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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페이스북 등 '공룡 플랫폼'과 한국 '재벌'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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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마존, 페이스북 등 '공룡 플랫폼'과 한국 '재벌'의 공통점은?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 코로나와 산업·노동 전환 ⑥ 플랫폼은 독점을 동경한다

<인사이드 경제>는 지금까지 플랫폼 기업이 어떻게 '자본'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특히 라이더나 택배·대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의 ‘사용자’로 기능하고 있는 점을 조명해 보았다. 지난 글부터는 플랫폼 기업이 '독점'을 향해 간다는 사실, 마치 고객의 편익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독점적 초과이윤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바로가기 :  플랫폼 기업의 '구밀복검' 전략...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독점'을 꿈꾼다)

독점 달성 후 가격 인상 수법

거대 플랫폼 기업이 처음엔 거의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하다가 독점을 달성하면 가격을 인상하며 본색을 드러낸 사례는 매우 많다. 대표적으로 우버(Uber)와 리프트(Lyft) 등 승차공유(ridehailing) 서비스 회사들이 미국에서 최근에 요금 인상에 나섰다. 운전기사 부족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사실상 투자비 회수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달(8월) 초에 한국에서도 카카오 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 택시가 호출이 많은 피크시간대 스마트호출(배차 성공 확률을 높인 서비스)에 대한 추가 비용을 기존 1000원만 받다가 갑자기 최대 5000원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랬다가 고객들의 반발이 쏟아지자 발표 열흘 남짓만에 잠시 철회한 상태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난 글에서는 분명히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고객 편익, 즉 실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요금이나 가격은 낮게 유지하면서도 독점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우버·리프트나 카카오모빌리티 사례는 좀 달라보인다. 이건 소비자 가격을 직접 올린 것이니 말이다.

사업모델 단순한 모빌리티 플랫폼

지난 글에서 소개한 플랫폼의 사업모델 2가지를 재소환 해보자. 배달 플랫폼이 (독점에) 성공하려면 가맹 음식점만이 아니라 라이더들까지 플랫폼에 묶어놓고 납품단가 후려치기, 배달료 쥐어짜기에 성공해야 한다.(아래 왼쪽 그림) e-커머스 역시 택배 기사와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을 갈아넣고 납품업체 단가를 후려치기 위해, 3개 부문(납품업체·일용직·택배기사)을 플랫폼에 묶어두어야 한다.(아래 오른쪽 그림)

그런데 상품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는 모빌리티 플랫폼은 구조가 단순하다. 운송해야 하는 대상이 단말기(스마트폰)를 들고 있는 주문자와 동일하니까 주문중개와 배달중개가 분리되지 않는다. 이런 모델에서 플랫폼 기업이 수익을 내는 주요 수단은 모빌리티(택시·대리운전) 기사를 플랫폼에 묶어놓고 수수료를 후려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배달 플랫폼이나 e-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2~3개 부문을 동시에 플랫폼에 묶어놓아야 하기에 모빌리티 플랫폼에 비해 훨씬 힘든 사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번 성공하기만 하면 쿠팡처럼 수십~수백조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High Risk, High Return(위험이 큰 만큼 성과도 큰)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기업가치 평가와 함께 엄청난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당분간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소비자 가격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근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모빌리티 플랫폼의 경우 모빌리티 기사 쥐어짜기 이외의 다른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요금) 인상을 통한 수익 창출(투자금 회수) 유혹에 강하게 이끌릴 수밖에 없다.

리나 칸, 신(新) 브랜다이스 학파 …

거대 플랫폼 기업의 행태를 반독점법으로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으로 유명한 30대 초반의 신예 리나 칸 콜럼비아대 교수가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구글 저격수로 유명한 조너선 캔터 변호사가 법무부 반독점 국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최근 연방거래위원회는 대표적인 거대 플랫폼인 페이스북(Facebook)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재개하기도 했는데, 만일 페이스북이 소송에 패소할 경우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이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뱉어내야 할지도 모른다. 이에 질세라 아마존과 페이스북 측은 반독점 소송에서 리나 칸 위원장을 배제해 달라는 신청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반독점 개혁을 주도하는 인물들은, 1910년부터 1939년까지 미국 연방대법관을 역임한 루이스 브랜다이스의 이름을 따 신(新) 브랜다이스 학파(Neo Brandeisian)라고 불리기도 한다. 브랜다이스 대법관은 거대 기업의 독점은 경쟁기업은 물론이고 소비자와 자기 회사 노동자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런 이론들이 세계에 소개되고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반독점 법제도의 약점을 파고든 거대 플랫폼 기업들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독점 여부를 가르기 위한 시장을 확정하기 매우 어려운 영역(소셜미디어), 소비자 가격은 올리지 않으면서도 자영업·소매인·노동자를 착취하며 독점 이윤을 챙기는 방식에 기존 반독점 당국은 손 쓸 생각도 하지 못했다.

