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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소통능력 부족' VS 3심 '추상·막연·차별'...언어⇄양육 상관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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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소통능력 부족' VS 3심 '추상·막연·차별'...언어⇄양육 상관관계는

대법 "한국어 소통능력 여부가 자녀 양육 필요조건 언돼...출신 국가 차별로 이어질 수 있어"

ⓒ이하 대법원 홈페이지, 게티이미지뱅크

이주여성의 한국어 소통능력 여부가 자녀 양육에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은 추상적이고도 막연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것이라는 법의 최종 결론이다.

즉,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어 소통능력은 사회생활 속에서 의식적으로 노력할 경우 계속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출신 국가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대법원의 양육에 대한 판단인 셈이다.

이혼 후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놓고 날선 대립을 해온 베트남 이주여성 A 씨와 한국인 전 남편 B 씨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5년 9월 혼인신고 후 두 명의 자녀을 낳았지만, 불화로 1년이라는 시간을 흐른 다음 '부부의 인연'을 끊은 A·B 씨.

이혼 소송과 함께 자녀의 친권자와 양육자 지정을 위한 소송에서 1·2심은 한국인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1심 법원인 전주지법은 이들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줬다. 하지만 친권자와 양육자 지정은 한국인 전 남편에게 돌아갔고, 베트남 이주여성인 B 씨의 위자료 청구도 기각했다.

1심에서 친권·양육자의 한국인 전 남편 지정 사유로 '피고(베트남 이주여성 A 씨)는 사건본인들의 양육에 필요한 기본적인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함'을 들었다.

이후 제기된 항소심에서는 재판부가 원심의 판단에 이유를 들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대법으로까지 사건이 이어지게 됐다.

대법 판단이 내려진 지난달 30일에 앞서 A 씨는 전북 군산의 전 남편 집을 찾아 자녀를 보내 줄 것을 호소했지만, 전 남편과 남편 가족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한바탕 소동전까지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경찰에 신고해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양육문제와 관련한 도움을 요청하자, 당시 출동 경찰관은 "양육문제에 경찰관이 개입할 수 없다"면서 A 씨를 달래 돌려보내는 일까지 발생한 적도 있다.

이혼에 위자료에 자녀의 양육권마저 뺏기며 인생의 허탈함에 빠져 있던 A 씨에게 대법원은 희망을 안겨줬다.

의사소통에 있어 언어는 수단일 뿐 부족 부분은 살아가면서 노력 여하에 따라 향상될 수 있는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둔 대법의 선고와 관련, [프레시안]은 <이혼 및 양육자지정 사건>에 대한 개요와 소송경과, 그리고 대법원의 판단결과를 대법의 자료를 토대로 정리해 그 의미를 다시한번 들여다보기로 한다.

 1. 사건의 개요


◇ 사실관계

▶ 원고(한국  남성)는  피고(베트남  여성)와  혼인해 2명의 자녀를 낳고 살던 중 갈등이 지속돼 피고가 큰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가 별거에 들어가게 되었고, 약 1년이 지난 후 각자 서로를 상대로 이혼청구를 했음.

▶ 피고는 대한민국에 입국하자마자 바로 2차례에 걸친 출산을 겪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한 편이고, 별거 직후 취직하여 월 2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있는 상황으로 자신의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면서 별다른 문제없이 큰 딸(이혼소송 진행 당시 만 3~4세임)을 양육하고 있음 

▶ 원고는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는 있으나 뚜렷한 직업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금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큰딸에 대한 양육자를 자신으로 지정해 줄 것을 주장함


 2. 소송결과



▶ 1심(전주지법) 
① 쌍방 이혼청구 인용, ② 피고의 위자료 청구 기각, ③ ‘원고(부)’를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

▶ 원심(전주지법) : 항소 기각 
 피고는  사건본인들의  양육에  필요한  기본적인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함.
 현재  피고의  거주지  및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아  사건본인들의  양육환경,  양육능력에  의문이  있음.
 피고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피고의 어머니가 사건본인들의 양육을 보조할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의 어머니는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아 사건본인들의 언어습득 및 향후 유치원, 학교생활 적응에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음 


 3. 대법원의 판단



◇쟁점
▶ 양육상태의 변경을 가져오는 양육자 지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요소
▶한국어 소통능력 부족이 양육적합성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요소인지나. 

