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하다보니 환자를 제대로 간호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 소진될 만큼 일해도 마음의 짐은 커져갔습니다. 끼니를 챙기고 휴식을 취하는 일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몸과 마음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병동 운영으로 인해 일반 환자들의 중증도는 더 올라갔습니다. 감염병동이 아닌 일반병동에서도 간호사가 화장실 가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인력충원에 대한 희망이 없어서 도무지 병원에서 버틸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하얀 방호복을 입고 투명한 얼굴 가리개와 마스크를 쓴 간호사들이 674장의 사직서를 흩뿌렸다. 서울시에 코로나19 감염병동 인력 충원을 요구하면서였다.
'674'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에서 사직한 간호사의 수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에 지금 당장 감염병동 적정 인력 기준을 발표하고 간호인력을 충원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월 코로나19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8개월이 지났지만 연구용역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감염병동 간호인력 충원 계획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면담에서 '보건복지부와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며 "복지부가 마련한다는 인력 기준과 실행계획은 2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대병원의 한 간호사는 "매일매일 사망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내가 조금만 더 이 환자에게 시간을 쓸 수 있었다면 살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가 늦장부리는 동안 간호사들은 병원을 떠나고 있고 오늘도, 내일도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 그리고 간호사가 부족한 병원에 남겨질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감염병동 적정 인력 기준을 발표하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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