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가맹지역본부(가맹지사) 10곳 중 8곳은 물품 강매, 계약해지 통보 등 소위 '갑질'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전국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등록된 교육서비스업과 세탁업 가맹지사 중 119곳(교과 33, 외국어 37, 세탁 49)을 대상으로 '2021년 가맹분야 가맹지역본부 실태조사'를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는 최근 본사와 가맹지사 간 분쟁이 발생했던 업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가맹지사는 각 지역에서 가맹점이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방식을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경영과 영업활동 교육·지원을 수행하는 사업자다. 가맹본부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대행하고 있지만, 명확한 관련 규정이 없어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 조사 결과, 가맹지사의 80.7%가 가맹본부의 부당행위나 불공정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업종별로 세탁이 95.9%에 달했으며 교과는 78.8%, 외국어는 62.2%다.
불공정 사례를 살펴보면 A 가맹지사는 가맹점 교육 시 가맹점에 교재를 판매하는데, 가맹본부로부터 5개월 동안 500부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A 가맹지사의 연간 최고 판매실적이 412부인 만큼 코로나19 불황 속에서 이번 통보는 사실상 계약해지 통보라는 얘기다.
B 가맹지사는 가맹지사 운영과 상관없는 수천만 원 상당의 기계 구매를 요구받았지만, 재계약을 앞둔 상황이라 가맹본부의 강매에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응해야 했다.
이처럼 가맹지사들이 재계약 관련 불공정행위를 겪는 이유는 가맹사업법상 가맹지사와 가맹본부 간 계약유지 보장 규정이 없어 일방적 계약 해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가맹지사의 47.1%가 가맹본부로부터 계약종료 언급(계약 해지, 갱신 거절, 사업 포기 등)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가맹지사와 달리 가맹점은 투자금 회수 등을 위해 10년간 계약유지를 보장받고 있다.
가맹지사들은 자신이 '가맹지사'라는 걸 38.7%만 인식하고 있었다. 가맹지사가 가맹점처럼 창업 시 가맹금 명목의 금액을 가맹본부에 지급하다 보니 자신들을 가맹점, 대리점, 가맹본부 협력업체 등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가맹지사는 불공정피해를 당한 이후에야 비로소 본인이 보호장치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로 조사 결과 가맹지사 20.2%만 본인들이 가맹사업법, 공정거래법, 대리점법 등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밖에 이번 조사 대상 중 14건의 가맹지사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계약서 10건이 갱신 없이 자동 종료되는 1년 계약이라 가맹지사에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해당 사항이 약관법 9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약관법 9조는 '존속기간을 단기 또는 장기로 규정해 고객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조항은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다.
또 △물품대금에 대한 손해배상 시 이자제한법 최고이자율보다 높게 책정 △계약기간이 1년임에도 설비 확충을 의무화하면서 이의제기를 원천 금지 △손해배상청구권 사전 포기를 규정하는 조항 등도 가맹지사에게 상당히 불리할 수 있다고 도는 설명했다.
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업계 관계자 간담회 등을 거쳐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 등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지예 도 공정국장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달리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중간관리자 ‘가맹지사’ 보호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다”며 “가맹지역본부 보호 규정을 추가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건의, 약관법 위반사항 검토, 표준계약서 권고 등 경기도 차원의 조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