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이정수 지검장이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서 언급된 '그 분'이라는 표현에 대해 사실상 '이재명 경기지사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 지검장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재경 고검·지검 대상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의 관련 질문에 대해 "녹취록에 김모 씨(김만배 씨를 지칭)가 '그 분' 이라는 것을 말했다는 전제로 보도가 되고 있는데, 저희가 알고 있는 자료와는 사뭇 다른 측면이 있다"며 "저희가 파악 못한 새로운 자료나 녹취록을 언론사가 갖고 있는지 저희는 알 수 없다. 언론사에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검찰에 제출되고 언론에도 제보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화동인 지분 50%가 '그 분'이라는 인물의 소유라는 취지의 발언의 존재를 부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지검장은 나아가 "자세한 말씀은 못 드리지만, 녹취록에 '그 분'이라는 표현이 한 군데 있기는 하다"면서 "다만 그 부분이 지금 언론이, 세간에서 얘기하는 인물을 특정해서 말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지칭해서 하는 표현이다. 정치인인 '그 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증언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지검장은 '언론 보도가 오보냐'는 여야 의원의 질문에 "단정할 수 없다"며 "그런 부분이 저희가 모르는 새로운 증거에 의해 그런(보도된) 것인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지검장은 오전 증언에 이허 오후에도 이재명 후보나 성남시청 등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관련 기사 : 서울중앙지검장 "이재명, 대장동 수사 범주에 포함")
이 지검장은 유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왜 특정인에 대한 소환 의지가 없냐고 하시는데, 다 검토하고 있다. 결대로 수사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윤한홍 의원이 "검찰이 '그 분'을 겁내서 그러는지 성남시청 압수수색도 안 한다"며 "압수수색을 검토하고 있느냐"고 묻자, 이 지검장은 "절차 중에 있다"고 압수수색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은 전주혜·조수진 의원 등 다른 야당 의원들의 성남시청 압수수색 촉구 발언에도 "그 부분을 유념해 진행하고 있다", "(압수수색이) 필요하다. 절차를 밟아서 진행 중에 있다"라고 하는 등 같은 취지의 답을 여러 차례 했다.
윤 의원이 "시청과 경기도청, 화천대유·천화동인 등을 다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재촉한 데 대해서도 이 지검장은 "언론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나름대로 절차를 밟고있다", "자금 추적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이 '이 후보가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의뜰 간의 주주협약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이 부분은 조사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묻자 이 지검장은 "안 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다. 다 (조사) 범주 안에 들어 있다"고 답변했다.
조 의원이 '자치단체장의 배임은 기업인 배임에 비해 더 죄를 무겁게 봐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의를 한 데 대해서는 "법리적으로 배임은 상당히 복잡하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답만 했다. 그는 권성동 의원의 질문에 답하면서는 "일반론적으로 배임죄는 행위 뿐 아니라 범의도 있어야 한다. 기업의 경우 경영사항 판단 면책 논리도 있어서, 그것을 깨려면 개인의 사익추구 범의까지 확인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야권 정치인 및 박근혜 정부 당시 일을 조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종민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곽 의원 아들 곽병채 씨 퇴직금 지급 사유인 '문화재 관련 편의 제공'은 곽 씨가 아니라 (당시 국회 교문위원이었던) 곽 의원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은 이에 대해 "이 자리에서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같이 검토하는 범위에 있다"고 곽 의원 본인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이 지검장은 '문화재청 관계자도 조사하지 않았느냐'는 김 의원의 추가 질의에 "확인해드리긴 좀 그렇다"며 "대부분의 의혹을 빠짐없이 살펴보고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화천대유 설립 자금과 관련,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씨가 사건 관련 회사에 대출해준 400억 원 남짓한 자금을 주목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최 회장과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의 관련성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은 이에 대해서도 "그런 언론보도를 봤다"며 "그 부분도 다 범주에 넣어 파악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모든 사건이 다 서울중앙지검에 모인다. 관할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라며 "성남 사건은 수원지검이나 성남지청에서 하는 게 맞지 않느냐"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지검장은 "가능하면 관할을 지켜 주는 게 맞다"면서도 "제가 검찰총장 권한인 사건 배정에 대해 뭐라 말할 처지는 아니다. 추측건데 각 (검찰)청의 인력 사정을 대검이 제일 잘 알지 않겠느냐"고 피해 갔다.
한편 이날 오전 국감 종료 후 오후 국감이 재개되기 전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무효 소송의 1심 결과가 나온 것도 이날 법사위 국감장에서 화제가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윤 전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하며, 징계 사유 3건 중 2건(판사 사찰 문건 작성, 채널A 사건 감찰·수사방해)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직 중 정치적 중립 훼손' 부분은 징계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사위 감사 대상이었던 재경 고검·지검장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 사건 당사자에 해당한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은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징계를 추진할 때 주무자인 법무부 검찰국장이었고, 심재철 남부지검장은 '판사 사찰'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였다. 김관정 수원고검장은 '감찰 방해' 사건 당시 대검 형사부장이었다.
이들과 민주당 의원들은 사건 관련 소회룰 묻고 서로 격려하는 등 이 판결을 소재로 국감 질의답변을 진행했다. 심 남부지검장은 "검찰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저의 진심을 법원이 인정해줘 고맙고 감사하다"며 "검찰을 명예롭고 자랑스런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고 아픔"이라고 했다. 이성윤·김관정 고검장도 여당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당시 상황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입장을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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