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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의 시대, 한국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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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의 시대, 한국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프레시안 books] <궐위의 시대>

미중 갈등이 가시화하면서 벌써부터 신 냉전 체제가 도래했다는 이야기가 떠돈 지 오래됐다. 미국의 이익만을 강조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가 끝나고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중 갈등 양상은 달라지리라는 예측이 한때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 복원을 천명하면서 미중 전선 구도를 더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급속도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 행보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서 미국이 발을 빼도록 하고, 그 힘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케 하려는 변화에서도 읽힌다.

새로운 적을 향한 미국의 공포는 새삼스럽지 않다. 그 이전에도 미국은 스페인-독일-일본-소련이라는 거대한 적을 향한 공포를 바탕으로 발전에 박차를 가했다. 문제는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그 틈새의 한가운데에 낀 한국이 전략적 선택을 강제당한다는 데 있다. 선택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겠으나, 한국을 향한 시간은 점차 흐르고 있다. 한국에 두 나라 경쟁 구도 시나리오를 읽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큰 이유다.

'미국과 중국이 사는 법'이라는 부제의 신간 <궐위의 시대>(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기획, 이희옥 편집, 선인)는 현 국제 정세를 혼란의 시대, 곧 가치 체계가 비어버린 궐위(闕位, interregnum)의 시대로 규정하는 데서 논의를 출발한다. 짧게는 약 30여 년간 이어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가치관이 쇠락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를 대체할 컨센서스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혼란이 장기화하고 있다.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은 이 흐름에서 확대됐다. 당시 누구도 두 나라의 분쟁이 이처럼 커지고 길어지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역 부문에서 형성된 두 나라의 대결 전선은 이제 관세 문제를 넘어 5G,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로, 인공위성, 우주군 등 지구 대기권을 벗어난 공간으로, 영화와 게임에 이르는 이념과 대중문화 선전의 분야로까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두 나라의 대결 구도는 근래 들어 인류에게 닥친 가장 거대한 위협인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새로운 적 앞에 뭉치기는커녕, 두 나라는 오히려 코로나19를 체제 선전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권위주의적 통제가 팬데믹을 쫓아냈다고 선전하고, 자국의 백신을 약소국에 공급하며 서방 선진국의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백신 우호 전선을 만드는 한편, 중국의 코로나19 책임론을 끊임없이 거론하는 동시에 중국의 권위주의적 체제를 비판하고 있다. 지구적 위기 앞에서도 두 나라의 경쟁 구도가 쉽게 우호 국면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셈이다.

책은 이 같은 두 나라 경쟁 국면을 바탕으로 미래 두 나라 관계 변화에 관한 시나리오를 그린다. 아울러 한국에 어떤 선택지가 주어지는지를 진단한다. 경쟁의 구도가 뚜렷해지는 만큼, 그간 한국이 추구해 온 '전략적 모호성', 즉 미국의 가치동맹국이자 중국의 경제 파트너라는 이중적 지위 구사의 공간은 점차 협소해지고 있다. 책은 한국이 쉽게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데 따르는 현실적 위험성을 지적하고, 한국과 같은 입장의 국가들과 함께 "다자주의를 적극 활용"해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맥락에서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 개편 흐름에서도 어느 한쪽에 편승하는 대신 '확대균형'을 모색해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같은 결론은 일견 당연해 보이고 쉬워 보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의 중요함은 국제 정세 연구자들이 분석한 책의 방대한 자료와 전문가적 해석, 즉 결론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진단의 흐름을 짚고, 그 맥락을 이해하는 데 있을 것이다.

▲<궐위의 시대>(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기획, 이희옥 편) ⓒ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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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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