신을 지키려는 절규가 교육감의 눈엔 고작 극렬시위로만 보인단 말입니까. 단식으로 호소하는 노조에게 교육청은 "다 쇼"라고 조롱했다지요.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는 여성조합원들에게 "저것들 다 치워!"라고 했다지요. 윗물이 맑은데 아랫물이 왜 이런 것입니까. 과연 누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까.

법으로 보더라도 교육감과 교육청의 잘못은 명백하고, 그 변명은 상식 밖입니다. 천막농성 등 노조의 시위는 대부분은 합법적입니다. 이는 경찰도 인정하는 것이지만 점거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단편적인 위법성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만 크게 키워 문제의 원인과 과정, 결과, 그리고 정의와 가치 모든 것을 편협하게 이해하는 이재정 교육감의 성찰이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성문법 이전에 자연법이 있고, 법도 정의와 상식을 지킬 때 법이며, 도리어 권력과 억압, 차별을 옹호하는 수단이 될 때 칼이 됨을 교육감께서도 삶의 경륜으로 알고 계시라라 기대합니다.

쟁의하면 불통이 원칙인 교육감의 노동존중, 실상은 평소에도 불통

권력과 억지로 내리누르며 억울하면 법대로 해보라는 것이 과연 교육자의 언어가 되는 게 맞습니까. 법은 강자의 이성일 뿐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나마 약자들을 위해 노동법이 있지만, 법의 보호는 취약하고 법 중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는 법도 노동법인 사회에 우린 살고 있습니다. 교육 지도자는 무엇을 하셔야합니까. 이재정 교육감의 민주주의는 과연 무엇입니까. 명분이 없다고 난감해 하는 부서에 '그럼 내가 직접 노조를 만나서 납득시키겠다'는 소통과 지도력을 발휘해주신 적이 있나요. 교섭이 막힌 지난 11월 15개 시도교육감들이 노조와 만나 대화할 때, 유독 대화조차 거부한 경기와 전북 교육감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이유조차 우린 듣지 못했습니다. 합법적이라도 파업 중에는 대화하지 않는 것이 교육감의 원칙이라 하시니, 그게 불통의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합법적인 쟁의는 존중한다면서요. 그런데 무조건 대화단절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존중 맞습니까!

이재정 교육감은 그러게 불통의 성 안에 머물면서 교육청 내부 식솔들에게 "코로나로 너무나 오랫동안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온 우리 직원들"이라며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참 편협한 가부장적 리더십입니다. 교육청 내부 직원들의 정서에 호소하며 현장의 노동자들과 갈라 치려는 언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교육공무직과 같은 비정규직은 "우리 직원"이 아니란 말입니까.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방과후과정이야 말로 코로나로 힘든 곳입니다. 교과목 수업이 멈추고, 재택근무가 실시되며 결국 학교가 문을 닫아도 더 높은 노동강도로 운영하는 곳이 바로 유치원방과후과정이고 초등돌봄이었습니다. 게다가 남들 다 쉬는 방학 중에는 더 힘들어 집니다. 그 부담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까지 증폭되는 마당에 유치원과 돌봄의 조합원들을 부당한 요구와 극렬 불법시위나 하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교육청 내부 직원들에게는 위로의 말로 지도력을 세우려는 것이 옳은 것입니까.

▲ 11월 30일 유치원방과후전담사들의 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점거시위와 교육청 직원들과 충돌이 발생한 모습. ⓒ박성식 

직접 만나기만 해도 해결되는 것들

이제라도 이재정 교육감께서는 노동조합과 직접 대화에 나서 지역차별 문제 등을 해결해주시기 바랍니다. 고생스럽고 억울하지만 그래도 조합원들은 감사하다고 환한 얼굴로 뵐 것입니다.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와 만나기가 저어된다면, 본부 중앙과 만나셔도 좋습니다. 공식 만남이 불편하다면 비공식적인 만남도 좋습니다. 진심과 성의를 다한다면 신뢰할만한 제3자와 만남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도 논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육감실 앞에서 옷까지 벗어던지며 자리를 지키는 조합원들의 고생도 시급히 끝낼 수 있습니다.

이재정 교육감님, 우리와 갈등하는 지금이 평생 가장 어려운 시간이라 하시니, 독재권력의 시간도 견디셨을 텐데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그런 존재인가 싶은데, 이젠 그만 평생 가장 어려운 시간을 끝내시길 호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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