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with COVID)는 백신을 맞아 안심한 채 일상 회복이라는 선택지를 고르는 상황이 아닙니다. 위드아웃 코로나(without COVID)에 실패해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와 같이 지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선택한 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선택한 겁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의 말이다. 곰곰이 되씹어볼수록 정직한 표현인 것 같아 두렵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대한 책들은 이미 여럿이다. 경제적 변화에 대한 책들은 넘쳐난다. 늘 그러하듯 책읽기라는 게 내 생각과 일치하면 공감하는 것이고 마찰을 일으키면 불편해지는 법이다. 관련 책이 한 권 더해졌다. 이번엔 캐나다의 '멍크 다이얼로그'다. '멍크 디베이트'로 이미 우리 사회에도 충분히 알려진 대화체다.
대담자 말콤 글래드웰의 분석에는 순간적인 땡김이 있다. "축구는 약한 고리(weak-link) 스포츠입니다. 축구팀은 가장 뒤처진 선수의 기량에 따라 경기력이 좌우됩니다. 농구는 강한 고리(strong-link) 스포츠죠. 농구팀을 더 잘하게 하려면 국보급 스타를 영입하면 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서구 사회는 오랫동안 강한 고리 스포츠를 해왔습니다.… (코로나) 위기는 전형적으로 약한 고리 위기죠."
옮긴이의 생각이 책의 본체일 때도 있다. '옮긴이의 글'에서 균형을 찾았다. 옮긴이가 '코로나 사태와 격리가 지구생활자들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프랑스학자 브뤼노 라투르의 최근작 <나는 어디에 있는가>의 일부를 인용했다.
흩어지자는 것이다. 분산하자는 것이다. 그전에 대담자 파리드 자카리아는 이렇게 말했다.
"제 생각에 우리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옳았습니다. 우리는 함께 어울려 살고 싶어 합니다. … 삶은 계속될 테니까요. 그러니까 저는 그런 점에서는 결국 낙관론자네요. 가끔 사람들은 모든 게 변할 거라고 믿습니다. 글쎄요, 인류가 함께 모여 축하하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동지애를 나누려는 열망,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점성술이 아니다. 상상력의 총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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