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우리나라 산림의 황폐화를 야기한다는 지적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식목일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30억 그루 나무를 심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산림청의 우리나라 산림의 영급구조 관련 탄소 셈법 논란과 강원도 홍천 등에서 발생한 무분별한 모두베기가 동시에 문제화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논란은 지난 1월 20일, 산림청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안)'에 대해 환경단체가 "대규모 벌목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되었다. 논란에 대한 산림청의 입장발표 후에도 언론에 의해 산림청의 벌채 보조금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관한 산림청의 불충분한 설명과 "사유림이기 때문에 산림청과는 관계가 없다"는 태도로 인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바이오매스 사용 비중이 크지 않고, 산림의 경제성이 높지 않아 논란은 탄소중심적인 산림관리 측면에 한해 일어났지만, 사실 이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유럽연합과 미국 등 바이오매스를 비교적 활발히 사용하고, 그에 따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세부적인 논쟁이 진행되어 온 국가들 내에서는 바이오매스와 산림 관리(특히 벌채)에 관한 첨예한 입장 대립이 계속되어 왔다.
간략하게 말해서 친-산림바이오매스 쪽 입장(우리나라로 따지면 현재 산림청의 입장과 유사)은 적절한 산림관리에는 벌채와 솎아내기 등 숲 가꾸기 사업이 동반되어야 하며, 탄소중립적 입장에서도 순탄소흡수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 벌목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반면에 반-산림바이오매스 입장은 에너지 공급을 위해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하면 산림황폐화를 야기하고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도 가속화하는 만큼, 산림은 자연적인 상태 그대로 보존해야한다는 것이다. (☞관련 원문 기사 바로 보기) 두 주장 모두 상당한 과학적 배경이 있으며, 찬찬히 뜯어보면 어느 한쪽의 편을 정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지극히 우리나라 입장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민해보려 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63%는 산림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산림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우리의 녹화는 전쟁 후 황폐해진 국토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녹화한 우수 사례로 꼽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의 산림 사랑은 남다르다.
또 다른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배경은 우리나라 탄소중립 시나리오 설정 과정이다. 최근 산림청이 발표한 2050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에 따르면, 추가적인 산림관리 없이 지금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2020년 기준 이산화탄소를 4천만톤 이상 흡수한 우리나라 산림의 흡수량은 2050년에는 2천만톤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그 주요 원인으로 우리나라 산림의 영급구조를 꼽았다. ‘30년 이상 된 나무는 탄소흡수량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건 나무 하나 개체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 단위면적 당 숲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자랑거리로 삼은 1970년대의 치산녹화사업 때 한국은 속성수, 유실수, 연료림 위주로 조림을 해왔다. 우리 산림은 임업부산물 채취, 목재생산 등 실질적인 혹은 경제적인 활용가치 외에 경관적인 조성을 위한 산림으로 성장했다.
그 때문에 약 30~40년이 지난 지금, 오늘날 기준으로 우리의 산림은 관리가 어려운 밀림형태가 된 만큼, 시대 요구에 맞게 우리 숲의 영급구조를 개선하고 수종갱신도 필요하다는 게 산림청의 입장이다. 또한, 과거 무계획적인 조림으로 인해 우리나라 나무의 둘레는 비슷한 수령의 외국 나무에 비해 현저히 작아, 앞으로는 경제성을 갖춘 지속가능한 숲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산림의 중요성에 관한 시각이 변화한 뒤 한국은 1988년 3차 자원화계획부터 4차 산림기본계획을 거쳐 경제수 조림과 수종갱신 등을 위한 조림 활동을 계속해왔다. 1998년 4차 산림기본계획 때부터는 산림을 심는 것보다 가꾸는 정책으로 전환하였으며, 이후 2002년 산림조사 결과에 따라 시급하게 가꾸어야하는 산림 215만ha의 숲가꾸기 5개년 추진계획이 수립됐다. 즉, 탄소중립 정책과 상관없이 벌채 등을 활용한 숲가꾸기 사업은 오래전에 형성된 산림 정책 방향이었다는 것이다.
*아래의 숲가꾸기 사업면적은 풀베기, 덩굴제거, 어린나무가꾸기, 솎아베기 등 반복적으로 시행한 연면적 개념으로 실제 숲가꾸기가 실행된 산림은 훨씬 적다.
그렇다면 우리 숲의 숲 가꾸기는 잘 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산림경영 발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벌채 기계 기술과 임도 관리 등 인프라 능력 확충이라는 데 하나같이 동의한다. 독일, 스웨덴, 핀란드 등 산림 강대국과 우리의 차이점은 오직 인프라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임업관계자들은 숲의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 인프라 개선이 필요한데, 선진 인프라 도입을 위해서 바로 숲의 나무에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즉, 현재 한국 숲에 조림된 나무 대부분의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더 자연 친화적이고 선진적인 솎아내기나 간벌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모두베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홍천과 같이 광범위한 모두베기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고 제도의 미비 때문에 발생한 이례적인 상황이라는데는 임업 관계자 대부분이 공감한다. 하지만 1988년부터 본격적인 숲가꾸기 사업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기본적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못해 모두베기가 강행되고 있다는 것은 앞선 산림청의 주장에 관한 신빙성을 떨어뜨린다. 지난 30여 년간 기초적인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았다면, 그간 한국의 숲가꾸기는 뭘 했단 말인가.
