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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왜 풍력·태양광 발전을 반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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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왜 풍력·태양광 발전을 반대할까?

[인권으로 읽는 세상]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와 먹거리의 시장화는 답이 아니다

"풍력·태양광 발전 시설은 바다에서 산 정상까지, 뒷동산에서 절대 농지까지 전남의 생태계와 아름다운 풍경을 갈기갈기 찢고 자본의 탐욕만 채우려 한다."

올해 2월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의'의 발족 기자회견문에 눈길이 오래 머문다. 기후위기의 시대 에너지 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는데, 왜 농민들은 이를 두고 자본과 기업가의 배불리기 정책이라고 비판했을까.

기후위기시대 가장 공공적인 에너지여야 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과 판매사업의 겸업을 금지해온 전기사업법이 개정됨에 따라 10월부터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직접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신속하게 재생 에너지로 전환을 하기 위해 민간주도의 시장개방이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관철되면서, 이른바 직접 생산자와 구매자가 전력 구매 계약을 맺고 전력거래소 밖에서 전기를 사고파는 민간 시장이 열린 것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1000kW를 초과하는 발전설비를 이용해 생산한 전력에 한해 한국전력의 중개 없이 전력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직접전력구매계약은 기후위기시대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명분으로 국가가 가진 에너지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권을 민간 자본에게 내어준 사건이다. 기후위기시대, 모두를 위한 에너지원의 전환의 과정에서 등장한 재생에너지가 그 어떤 에너지원보다 더 시장화된 방식으로 세상에 등장한 것이다. 공공이 주도해나가야 할 재생에너지 사업은 사실상 기후위기를 초래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 되어 버렸다.

기후위기시대 먹거리 생산 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로 신규 설비용량의 95% 이상을 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이고, '22년까지 3.3GW, '30년까지 10GW(누적) 태양광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농가소득 증대할 수 있는 기회로 홍보하며, 정부가 필요로 하는 10GW 태양광 설비를 위해 막대한 면적의 농지를 확보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2019년 태양광 설비 설치 규제 완화를 위한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농촌진흥지역의 농지, 즉 절대농지로까지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발전시설이 확대될수록 다수의 중소 임차농은 농사 짓던 땅을 떠날 수밖에 없고, 발전수익을 노린 투기로 농지가격만 크게 오르고 있다.

그 사이 농촌이 담당해왔던 공적인 역할과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먹거리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 요구는 사회적으로 제대로 토론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농민들은 자기 생존권만 주장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되며 농지에 태양광을 건설하지 않으면 대안이 있냐는 질문을 돌려받고 있다. 정부의 농촌 정책에는 실제 그 땅을 누가 어떻게 일구고 살아왔는지,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짓는 조건을 얼마나 악화되어왔는지, 무엇 때문에 농가 수입은 낮은지, 논과 밭이 태양광 패널로 채워지는 광경이 어떤 인간적 고통을 낳는지에 대한 고려는 없다. 그저 최대한 민간자본을 통해 에너지 발전소를 빠르게 많이 건설하고, 농사를 지을 땅이 줄어든 만큼의 식량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해외에서 저렴하게 수입하면 된다고 믿는 눈치다. 이는 기후위기를 가속화시켰던 시장 시스템을 더욱 가속화시켜 기후위기를 막자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농업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기초가 되는 토대다. 기후위기로 인한 불안정한 식량공급과 그 공급이 시장 상황에 내맡겨졌을 때, 가장 기본적 권리인 먹거리가 위협받는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우리 밥상에 오르는 80%이상의 먹거리가 초국적 기업의 농업에 기댈수록 농산물 가격은 시장에 내맡겨지고 탄소다배출 농업 의존도도 더욱 커질뿐이다. 이는 우리의 '밥상'을 보다 더 불평등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서 정부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식량 공급을 농민들과 함께 계획해 공급하고,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게 농민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생태적으로 먹을 만큼 생산하고 소비하고, 정부가 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곧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길이다.

기후위기 최전선 당사자들의 에너지와 먹거리

유독 비가 많이 내리는 가을이다. 며칠 전 전북지역 농민들은 수확을 앞둔 논을 트랙터로 엎어버렸다. 때늦은 장맛비로 인해 저온 다습해진 날씨 탓에 온갖 병충해가 창궐했다. 전북 땅 벼 재배 면적의 43%가 피해를 봤고, 이대로 병이 심해지면 전체 중 10% 정도의 쌀만 건질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기후위기시대 이런 일은 점점 더 잦아질 것이다. 나머지 90%는 수입하면 된다고 주장할 것인가? 기후위기가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기후위기를 가장 처음 깨닫고 가장 큰 피해를 입었을, 그러나 다시 적응하며 먹거리 생산을 담당하는 농민과 농업의 공적인 역할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기업의 배를 불리는 에너지가 아니라 기후위기의 최전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평등하고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에너지와 먹거리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 구조와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과도하게 소비하고 있는 에너지의 양을 조금도 줄이지 않고, 지금 수입하는 양 만큼의 식량을 수입하는 것이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전환의 모습인가? 그렇지 않다. 에너지 전환은 지금의 체제보다 평등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공공성에 기반해야 하며,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유통이 자본의 이윤을 위해 사유화되고 시장화되는 방식을 중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은 <프레시안>과 <비마이너>에 공동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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