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우리 사는 이야기’ 공연을 마치고 한두레는 다시 북아현동 추계예대 앞 지하로 연습실을 이전했다. 목동에서 민족춤패 디딤에 이어, 극단 아리랑과 연습실을 같이 쓰다가 단독 연습실을 마련한 것이다. 92년 겨울, 우리는 아직 세간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 문제를 차기 공연작품으로 올리기로 하였다. 종군위안부 관련 자료를 찾아 정보를 교환하고, 일본 대사관 앞 수요시위에 참여하여, 수 차례 문화공연을 했고, 생존해 계시는 위안부 출신 할머니를 대면하였다.
강제 종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최초의 연극 ‘소리 없는 만가(挽歌)’는 1993년 4월 3일~25일 서울 예술극장 한마당에서 초연하였다. 18살 때부터 5년여 동안 종군위안부를 겪었던 한 할머니가 모진 고생 끝에 해방 뒤 고국으로 돌아와 혼자 숨어 살다 노년에 고향을 찾아갔다가 간첩으로 몰리는 수난을 겪고는 매독 후유증으로 비참한 삶을 마감한 이야기를 통해 일제의 만행을 고발한 작품이다.
‘소리 없는 만가’는 초연 이후 민족극한마당, 대전 민족예술큰잔치, 정신대 할머니 생활기금 모으기 국민운동본부 주최 ‘거리문화한마당’ 등에서 공연을 하였다. 또한 9월 3일부터 10월 13일까지 대학로 ‘충돌 2소극장’에서 무려 40일간 장기공연 하였는데, 한두레 전 대표였던 이종현 형이 대학로에서 ‘라이브 극장’을 운영하며 공연 기획사 ‘판기획’을 운영하던 중 이 공연 도 기획하게 되었다.
소리없는 만가는 그 이후 전국 주요대학에서 순회공연뿐 아니라 동경,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13개 지역을 순회하며 한국과 일본 양국의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당시 언론 보도의 일부를 아래와 같이 인용한다.
한두레의 <소리없는 만가>는 정신대에 끌려갔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순이할머니의 비극적인 인생사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강제동원, 해방이 되고 남은 것은 처절하게 짓밟힌 육신과 수치심, 사람들의 편협한 시선, 조국의 외면, 외로운 죽음으로 이어지는 스토리 전개는 다분히 상식적이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정신대 문제에 관한 한 텍스트적 의미를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즉 종래의 임투극과 같은 시기적 효용성에 의해 만들어진 공연이라기 보다는 정신대 문제를 논하는 자리에서는 어디서든 공연이 무난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성격의 작품이라는 말이다. (……) 정신대 문제를 우리 주변에서 늘 볼 수 있는 평범한 할머니들의 문제로 그려냄을 통해, 더 이상 정신대 문제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현실과 직결되어 있음을 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할 점이다. (……) - ‘민족극의 다기한 모색과 제모습 찾기’, 박광수, <민족극과 예술운동> 제6호, 민족극연구회, 1993.여름
(……) 일제의 종군위안부로 끌려간 한국여성의 비극을 그린 놀이패 한두레(대표 정연도)의 연극<소리없는 만가>가 일본 오사카 ‘조선 종군위안부를 생각하는 모임’(대표 박미진자)의 초청으로 오는 10월 말부터 일본을 순회한다. (……) 동포사회와 일본인들 사이에 정신대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겠다는 박미진자 씨의 한두레 초청계획은 정신대문제를 돕는 일본 각지의 민간모임들이 합동으로 ‘<소리없는 만가>를 보는 모임 실행위원회’를 구성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후쿠오카의 ‘관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시카이의 ‘여성단체연락협의회’, 도쿄의 ‘우리여성 네트워크’, 센다이의 ‘대일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등 8개 단체가 29일 후쿠오카에서 시작하는 순회공연을 각각 자기지역에서 주관하고, 히로시마, 나고야, 오키야마 등도 공연을 재검토하고 있다. 한두레와 초청단체들은 일본어 슬라이드 자막으로 대사전달을 돕고, 공연기간 중 정신대 할머니들의 보금자리 ‘나눔의 집’ 건립기금을 모집할 계획이다. (……) - ‘종군위안부의 통한 <소리없는 만가> 일본 순회공연 나서 - 10월 말부터… 이정희씨 춤 이벤트 무대도’, 안정숙 기자, <한겨레>, 1993.8.1.
