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세상에는 범죄도, 두려움도, 감옥도 없다. 하지만 완벽한 세상이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곧 깨닫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 <퍼펙트 월드>의 예고편에서 했던 말이다. 1986년 이스트우드는 자기가 살고 있는 인구 4,800명 안팎의 캘리포니아 최고급 주택가인 카멜 시장선거에 출마했다. 이유 중 하나가 이렇다. 시가 콘 아이스크림을 해안가 매점에서 팔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빨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부자 동네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봤다. 이스트우드에겐 그것처럼 부당한 규제가 없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삶이었기에 권력이 사생활에 간섭하고 억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당선되자마자 아이스크림 콘 판매를 허용했다. 그리곤 한 번 임기로 끝냈다. 보수주의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바로 이런 이스트우드와 같은 자유로운 생각과 삶이다. 더불어 인간 한계를 인정하는 것과 함께.
열독 내내 이렇게 묻고싶었다. 과연 한국에 제대로 된 보수주의가 있기나 할까. 저자의 답변으로 읽었다.
"한국에서는 보수주의를 가진 자, 배부른 자의 전유물처럼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권력과 부를 보수주의 클럽의 가입에 필요한 필수 스펙으로 여기는 인식이 퍼져있다."
언론인 생활을 떠나 독립작가로 살아가는 저자가 2년 전 <진짜 보수 가짜 보수-정치 혐오 시대, 보수의 품격을 다시 세우는 길>에 이어 이번엔 모델이 될 만한 보수 리더 열분의 삶을 통해 한국 보수의 미래를 탐색하는 <보수주의자의 삶>을 펴냈다.
맨 먼저 살핀 인물이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하지만 그 다음 인물인 조지 오웰과 김구의 편에 이르러서는 어? 할 것이다. 당연하게도 한국에서는 진보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 논쟁을 유발하는 곳에서 저자의 식견과 정치관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오웰은 개인의 자유와 인간다운 삶을 억압하거나 학대, 단절하는 모든 권력에 저항했다. 인간의 일상적 삶에 개입하려는 권력에 대해 반대하면서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보수주의자들의 사고방식과 딱 맞아떨어진다."
"20세기 극심한 이념 대립의 국면에서 김구는 공산주의에 반대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그는 보수주의 우파 지도자로서 기본 자격을 갖추었다."
책을 덮고나면 공평하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국에 제대로 된 진보주의가 있기는 할까.' 더없이 암울해진다. 아 참 놓칠 뻔 했다. 저자의 목소리가 생생한 마무리 부분을 놓쳐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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