◇판결 결과
▶ 원심판결 중 큰 딸에 관한 친권자·양육자 지정 및 양육비, 면접교섭에 관한 부분 파기 환송 

◇양육에 관한 처분 부분에 대한 판단 내용 
▶ 양육자 지정의 기본 원칙 및 양육 상태의 변경을 가져오는 양육자 지정

→ 법원이 민법 제837조 제4항에 따라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에는, 미성년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방식의 내용과 합리성·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함(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 등 참조) 

→ 별거 이후 재판상 이혼에 이르기까지 상당기간 부모의 일방이 미성년 자녀, 특히 유아를 평온하게 양육하여 온 경우, 이러한 현재의 양육 상태에 변경을 가하여 상대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양육 상태가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도움이 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방해가 되고, 상대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현재의 양육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명백하여야 함(대법원 2008. 5. 8. 선고 2008므380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므1458, 1465 판결 등 참조) 

→비양육친이 자신을 양육자로 지정하여 달라는 청구를 하는 경우, 법원은 양육자 지정 후 사건본인의 인도가 실제로 이행될 수 있는지, 그 이행 가능성이 낮음에도 비양육친을 양육자로 지정함으로써 비양육친이 경제적 이익을 누리거나 양육친에게 경제적 고통을 주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없는지 등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음

▶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어 소통능력과 양육적합성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을 한 후 입국하여 체류자격을 취득하고 거주하다가 한국어를 습득하기 충분하지 않은 기간에 이혼에 이르게 된 외국인이 당사자인 경우,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한 외국인보다는 대한민국 국민인 상대방에게 양육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판단으로 해당 외국인 배우자가 - 3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로 지정되기에 부적합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음

→ 대한민국은 공교육이나 기타 교육여건이 확립되어 있어 미성년 자녀가 한국어를 습득하고 연습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므로, 외국인 부모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려움. 오히려 가정법원은 양육자 지정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에 대한 고려가 자칫 출신 국가 등을 차별하는 의도에서 비롯되거나 차별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는 점, 외국인 부모의 모국어 및 모국문화에 대한 이해 역시 자녀의 자아 존중감 형성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유의하여야 함. 

→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어 소통능력 역시 사회생활을 해 나가면서 본인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계속하여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됨

▶이 사건에 관한 판단
큰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원고를 지정하고 이를 전제로 양육비, 면접교섭에 관하여 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는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음

→ 큰딸에 대한 현재의 양육 상태에 변경을 가하여 원고를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정당화될만한 사정을 찾   아보기 어려움(※피고는 원고와 별거 당시 만 2세인 큰딸을 별거 이후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속하여 평온하게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의 양육 환경, 애정과 양육의사, 경제적 능력, 사건본인 권보경과의 친밀도 등에 어떠한 문제가 있다거나 원고에 비해 적합하지 못하다고 볼만한 구체적인 사정을 찾아보기 어려움)


→ 피고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원고에 비해 양육자로서 부적합하다고 볼만한 주요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원심은 양육을 보조할 피고의 어머니가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여 큰딸의 언어습득, 향후 유치원, 학교생활 적응이 우려스럽다고 하나, 막연한 추측을 넘어서 실제로 큰딸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 다고 볼만한 어떠한 사정들이 있는지에 대해 납들할 만한 이유 제시가 없음(※외국인인 피고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한국어를 제대로 습득할 기회를 가졌을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원고로부터 교육기회를 제공받은 일도 없는 것으로 보임. 이혼 소송이 진행된 시점에서 피고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상될 수 있다는 사정을 쉽게 배제하기 어려움


 4.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해 양육 상태의 변경을 가져오는 양육자 지정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와 외국인 배우자의 양육적합성 판단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어떻게 고려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선언함으로써, 다문화가정의 존중 및 아동의 복리라는 차원에서 가정법원의 양육자 지정에 관하여 중요한 원칙과 판단기준을 제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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