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연달아 발생한 가운데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IT갑질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IT기업이 밀집한 판교가 있는 성남시와 경기도에 IT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정신건강 상담치료 기관 설립도 요구하기로 했다.
직잡갑질 상담단체 '직장갑질119', 민주노총 등이 참여한 '판교IT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IT공대위)'는 10일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와 같이 밝혔다.
IT공대위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화섬식품노조 7개 지회로 구성된 수도권 IT위원회가 2020년 판교IT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참여자 47%가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했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다"며 "IT업계에 만연한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 건강하고 안전한 IT사업장 노동환경을 만들겠다"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IT공대위는 이날부터 오는 9월 말까지 'IT갑질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어려움을 겪는 IT노동자는 '직장갑질 119'에 [IT] 말머리를 달아 이메일(gabjil119@gmail.com)로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IT공대위는 이에 대해 법률 상담 등을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신고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내용을 각색해 사회적 여론화 작업을 할 계획이다.
IT공대위는 또 성남시와 경기도에 노동자의 정신건강 보호를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올해 11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지방정부가 관할 지역의 산업재채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의무가 명시돼 있다.
IT공대위는 해당 조항에 근거해 성남시에 판교 IT 노동자들의 직장 내 괴롭힘, 정신건강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요청했다. 경기도에는 8월 중 'IT사업장 정신건안 상담치료기관' 설립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네이버, 카카오, 크래프톤...IT업계에서 연이어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IT업계의 직장 내 괴롭힘은 지난 5월 휴일, 휴가기간, 야간에도 업무를 해야 할 정도의 격무와 임원의 폭언을 견디다 못한 네이버 노동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A씨가 일하던 부서에 과도한 업무와 임원의 행태를 견디지 못해 이직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점이 알려지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이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네이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해당 임원의 행위를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사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IT업계의 직장 내 괴롭힘이 네이버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해당 글에는 "나를 집요하게 괴롭힌 XXX셀장", "내 죽음을 계기로 회사 안의 왕따 문제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등 내용이 있었다.
온라인 FPS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로 유명한 크래프톤에서도 지난 6월 일부 직원이 B유닛장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변호사를 선임하고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피해를 신고했다.
직원들의 진술서를 보면, B유닛장은 회의에서 업무간 늘어날 것이라며 야근을 요구하고 제도적으로 보장한 반일 휴가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했다. 지난 4월 B유닛장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 직원에게 한 평 남짓한 전화부스에서 업무와 식사를 하라고 한 일도 있었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IT산업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것 같지만 그 속에는 포괄임금제, 갑질 등으로 고통 받으며 노예처럼 살아온 노동자들이 있다"며 "이를 드러내고 논의하는 일이 더 늦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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