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은 정치, 비즈니스, 대학, 싱크탱크,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서방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새로운 권위주의 권력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기 위해 민주주의를 이용하고 있다.(폴 몽크, 디 오스트레일리안)"
이 명제가 책의 대전제다. 사실 이러하다면 서방 세계는 이런 중국의 영향력 확대 혹은 위험성에 대해 경계를 곤두세워야 마땅하다. 그런데 서방 세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책의 주제가 여기서 출발한다.
"서구 진영의 수많은 이들이 중국 공산당의 위협을 애써 축소하거나 부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저자는 두 가지 이유를 든다. 첫째 '특정한 사안을 이해하지 않아야 생계가 유지되는 사람에게 그 사안을 이해시키기란 매우 어렵다.' 둘째 "특히 좌익 진영의 일부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인데, 바로 '그러는 우리는?' 하는 것과 같은 태도이다. 이들은 중국이 못마땅한 짓을 좀 할지 모르지만 '그러는 미국은?'이라고 반문한다."
최근들어 반중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가만히 둘러보면 이 흐름을 분석하거나, 혹은 편승하거나,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방편에서 크게 두 권의 책이 칼럼 등에 자주 인용된다. 하나는 지난 2018년 출간된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에 기반하여 중국의 부상이 필연적으로 미중간의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이다.
두 번째 책이 바로 소개하는 클라이브 해밀턴과 머라이커 올버그의 <보이지 않는 붉은 손 Hidden hand>이다. '보이지 않는' 보다는 '숨겨진 혹은 감추어진'이라는 제목이 진의에 가깝다. 중국과 격한 갈등을 빚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학자가 공저자로 참여했다.
우리도 우리의 문화와 소프트파워를 전 세계에 널리 전파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미국도 그러하고 중국도 그러하다. 역사적 흐름은 더 이상 공세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다른 나라를 설득하거나 이해시킬 순 없다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중국의 '조급증'과 '늑대외교'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낙인과 오해만으로 국제관계가 해결될 순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철학을 인용해야겠다. 첫째, 믿지마라. 둘째, 그럼에도 대화하라. 이것은 바이든 뿐 아니라 유사이래 외교의 원칙이었다. 어디에 영원한 적이, 영원한 동지가 있단말인가. 오로지 국익과 주권 수호가 대전략이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냉철해야하고 상대국 전략을 이해하기위해 공부해야만 한다.
4월 출간 때 구입했는데 그냥 훑어보고 말았다가 여기저기 인용빈도가 늘어나길래 다시 꺼내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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