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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의 꿈'이 실패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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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의 꿈'이 실패한 진짜 이유

[정욱식 칼럼] 유신모 기자 칼럼에 대한 반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착'이 실패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눈에 띤 글은 <경향신문>의 유신모 외교전문기자의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의 꿈'은 왜 실패했나'이다.(☞ 전문 보기)

유 기자는 이 글에서 "북핵 문제는 차원이" 달라졌는데, 정부·여당은 "고민도 전략도 없이 과거의 패턴에 의존해" 왔다고 비판한다. 나는 이 대목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근거 제시에 있어서는 유 기자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하나씩 보자.

그는 먼저 "북핵 문제는 '2017년 11월29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며 "북한이 이미 핵·미사일 능력을 모두 갖춘 상황에서 쌍중단이라는 거래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쌍중단은 북한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한미동맹은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정작 "쌍중단이라는 거래는"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직후에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트럼프도 이에 동의했다. 그리고 2018년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트럼프는 쌍중단을 공식화했다. 미국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공식 발표한 것은 27년만의 일이었다. 그만큼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의 꿈'이 실패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한 쌍중단은 2019년 3월부터 위기를 맞이하기 시작했다. 한미 양국이 그해 3월에 연합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그 이후 쌍중단은 '축소된 형태의 쌍개시'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한미동맹은 축소해서 연합훈련을 계속해왔고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 시험발사로 응수해온 것이다.

기실 미국 대통령이 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겐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다.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와 의기투합해 한미연합훈련을 자제했다면, 한반도 평화의 꿈의 현주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트럼프가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거듭 약속한 것이 지켜졌다면 이후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졌을까?

유감스럽게도 정부·여당은 "고민도 전략도 없이 과거의 패턴에 의존"하고 말았다.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해야 대북 억제력 및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겐 또 하나의 꿈이 있었다. 바로 전시작전권 환수이다. 이걸 위해서는 연합훈련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핵심적인 이유이다. 미국 대통령이 연합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전작권 환수 조건에서 이걸 떼어내려고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의 꿈'도 '임기 내 전작권 환수의 꿈'도 아련해지고 있다.

유 기자는 또 "계산법이 틀린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했는데 왜 미국은 제재를 풀지 않느냐"는 북한의 항변이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역시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팩트부터 틀렸다.

북한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제안한 것은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했으니 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영변 핵시설을 통째로 폐기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 중단을 문서화된 형태로 보장할 테니 제제를 완화해달라는 것이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이 북한의 전체 핵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안팎에 달한다. 그리고 북한이 해제를 요구한 2016년 이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가운데 민생경제와 관련된 제재는 전체 대북 제재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고 나는 추정한다. 2016년 이전 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미국의 독자적 제재도 상당히 강하기 때문이다. 이걸 맞바꾸자는 북한의 제안이 과연 잘못된 계산법일까?

나는 북한의 잘못된 계산법은 다른 곳에 있었다고 본다. 이미 졸저 <한반도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건>을 비롯한 여러 글에서 주장한 것처럼, 북한의 잘못된 셈법은 "단계적 접근"에 대한 집착에 있었다. 이 접근은 트럼프의 정치적 야심을 충족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세력들에게 너무나도 좋은 반격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유신모 기자는 문재인 정부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협정으로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비핵에 이르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고도 했다. 이 역시 실제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를 시도하고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계적 군축"을 추진키로 합의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사상 최대 규모의 군비증강도 해왔다.

또 유 기자는 정부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한 비핵화'를 추구한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이 일관되게 해왔던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이었다. 특히 평화협정은 비핵화가 완료되거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을 때 체결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었다. 나는 정부의 이러한 정부의 인식과 정책이야말로 "과거의 관성"이었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일장춘몽으로 끝날 위기에 처한 또 하나의 이유라고 본다.

내가 반론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유 기지의 마지막 문장에 있었다. 그는 "차기 대선 주자들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한다,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고 핵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식의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3단계 방법'과 같은 탁상공론이나 과거의 관성적 정책이 아닌 새롭고 정교한 국가전략을 고민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러한 권고는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전략 논의를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할 수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 안팎에선 이토록 진정성과 성의를 보여왔는데 북한은 호응하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 그릇된 자기연민이다. 보수 진영에선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역시 잘못된 처방이다.

그래서 묻게 된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구급 한미연합훈련은 양립할 수 있는가? 평화협정 체결은 고사하고 협상조차 제대로 시작된 적이 있는가? 제대로 해보지도 않았던 정책을 "과거의 관성적인 정책"으로 치부해도 좋은가? 정부·여당의 진짜 관성은 '어려운 북한을 돕겠다고 하면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까'하는 철지난 희망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말은 풍요롭고 실천은 비곤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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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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