데자뷰 : 한국의 재벌 대기업은 이미

그런데 말이다. 소비자 가격은 올리지 않으면서도 자영업·소매인·노동자를 쥐어짜는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모델. 이건 사실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아주 익숙한 방식 아닌가? 2만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자동차, 수많은 부품사로부터 납품을 받아 정규직과 사내하청, 사외(외주)하청 등 대규모 생산 인력을 고용해 생산되는 현대자동차 말이다.

현대차가 부품사(납품업체)들을 상대로 CR(Cost Reduction, 단가 인하)을 강요해왔던 수많은 사례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심지어 부품단가를 깎는 과정에 부품사에 설립된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현대차와 부품사가 공동으로 범죄를 저질러 형사처벌되는 사건들도 벌어지지 않았던가.

불법파견은 기본이고 대규모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저임금 활용, 단가 후려치기 과정에서 부품사 노동자들에게 강요된 희생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방식으로 현대차는 생산단가를 최소치로 낮출 수 있었고 차량 가격이 높지 않게 유지하며 내수시장에서 공고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국산차만 따지면 내수시장 88% 점유율

배달 플랫폼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서 현대자동차에 맞춤형으로 변형시키는 작업은 단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위 사업모델의 원조는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재벌들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사실상 완전 독점에 근접한 수준에 이르렀다. (아래 표 수치 출처 :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브랜드들만 놓고 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에 현대차와 기아를 합쳐 점유율 87.8%를 기록했다. 3위인 한국지엠(4.4%)과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이다. 지난해 상반기(82.6%)보다 무려 5.2% 포인트가 늘어난 수치다. 수입차까지를 포함해도 현대차그룹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71.4%에 달해, 국내에서는 견줄 경쟁자가 아예 없는 상태라 할 수 있다.

공룡 플랫폼 기업 규제는 글로벌 트렌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 앞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시작한 것은 유럽이었다. 엄청난 이윤을 뽑아내면서도 세금 한 푼 제대로 내지 않는 구글, 아마존, 우버 등을 상대로 막대한 세금을 매기거나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을 보장하는 제도가 속속 도입되었다.

유럽이 상대한 주요 기업들이 미국 기업이다보니 유럽과 미국의 갈등처럼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직접 아마존,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독점 규제를 시작했다. 바야흐로 플랫폼 공룡에 대한 규제는 미국·유럽에서 시작된 글로벌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할까.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자사 상품과 동영상을 많이 노출시켰다는 혐의로 267억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몇 일 전에는 납품업체 상대로 부당한 광고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갑질을 일삼은 쿠팡에게도 과징금 33억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국내 배달앱 2위의 ‘요기요’를 운영해온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가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을 인수하기로 한 합병 계약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해 말 요기요 매각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매각을 전제로 내건 이유는, 합병이 조건 없이 승인될 경우 국내시장 점유율이 90%가 넘기 때문이었다.

한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는?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도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십~수백억의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네이버는 행정소송으로 맞섰으며 쿠팡도 조만간 그 대열에 설 것으로 보인다. 요기요는 매각되었지만 또다른 공룡 플랫폼 ‘쿠팡이츠’가 나타나 배달앱 1~3위 기업들의 독과점 상태는 더 심각한 수준으로 깊어지고 있다.

배달앱 시장의 점유율 독점을 막기 위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하는 일언,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에선 구경할 수 없었다. 앞에서 얘기한 현대차 얘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조선업의 경우 국내 1~2위 자리에 있을 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1~2위를 다투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을, 다른 누구도 아닌 문재인 정부가 직접 밀어붙였다.

이 합병에 대해 다른 나라 정부들이 독점 여부를 놓고 2년 넘게 승인 여부 심사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 정부는 오히려 타국 경쟁당국을 상대로 이 결정을 승인해 달라는 설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공정거래위가 딜리버리히어로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하며 요기요 매각을 강제한 마당에 ‘내로남불’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꼴이다.

어디 그뿐인가. 국내 항공산업 1, 2위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도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였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과 마찬가지로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직접 개입한 사안이기도 하다. 해외 반독점(경쟁) 당국이 한국 정부를 두고 일관되게 독점에 호의적이라 평가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주목받는 신 브랜다이스 학파, 그들의 이론이 겨냥한 사업 모델이 바로 한국의 재벌 기업들이 독점을 유지해온 방식이었다. 미국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그 방식을 똑같이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반독점 규제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 방치해온 재벌 기업들의 독점 문제를 바로잡고 이를 플랫폼 산업으로까지 확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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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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