정신대 문제를 처음으로 국제 연극 무대에 끌어올려 화제를 모았던 <소리없는 만가>가 국내 재공연에 이어 미국과 가해자의 나라인 일본에서 순회공연을 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당극 전문 극단인 놀이패 한두레가 기획 연출한 정신대 연극 <소리없는 만가>는 10월 중순께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10일간 공연에 들어간다. 미국 공연이 끝나면 10월 29일 후쿠오카 공연을 시작으로 고베, 오사카, 교토, 도쿄 등 7개 지역을 순회하며 일본 공연을 하게 된다. 일본과 미국의 순회공연은 미국의 재미 교포 단체인 정신대 해결을 위한 모임(대표 전옥숙)과 일본 오사카에서 활동 중인 종군 위안부를 생각하는 모임(대표 박미진자)등 현지 인권 단체들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정신대 문제의 국제적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 교포 및 일본인 중심의 인권 단체들은 연극 초청을 위한 실행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 ‘정신대연극 10월 美·日 순회공연 - <소리없는 만가> 현지 人權단체 초청으로 - 수익금은 ‘나눔의 집’ 건립기금 기탁키로’, <한국일보>,1993.8.2
한국극단 ‘놀이패 한두레’(남기성 대표, 12인)에 의해서 종군위안부를 테마로 한 극 <소리없는 만가>의 첫 일본공연이 27일 후쿠오까현 다지이후시에서 시작됐다. (……) 이날의 공연장인 다자이후 공민관에서는 약 600명의 관객으로 거의 만원을 이뤘다. 약 80%가 여성으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사람도 많았다. 공연을 본 다자이후시의 한 주부(38세)는 “말은 알아듣지 못 해도 배우들의 뜨거운 의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과거의 문제가 아니고 어떠한 형태로든 보상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 ‘고발 위안부 문제 한국극단 내일공연’, <마이니치신문>, 1993.10.28.
한국의 극단 ‘놀이패 한두레’가 11일 요꼬하마항 북구의 스패스올타에서 조선의 실재 종군위안부의 증언을 극화한 <소리없는 만가>를 공연했다. (……) 공연장은 통로에도 사람이 넘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주인공 ‘순이’는 식민지 통치하의 조선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위안부가 되었다. 늙어 고향에 돌아가도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주인공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고독하게 죽음을 맞는 장면은 객석에서 울음소리도 새어 나오지 못 하게 했다. (……) - ‘위안부의 증언, 연극으로 재현 - 한국의 극단 요꼬하마에서 지원공연’, <아사히신문>, 1993.11.12
‘소리 없는 만가(挽歌)’는 93년 수백회의 극장 공연과 집회, 대학 공연을 마친 후, 95년에는 문화관광부 지원사업으로 ‘연극을 통한 역사교육 –고교 순회 공연’으로 내 모교 대광고를 비롯해 서울 시내 5개교에서 공연하기도 하였고, 2001년에경기도 과천시민회관에서 다시 공연하였다.
[탈춤과 나] 원고 청탁서
새로운 언론문화를 주도해가는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http://pressian.com)이 <사)민족미학연구소>와 <창작탈춤패 지기금지>와 함께 탈춤에 관한 “이야기마당”(칼럼 연재)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탈춤이 좋아서, 쏟은 열정이 오롯이 담긴 회고담이거나 증언, 활동일지여도 좋고 아니면 현금 문화현상에 대한 어기찬 비판과 제언 형식의 글이어도 좋습니다.
과거 탈춤반 출신의 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신세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글 내용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한 때나마 문화패로서 탈꾼으로서 개성넘치는 숨결을 담아내면 참 좋겠지요.
글 말미에는 대학탈춤패 출신임을 밝혀주십시오(대학, 학번, 탈춤반 이름 및 현직)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사진(1-5매)이나 시청각 자료도 곁들여 캡션을 달아 보내주시면, 지난 기억이 되살아나 더욱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줄 것입니다.
알뜰살뜰한 글과 사진제공에 대한 원고사례비는 제공되지 않고, 다만 원고가 묶여져 책으로 발간될 때 책 두 권 발송으로 사례를 대신합니다.
제 목 : [탈춤과 나] (부제로 각자 글 나름의 자의적인 제목을 달아도 좋음)
원고 매수 : 200자 원고지 15-30매(A4 3-5장)
(사진 등 시청각 관련 자료 캡션 달아 첨부하면 더욱 좋음)
보낼 곳 :
(사) 민족미학연구소 (namihak@hanmail.net) 채 희 완 (bullim20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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