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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셰프가 되려면, 요리학교에 가지 말고 셰익스피어를 공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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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셰프가 되려면, 요리학교에 가지 말고 셰익스피어를 공부하라"

[최재천의 책갈피] <인생의 맛 모모푸쿠> 데이비드 장 지음, 이용재 옮김

좋은 셰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 요리는 셰프의 전부가 아니다. 둘째, 요리학교에 가지 마라. 셋째, 대신 셰익스피어를 공부하라..." 

그러면 어떻게 하라고. "나는(데이비드 장)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는데 '바가바드 기타'를 배우고 인생이 바뀌었다. 논리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도 같은 영향을 미쳤다. 토론 모임에 가입하고 피아노를 배우라. 대학 신문 기자로 일해라. 친구들과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라." 

한인 2세대 교포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 셰프인 저자는 양극성 장애 환자로 정서조절 장애를 겪고 있다. 14살 때부터 싸구려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때는 동물 마취약을 흡입했다. 대학시절 에는 거의 모든 마약을 섭렵했고 한동안은 발륨과 근육이완제를 엄청나게 먹어댔다. 매일 일을 마치고 나면 과음하면서 수면제나 항우울제를 상용했다. 그런데도 스타셰프가 됐다. 우울과 분노, 격정과 침잠, 온갖 모순된 성격으로 가득 찬, 인간의 위대함과 한계를 동시에 품고 있는 지극히 통상적인 그저 한 사람일 뿐이었다.

니체는 '모든 위대한 예술이 아폴로니안과 디오니시안의 짝짓기를 바탕으로 창조된다'고 했다. 그에게 있어 "아폴로니안은 질서와 미, 진실, 완벽을 상징한다. 요리 세계에서는 테이스팅 메뉴다. 반면 디오니시안은 예측과 통제가 불가한 것들, 극단적 쾌락과 고통이다. 돼지 통구이나 삶은 가재가 여기에 속한다. 둘 다 상대방이 있어야 더 잘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질펀한 돼지고기는 잇달아 나오는 테이스팅 메뉴의 끝자락에 등장하므로 더 의미 있다. 요리 세계의 아폴로니안과 디오니시안의 세계를 동시에 보여주려는 우리의 시도다." 

이 부분이 그의 요리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계적인 스타셰프가 됐다고 확신한다. 음식에도 생각이 담겨야하고 철학이 담겨야한다. 역사가 담겨야한다.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요리책이 아니다. 그저 모순으로 가득 찬 한 인간이란 종의 분투기일뿐. 

사실 전적으로 동의하는, 한식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한식의 품격> 저자인 이용재 선생이 번역했다. 제대로 골랐다고 생각했다. '슬픈 천재성'을 남기고 떠난 앤서니 보뎅이 저자에게 보낸 이메일도 훌륭한 자료다. "바보가 되자. 사랑을 위해. 너 자신을 위해. 생각을 바꾸면 행복해질지도 몰라. 비록 잠깐이라도 말이지. 전력을 다하거나 눈썰미가 있으면 될 거야. 만나서 반가웠다. 토니" 도통한 사람들끼리 나누는 선문답으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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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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