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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에 의심을 문 24년전 사건'...'의심'에 빚어진, '의심'에 드러난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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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에 의심을 문 24년전 사건'...'의심'에 빚어진, '의심'에 드러난 전말

경찰은 귀동냥도 버리지 않는다...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류창수 경위

ⓒ게티이미지뱅크

24년 전 남자친구와 그 일당들로부터 납치돼 살해되고, 암매장된 실종여성 사건은 '의심'이 빚어낸 참극인 동시에 공교롭게도 또하나의 '의심'에 의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됐다.

지난 1997년 2월 당시 28세로 가출신고된 A 씨의 행적은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같은해 1월 일본을 다녀온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고, 그 이후에 A 씨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A 씨의 흔적은 세상에서 잊혀졌다.

ⓒ전북경찰청, 네이버 블로그

그러던 중 전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류창수 경위의 귀에 우연치 않게 "20년 전에 사람을 죽였다"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 말에 꼬리를 물고 피해자의 이름도 들려왔다.

단순하게 지나칠 수도 있었던 일이었지만, 류창수 경위는 강력 범죄와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해 둔 '의심' 하나로 피해자 이름을 뒤지기 시작했고, 97년 서울에서 실종된 여성의 이름과 같은 인물임을 확인하는데 이르렀다.

아무리 경찰이라 할지라도 의심 해소를 위한 집념이 아니면 쉽게 확인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

류 경위는 범행 폭로로 돈을 뜯어내려고 했던 A 씨 남자친구의 후배 1명으로부터 자백을 확보했다. 이후 또다른 후배 1명의 신병을 확보해 법최면 수사까지 해가며 피해자를 특정했고, A 씨 남자친구에 대한 혐의를 구체화했다.

그러나 류 경위를 비롯한 수사경찰은 이 공범들의 주관적 진술만으로 범죄일자를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 A 씨 남자친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7월 5일 검거하게 된다.

경찰에 붙잡힌 A 씨의 남자친구는 범행 이유와 암매장 등에 대해 이렇게 자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와 같은 공장에서 일했다.
서울에서 피해자를 차량에 태워 익산IC부근에 도착했다.
(그리고) 수회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김제 ○○고등학교 앞 도로 공사 중인 비포장 도로변 웅덩이에 시체를 넣고 묻었다.

살해한 이유는 다른 남자가 있는 것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의심이 앙심을 품게됐다.


결국 A 씨가 남자친구의 손에 의해 살해되고 암매장까지 당하게 된 이유는 남자친구의 지나친 '의심' 때문이었다.

의심이 많아지고 심해지면 사람은 피해망상 등 성격장애까지 이르게 된다. 그 성격장애는 다시 오랜 친구가족 등 친한 사람들 과의 관계를 서서히 파괴하고 포기하는 사례까지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 의심 많은 남자친구는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풀려난다.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일명 태완이법) 개정이 지난 2015년 이뤄졌지만, 당시까지 시효가 남아 있는 사건까지만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공소시효가 지났던 이 사건에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남자친구는 석방됐다.

'공소시효' 지난 이유로 범인을 눈앞에서 풀어줘야 한 경찰은 피해자 암매장 의심지역에 대한 수색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지표투과 레이더와 굴착기 등을 활용해 현재 발견하지 못한 피해자 유골 발굴에 전념키로 했다.

또 경찰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연결해 유족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지원의 적용 기한은 10년으로 이번 사건은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수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예외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미해결 살인사건에 대해 단서가 확인되는 대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수사기관의 책무에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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