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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앞당긴 원격의료, 건강격차 확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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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앞당긴 원격의료, 건강격차 확대시킨다

[서리풀 연구痛] "원격의료, '형평성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코로나19 팬데믹은 여러 나라에서 원격의료 도입 논의를 촉진시켰다. 실제로 2020년 미국 보건부는 저소득층 및 고령자를 위한 의료급여 프로그램에서 기존의 제한적인 원격의료 사용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바이러스 노출로부터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보호하고, 환자의 진료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오늘 소개하는 연구는 '형평성 관점'에서 평가할 때, 이 같은 원격의료의 전면적인 도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가기 : 원격의료로의 급속한 전환과 디지털 격차: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차의료 접근성과 형평성에 대한 함의) 원격의료는 이동에 드는 시간과 비용, 대기시간과 같은 장벽을 제거해서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은 원격의료의 도입으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집단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들이 원격의료를 이용할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연구팀은 '디지털 격차'에 주목하여 이렇게 답했다. 원격의료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인터넷 접근성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기존의 대면진료를 광범위하게 대체한다면, 이미 사회경제적으로 주변화된 집단의 의료 접근성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원격의료의 편리함과 접근성이 환자에게 득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이 이러한 혜택을 공평하게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원격의료 도입을 논의하는 데 반드시 '형평성 관점'이 필요하다.

연구를 위해 뉴욕시에 위치한 소규모 일차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소규모 일차의료기관은 코로나19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저소득층, 이민자, 소수자가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원격의료에서의 불평등을 관찰하기에 적합하다. 연구진은 뉴욕주에 봉쇄 조치가 내려졌던 2020년 4월 10일부터 6월 5일 사이 다섯 번의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일차의료진의 원격의료 이용 변화를 탐색했다. 그리고 취약지역과 비취약지역의 일차의료기관에서 이용하는 원격의료 방법의 차이와 이용에서의 장벽에 주목했다.

미국 질병관리청(CDC)은 "개인이나 집단이 자연재해나 사회적 재난을 예측하고, 대응하고, 그 영향으로부터 회복하는 역량"을 나타내는 사회적 취약성 지표(Social Vulnerability Index, SVI)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재난에 취약한 지역을 확인·지원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이 지표에 따른 취약지역 의료기관 408개소와 비취약지역 일차의료기관 510개소를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원격의료 방법은 전화, 영상, 환자포털을 이용한 방법으로 구분했다. 원격의료 이용 장벽은 크게 진료 관련 장벽과 환자 관련 장벽으로 구분하고 해당하는 항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 원격의료 이용에서의 장벽.

뉴욕시에서 코로나가 절정이었던 2020년 4월 10일~23일 동안 조사대상 일차의료진의 71.3%가 진료의 50% 이상을 원격의료로 제공했다고 응답했다. 전체 조사기간 동안 취약지역과 비취약지역의 원격의료 사용 수준은 각각 64.7%, 60.2%로 유사했다. 4월 말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감소함에 따라 봉쇄 조치가 완화되었고, 원격의료 사용도 점차 줄었다. 하지만 뉴욕시 일차의료기관에서 원격의료 이용률이 높았던 사실은 팬데믹과 같은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기존의 대면진료가 원격의료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두 지역은 원격진료 방법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취약지역 일차의료진의 41.7%가 '전화'를 이용해 원격진료를 실시했는데, 이것은 비취약지역의 23.8%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비중이다. 반면에 '비디오'를 이용한 영상 원격진료는 취약지역 일차의료진에서 18.7%, 비취약지역에서 33.7%로 나타났다. 기존 연구들에서 영상 원격의료는 환자와 의사의 의사소통을 용이하게 하고 참여를 촉진시켜 만족도를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디오 사용을 위해서는 고속의 인터넷망과 개인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취약계층이 접근하기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원격진료 방법의 차이가 진료 과정과 결과에서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이다. 다른 한편 연구진은 미국에서 영상 원격의료에 더 높은 수가를 지불하는 현재의 수가체계가 전화 의존도가 높은 취약계층과 의료진에게 불리하게 작동한다고 지적한다.

취약지역과 비취약지역 일차의료진은 환자 관련 장벽에 대한 인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환자 관련 장벽은 취약지역에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취약지역 일차의료진은 환자들이 원격의료 이용을 위한 인터넷 등 적절한 장비에 접근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기술 접근성은 취약지역 의료진의 70.4%가 중요한 장벽으로 지적한 반면, 비취약지역에서는 52.5%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원격의료 사용에 대한 환자들의 불편함, 언어 장벽, 저조한 환자포털 이용도 취약지역 일차의료진들에겐 더 큰 장벽이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원격의료를 도입할 때 취약계층 환자들이 여러 장벽들을 극복하고 원격의료를 위한 새로운 수단들에 적응해갈 수 있도록 더 큰 지원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동시에 환자의 원격의료 적응을 돕기 위해 취약지역 일차의료진이 비취약지역 의료진보다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원격의료 채택 장벽에 대한 인식은 취약지역 일차의료진이라고 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비취약지역 의료진이 취약지역 의료진보다 더 많은 진료 장벽을 지목했다. 특히 의료의 질에 대한 우려에서 인식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비취약지역 의료진의 58%가 '원격의료가 대면진료보다 질이 낮다'고 우려한 반면, 취약지역 의료진의 46%만 원격의료의 질에 대해 우려했다. '원격으로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도 비취약지역 일차의료진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31.4% vs. 26.0%). 한편, 취약지역과 비취약지역 모두에서 원격의료 제공에 대한 보상의 불확실성이 불충분한 보상보다 큰 장벽으로 인식되었다. 다행히 의료진이나 직원들은 원격의료라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는 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원격의료 확대 조치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형평성 관점'에서 취약계층 일차의료진과 환자의 원격의료 이용 장벽들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만 의료 접근성의 불평등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사회는 극단적인 봉쇄 조치 한번 없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견뎌왔다. 소리 없이 고통받고 있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제외하면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공백이 우려했던 만큼 크게 발생했는지 의문이다. 공공성 강화와 공공보건의료 확충이라는 요구조차도 거의 자취를 감춘 현재,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 유행과 확산 억제를 이유로 원격의료 도입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성을 얻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기술과 산업성장' '돈벌이 수단'으로 원격의료 활성화를 주장해왔던 한국 정부는 이제 '형평성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서지 정보

- CHANG, JI E., ALDEN YUANHONG LAI, AVNIGUPTA, ANN M. NGUYEN, CAROLYN A. BERRY, and DONNA R. SHELLEY. 2021. "Rapid Transition to Telehealth and the Digital Divide: Implications for Primary Care Access and Equity in a Post-COVID Era." Review of. The Milbank Quarterly 99 (2):340-68. doi: https://doi.org/10.1111/1468-0009.1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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