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는 문제에 대해 이틀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사실상 '김종인 없는 선대위'로 일단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26일 오전 일본 대사 접견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 임명 문제 관련 질문을 받고 "어제도 이야기했지만, 김종인 박사님과 관련된 것에 대해 자꾸 말씀드리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을 붙잡을 카드로 거론되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역할 재조정' 가능성에 대해 "선거운동은 기본적으로 각 지역이 중심적으로 꾸리고 중앙선대위는 방향 등을 잡아주는 것"이라며 "선대위는 선거에 관한 중요한 협의와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이니까, 역할이라는 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논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역할을 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윤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만났고, 김 상임선대위원장은 그 직후 기자 간담회를 열어 "김종인 전 위원장이 어떤 입장이든 간에 선대위를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선언했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후보는 이날 김 상임선대위원장 면담의 의미를 묻자 "일반적인 것으로 생각하시라", "통상적인 이야기"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 "어차피 상임위원장이 되셨는데, 사실 저도 진작에 한 번 만났어야 했는데 이번 주가 바쁘다 보니 오늘 차 한 잔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상임위원장이라는 것은 늘 상근해서 일하시는 것아니냐"거나 "월요일(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임위원장으로 선출됐기에 벌써 오늘(만나는 것)도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당연히 제가 뵈어야 하는 것"이라며 김 상임선대위원장 인선에 대해 변경·조정할 뜻이 전혀 없음을 시사했다.
김 전 위원장과의 갈등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어떻게든 해결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윤 후보는 "지속은… 허허"라고 웃으며 "저도 다음 주부터는 바쁘게 현장으로 다녀야 한다"고 일축했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 측근발 언론 보도에 '주접' 등 표현까지 동원해 강한 불쾌감을 표한 것에 대해서는 "저도 시간이 없다 보니까 뉴스를 다 볼 수가 없고, (자신 측) 익명 관계자가 뭐라고 했는지…(모른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전 위원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묻지 말라", "답 안 하겠다"고 입을 굳게 닫았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후보 측에서는 주변 많은 사람들이 김 전 위원장께 찾아가고 설득도 하고 있다"며 "하루 속히 김 전 위원장을 모셔서 (그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해주기 바라고 있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단 이 대변인도,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의 재회동 계획에 대해서는 "그저께 저녁에 충분하게, 두 시간 가까이 만나 대화를 나눴다"며 "그 직후에 김 전 위원장에게 계속해서 만나자고 하고 찾아뵙는 것이 일종의 압력이나 결례가 될 수 있기에 조심스럽다. 그래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로선 회동 계획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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