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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욕심쟁이와 미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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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욕심쟁이와 미장이

1987년까지는 ‘장이’와 ‘쟁이’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였다. 그래서 ‘욕심쟁이’나 ‘욕심장이’을 다 쓸 수 있었는데, 1988년 <표준어규정>을 만들면서 확실하게 구분하였다. 우선 ‘전문적인 기술자’에게는 ‘장이’를 쓰고, 그 외에는 ‘쟁이’를 쓴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 전문적인 기술자라고 하는지 구분이 애매할 때가 많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스스로 ‘글쟁이’라고 많이 표현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면 쓰기 어려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장이’라는 표현보다는 ‘쟁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작가인 동생도 항상 ‘사진쟁이’라고 해서 스스로 겸손함을 나타내곤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사진이야말로 전문적인 기술이 아닌가 할 정도로 다양한 기법이 숨어 있다. 글을 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글쟁이라고 해서 겸손함을 보이지만 세상에 글을 쓰는 것만큼 전문적인 일이 또 있겠는가? 맞춤법과 문맥, 사상 전달하기 등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스스로 낮추어 ‘글쟁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전에서 ‘글장이’를 찾아보면 ‘글쟁이’의 비표준어라고 나타나 있다. 그러면서 “글쟁이 :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아마도 이런 부류의 단어들이 비일비재할 것으로 본다.

‘쟁이’라는 단어는 ‘개인의 좋지 않은 버릇이나 독특한 성격 또는 행동이나 모양 등을 바로 알 수 있도록 관련된 명사 뒤에 붙여서 표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욕심쟁이, 거짓말쟁이, 겁쟁이, 허풍쟁이, 변덕쟁이, 비겁쟁이 등과 같다. 결국 사람의 행동이나 모양 따위를 지칭하면서 낮추어 말하는 기능을 한다.

한편 ‘장이’는 기술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장인(匠人)’에서 유래했다고 본다. ‘장인(匠人)’은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간판장이, 미장이, 대장장이, 양복장이, 땜장이 등과 같이 쓴다. 그렇다면 ‘점장이’가 맞을까 ‘점쟁이’가 맞을까 궁금해진다. 점을 치는 일은 전문가의 기술이 있어야 하는 일이니 만큼 ‘점장이’라고 해야 할 것 같으나, 사실은 ‘점쟁이’가 맞다. 왜냐하면 점을 치는 일은 특별한 기술이나 예능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개구장이’라고 썼지만 지금은 ‘개구쟁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 예문을 통해 살펴보자.

심하고 짓궂게 장난하는 아이를 개구쟁이라고 한다.

개구쟁이였던 동생이 장부가 되어 나타났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글쟁이’는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예문으로는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글쟁이는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 수가 없지.

나는 무엇보다도 직업이 작가이며 프로 글쟁이다.

(<다음 국어사전>에서 재인용)

와 같이 쓴다. 우리가 흔히 전문적인 것에는 ‘장이’를 쓰고, 행동이나 모양을 낮추어 표현할 때는 ‘쟁이’를 쓴다고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보면 아직도 별 차이가 없이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어법을 정할 때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언중들이 스스로 겸손하게 자꾸 사용하다 보면 표준어 규정(서울 사는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말)에 의해 표준어가 될 수밖에 없다. 규정을 가끔 바꿔줘야 언어학자들도 먹고 살 수 있는가 보다. 필자도 어려운데 일반인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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