시급하게 가꿔야하는 산림이 215만ha라고 하지만, 이제껏 진행되어 온 숲가꾸기 현황은 언제쯤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토 면적에서 차지하는 숲의 비율이 높고 산림경영 우수사례로 거론되는 나라들은 공통적으로 숲가꾸기 정책도 공격적이다. 일본은 2020년 탄소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3.8%로 잡으면서, 산림흡수원 부문에서 약 3,800만 CO2톤(2.7%) 이상의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산림의 간벌 등 실시 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간벌조치법)’에 기초하여 ‘특정간벌 및 특정모수의 증식 실시 촉진에 관한 기본지침’에서 2013~2020년도 연평균 52만 ha의 간벌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동시에 함께 적용한 것이 산주의 산림사업과 임도정비의 지원이었다(참고문헌: 민경택(2019), 일본의 산림·임업과 정책동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우리나라 숲가꾸기 정책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은 목재자급률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원목을 포함한 목재 자급률은 2019년 기준 16.6% 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다 해외 수입량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용 목재 외에 에너지용 바이오매스도 마찬가지다. 아래의 그림은 우리나라가 산업용 목재 펠릿의 주요 수요국이면서, 2027년에는 그 규모가 약 4배 정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동안의 목재펠릿 해외의존도는 여전히 93.8%를 차지하고 있고, 국내 제조시설 가동률은 절반에 못 미친다.
이런 기형적인 수급구조는 지난 정부의 녹색성장을 위한 목재펠릿의 보급확대 정책으로 인해 짧은 기간 목재펠릿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국내 목재펠릿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결국 값싼 수입산 목재펠릿으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받으려는 자본에 의해 대거 투자가 몰리면서 형성되었다.
2018년 즈음 베트남 지역의 바이오매스 보일러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개발을 위해 베트남 지역에 출장을 다녔다. 파트너사들 대부분이 국내 목재 바이오매스 산업에서 좌절하고 목재생산이 활발한 베트남으로 진출한 상태였다. 현지에서 직접 목재펠릿을 생산하여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와 경남지역 산업단지로 목재펠릿을 수출하는 사업으로 전환했다. 산업용 목재펠릿 보일러의 기술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베트남의 경우 산림을 밭처럼 경영하는 국가인데다가, 제재소 부산물로 우드칩이나 목재펠릿이 워낙 많이 발생하여 경제성이 있지만, 에너지원 공급을 위한 벌채로는 경제성이 나오기 어렵다 현실이 맞아떨어졌다.
2019년에 해외 수입 바이오매스 논란 때문에 REC 가중치가 조정되어 수입 목재펠릿은 가중치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기존에 사업을 이어오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예외가 적용되었다. 이 같은 배경이 있어서인지 아직까지 목재펠릿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개선 노력은 없어보인다. 결국, 애초에 국내 바이오매스로 경제성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 수입산을 종용하는 잘못된 정책방향 제시로 인해 기존의 국내 목재펠릿 및 목재보일러 생산업체들이 사업능력을 잃고 난 후라, 국내 목재 바이오매스 시장의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바이오매스 탄소배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목재펠릿 전소 보일러가 오히려 석탄화력 발전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자료를 공개했고, 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가 이에 맞춰 바이오매스의 친환경성에 의문을 제기해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전직 영국 정부의 수석 과학 고문이었던 카본 브리프의 존 베딩턴 교수는 블로그에 "바이오매스 이용이 산림의 벌채와 수확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매스보다는 풍력과 태양광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바이오매스 원료 공급을 위해 벌채한 산림이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탄소를 흡수하려면 회복에 70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발표했다(☞관련 내용 바로 보기).
2014년 미국 환경 보호국(EPA)은 "모든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탄소중립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즉, 바이오매스의 친환경성은 바이오매스 유형, 연소 기술, 대체되는 화석 연료, 해당 지역의 산림관리기술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EPA는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이용 바이오매스나 제재소 부산물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목재활용이 그만큼 활발하지 않고, 미이용 바이오매스만으로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데 우려가 크다.
여러 논란 끝에 유럽연합은 지난 7월 14일,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최소 55% 감축 목표를 채택했고, 토지 사용과 임업 및 농업에 관련하여 2030년까지 산림의 질, 양 및 탄력성 개선을 통해 310미터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해당하는 자연흡수원에 의한 탄소 제거 목표를 제시했다. 벌채 및 바이오매스 사용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며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계획을 세우면서 산림 관리인과 산림 기반 바이오 경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면서 바이오에너지 사용에 대한 부분은 보다 엄격한 지속가능성 기준을 제정하고 관리하도록 했다. (☞관련 내용 바로 보기) 이러한 EU의 결정은 바이오매스 에너지 이용은 산림관리와 섬세하게 동반되어야 하며, 재생에너지로써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림관리와 바이오매스 활용은 끊임없는 논쟁을 낳고 있다. 이 논쟁이 탄소중립 사회를 위해 좀 더 건강하게 발전하기를 바란다. 바이오매스를 산림 부산재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 에너지 수급의 효율성을 높일 대안으로 생각하고 알뜰하게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다만, EU에서도 바이오매스 활용의 다양한 우려를 반영했듯, 국내 바이오매스 활용을 위해서는 지역적 특징, 기술적 한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 등을 활용해서 산림의 경사, 수종분포, 인근 지역 에너지 수요 등을 반영하여 임도, 바이오매스 발전소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우선순위로 두되, 열에너지 등 바이오매스가 효율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그리고 섬세하게 구축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장 효율적인 바이오매스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오용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바이오매스가 배출원이 아닌 진정한 흡수원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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